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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내년말 일 증시 최대 주주되나…공적연금 제칠 듯

송고시간2019-04-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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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매입통해 3월말 현재 도쿄 1부 증시 시가기준 4.7% 보유

이미 23개사 최대 주주·상장사 절반의 대주주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주식시장에서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은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투자신탁(ETF)을 연간 6조 엔(약 60조 원) 정도 사들이고 있다. 일본은행의 3월말 현재 시가기준 ETF 보유잔액은 28조 엔(약 280조 원)이 넘는다. 이는 도쿄(東京)증시 1부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4.7%에 해당한다.

일본은행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ETF 매입을 계속하면 내년 11월말에는 보유잔액이 40조 엔으로 불어나 현재 1부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6%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을 제치고 최대 주주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7일 보도했다.

그동안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주도해온 일본 자본시장을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는 셈이다.

개별기업의 주주분포를 보면 일본은행의 존재감이 한층 두드러진다. 일본은행이 발표하는 매입기준 등을 토대로 실질보유액을 환산해보면 일본은행은 이미 닛토(日東)전공과 파낙, 오므론 등 23개사의 최대 주주가 된 것으로 보인다. 상위 10위 이내 주주를 가리키는 '대주주' 기준으로 보면 3월말 현재 절반에 가까운 상장기업 49.7%의 대주주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자회견에서 최근 경기동향을 설명하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기자회견에서 최근 경기동향을 설명하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자본시장은 자본규제완화에 따른 경영권 방어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상호보유에서 개인과 은행, 보험회사 등이 주역으로 등장한 1단계, 해외투자가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진 2단계를 거쳐 일본은행이 시장의 주역이 된 현재의 3단계를 맞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가 분석했다.

일본은행이 공적연금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되는 내년말 일본 자본시장은 전환점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을 억제, 2%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금융정책의 하나로 일본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16일 국회답변에서 "기업과 가계의 (소비, 투자 등) 전향적인 경제활동 지원"을 강조했다. 높은 주가는 투자가의 심리를 밝게 하는 등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다만 순투자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게 아닌 만큼 일본은행이 시장의 주역이 되는데 따른 부작용도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5일 발표한 경제심사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의 ETF 매입이 "시장의 규율을 해치기 시작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은행이 ETF를 통해 경영실적에 관계없이 주식을 폭넓게 사들이고 있어서다.

도쿄 증시 1부에서는 과거 10년간 5번 이상 적자를 낸 기업이 54개사에 이른다. 신일본과학 처럼 8번이나 적자를 낸 기업도 있다.

일본은행이 최대 주주가 된 것으로 보이는 한 기업의 간부는 "주식을 보수로 줘 종업원의 사기를 높이려 해도 일본은행의 매입으로 주가가 내려가기 어려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가가 떨어져 일본은행의 자기자본이 잠식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통화의 신뢰도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아마미야 마사요시(雨宮正佳) 일본은행 부총재는 3월 국회에서 "닛케이(日經) 평균주가가 1만8천 이하로 내려가면 보유 ETF의 시가가 장부가를 밑돌게 된다"는 시산결과를 보고했다.

17일 오전 현재 2만2천236엔 대인 현재의 주가 수준과는 거리가 있지만 장차 경기가 후퇴국면을 맞을 경우 잠재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만기가 되면 상환하는 국채나 회사채와는 달리 ETF에는 만기가 없다. 잔고를 축소하려면 시장에서 매각해야 하지만 주가하락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장기간에 걸쳐 신중히 매각해야 한다.

자승자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런 상황에 대해 고노 류타로(河野龍太郎) BNP파리바증권 주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은 (매각을 포기하고) 움켜쥐고 있을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논평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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