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마크롱, 엘리트 양성기관이자 모교인 '에나' 폐지 저울질

송고시간2019-04-17 23:26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佛 정·재계 엘리트 네트워크 촘촘한 국립행정학교…"고위직 독점" 비판받아와

지난 15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현장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가운데)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왼쪽). 둘 다 명문 그랑제콜인 국립행정학교(에나) 출신이다. [EPA=연합뉴스]

지난 15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현장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가운데)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왼쪽). 둘 다 명문 그랑제콜인 국립행정학교(에나) 출신이다. [EPA=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국의 정치·행정 부문의 최고 엘리트들을 육성해온 명문 국립행정학교(ENA·에나)의 폐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르피가로와 프랑스 3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5일 저녁 하려던 대국민 담화에는 프랑스의 최고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꼽히는 ENA를 폐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란 조끼' 연속시위에서 나타난 엘리트 계층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에나를 없애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마크롱 대통령은 '노란 조끼' 연속시위의 해법으로 지난 1∼3월 전국에서 진행한 '국가 대토론'에서 취합된 여론을 종합해 서민 조세부담 완화 방안 등 새 정책구상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직전 발생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로 담화를 취소했다.

르피가로가 입수한 마크롱 대통령의 미발표 연설문에는 "우리가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고 뛰어난 공화정을 만들고자 한다면 고위 공직의 개방, 채용, 경력관리에 관한 기준을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 에나와 다른 기관들을 폐지하고 심오한 교육기관들을 다시 세우려는 이유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샤를 드골 대통령 때 설립된 ENA는 프랑스 최고의 정치·행정 엘리트를 양성해온 대표적인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 중 하나로,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있으며 2년제다.

다른 대학이나 그랑제콜을 졸업한 학생들이 엄격한 선발 절차를 거쳐서 진학하며, 졸업 후에는 프랑스 정부의 간부급 관료로 채용된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국립행정학교(ENA) 표지석 [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국립행정학교(ENA) 표지석 [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뿐 아니라 현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도 에나를 졸업했고,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수아 올랑드 등 전·현직 대통령 다수가 이 학교 출신이다.

'에나크'(enarque)로 불리는 ENA 동문은 정·관계뿐 아니라 재계에도 광범위하고 촘촘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동안 "프랑스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학교"라는 평가 속에 정·재계 고위직을 ENA 출신들이 독과점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2∼2004년 이 학교에서 수학한 마크롱 대통령은 학교를 졸업할 당시 ENA의 교육이 특별할 것 없었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동기 서명운동에 동참했다고 한다.

마크롱의 에나 동기이자 이 학교가 소재한 스트라스부르를 지역구로 둔 올리비에 벡트 의원은 프랑스3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학교를 졸업할 때 성명서를 써서 학교 측에 보냈는데, ENA에서 우리가 전에 시앙스포(파리정치대학)에서 수학한 것과 다를 것 없는 것을 배웠을 뿐이고, 이런 값비싼 교육과정이 쓸모가 없다는 내용이었다"면서 마크롱 역시 서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다만, 에나를 폐지한다는 방침이 아직 프랑스 정부에서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다.

프랑스 대통령실 엘리제궁은 프랑스 언론들의 취재에 "언론에 보도된 대통령의 연설내용과 관련해 확인도 코멘트도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yonglae@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