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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후 출동까지 빨라야 20분"…노트르담 안전시스템 '도마'

송고시간2019-04-2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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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시 경비원 육안 확인 후 신고 시스템…첫 알람 때는 발견도 못 해

원형 살리다 보니 예방에 초점…"참나무 불에 잘 안탄다" 위험 과소평가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큰 피해를 초래한 것은 화재 발생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화재 경보가 울린 뒤 신속한 대응을 저해한 화재 안전시스템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노트르담 화재 당시 탐지장치에서 첫 경보가 울린 것은 오후 6시 20분이지만 소방서에 접수된 시각은 6시 51분이었다. 두 번째 경보가 울린 6시 43분에서 8분이나 지난 후에 소방서에 연락이 간 것이다.

불길에 타들어가는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파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불길에 타들어가는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파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처럼 신고가 늦어진 것은 노트르담의 경우 화재 경보기가 울리면 바로 소방서에 출동신고가 접수되거나 소방관이 성당에 상주하는 등의 소방안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고 경보가 울리면 먼저 경비원이 현장을 확인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첫 경보 시 경비원이 알람이 울린 지점인 지붕의 다락방까지 계단을 타고 올라갔지만, 화재 징후를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순간이었다.

경비원이 불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6시 43분 두 번째 경보가 울려 다시 다락방까지 올라간 6시 49분이었지만 그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큰불로 번진 상황이었다.

노트르담의 화재 안전시스템이 화재 발생 시 진화보다는 사전적 화재 예방과 탐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도 화재가 커진 원인 중 하나다.

화재 진화에 방점을 두려면 850년 된 이 역사적 건축물의 구조를 변경할 필요가 생기는데, '원형 그대로'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스프링클러나 방화벽 설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화재 발생 시 취약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특히 지붕은 참나무가 복잡한 형태로 얽혀 있는 구조여서 방화벽 자체를 설치하기 어려웠고, 그래도 설치하려면 목재를 잘라내는 등 원형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래픽]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피해 범위
[그래픽]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피해 범위

지붕에 빽빽하게 들어찬 참나무 목재에 그렇게 빠른 속도로 불이 붙을지 예측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었다.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 대응책은 참나무 목재에는 천천히 불이 붙기 때문에 불꽃이 커지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마련됐다.

실제로 노트르담의 소방안전 시스템 정비를 총괄한 건축가 벵자멩 무통은 "노트르담의 참나무가 불에 타는 속도에 깜짝 놀랐다"며 "그렇게 오래된 참나무는 성냥개비처럼 탈 수 없다.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트르담의 소방안전 시스템이 화재 발생 이후 초기 대응까지 너무 오래 걸리도록 설계된 것도 문제로 꼽힌다.

노트르담의 경우 경비원이 화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에야 소방서에 신고하게 돼 있었지만, 화재가 시작된 지붕의 다락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데에만 체력이 좋은 사람도 통상 6분 정도 걸리는 구조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는 "화재 경보가 울린 순간부터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해 수백 파운드 무게의 소방호스와 장비를 들고 다락으로 올라가 불을 끄기 시작하기까지의 대응이 흠잡을 데 없이 이뤄지더라도 20분가량 지체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신문은 한 전문가를 인용해 "놀라운 것은 노트르담이 이번 주에 불탔다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불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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