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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불안정한 걸음에 서방언론, 후계구도 부재 부각

송고시간2019-04-2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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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불안정한 걸음이 중국의 승계구조 부재에 대한 걱정을 부활시켜"

시 주석, 해군 창설 70주년 관함식서 건재 과시…관영매체도 보도안해

전문가 "주석 3연임 금지 조항 삭제 후 시 주석 건강 문제 집중 연구"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유럽 방문 기간 다소 부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이 TV 화면을 통해 노출되면서 중국 최고 권력자의 후계구도 부재 문제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시진핑의 불안정한 걸음걸이가 중국의 승계 계획 부재에 대한 걱정을 부활시켰다"면서 "중국 지도자의 건강에 대한 추측이 '일인 통치'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3월 21일부터 26일까지 이탈리아와 모나코, 프랑스 3국을 국빈 방문했는데, 발을 약간 저는 모습이 TV 화면을 통해 드러났다.

시 주석이 지난달 25일 프랑스 파리의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를 한 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할 당시 다소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장면이 포착됐다.

또 다음날 마크롱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할 때도 의자 팔걸이에 힘을 주면서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TV 화면을 통해 전해졌다.

그러자 서방의 외교관들과 중국의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시 주석의 건강에 대한 추측이 나돌고 있다고 WJS는 전했다.

실제로 당시 빈과일보를 비롯한 중화권 매체들은 시 주석의 건강 이상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중화권 매체들은 시 주석이 고혈압이나 허리 디스크, 당뇨병 등에 걸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했다. 일부 매체는 중국의 누리꾼들 사이에서 시 주석이 관절이나 통풍에 걸린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올해 6월로 만 66세 생일을 맞는 시 주석은 그동안 특별히 건강이 문제가 된 적이 없다.

시 주석은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을 맞아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앞바다에서 23일 열린 해상 열병식 및 국제 관함식에 참석해 중국 해군 의장대를 사열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중국의 관영매체들도 시 주석의 건강 문제에 대한 소문에 대해선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해상 열병식에서 의장대 사열하는 시진핑
해상 열병식에서 의장대 사열하는 시진핑

(칭다오[중국]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현지시간)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 관함식(해상 열병식)에서 구축함 시닝(西寧)호 승선에 앞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bulls@yna.co.kr

그런데도 시 주석의 건강 문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시 주석이 '시황제'(習皇帝)로 불릴 정도로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킨 데다 '격대지정(隔代指定)'의 관례를 깨고 차기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총서기로 재선출된 데 이어 2018년 3월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과 당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임됨에 따라 당·정·군을 틀어쥔 삼위일체 권력을 부여받았다.

특히 제13기 전인대에서는 국가주석의 3연임 제한 조항이 삭제된 헌법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시 주석은 마음만 먹으면 '종신 집권'도 가능하게 됐다.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연임 제한이 원래부터 없었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시 주석 이후의 권력 승계 라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정치 체제와 사회에 대한 위험성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는 것의 위험성은 지도자가 아플 수도 없고,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곤란한 상태에 빠질 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서방의 정보기관들은 시 주석이 작년 제13기 전인대에서 헌법개정을 통해 '종신 집권'의 길을 연 이후 그의 건강상태에 대해 면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한 연구자는 두 나라의 정보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시 주석의 건강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힌 뒤, "그들은 중국 공산당이 제대로 된 후계구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며 "우리는 만일 시 주석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은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사후 후계구도를 둘러싼 중국 공산당 내부의 권력투쟁을 방지하기 위해 집단지도체제, 주석직 2연임제, 후계자 격대지정 등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덩샤오핑은 1989년 "많은 나라가 내가 아플지, 죽을지에 관한 것을 중국 정치의 연구 과제로 삼는다고 한다"면서 "한 나라의 운명을 한두 사람의 명성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불건전하고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덩샤오핑의 정한 집단지도 체제 원칙은 이후 3세대 최고지도자인 정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4세대 최고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때까지 지켜졌으나 5세대 지도자인 시 주석 때에 사실상 붕괴됐다.

서방의 정치 분석가들의 대다수는 시 주석이 2022년 이후에도 계속 권좌를 지킬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윈순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는 "임기조항을 삭제한 헌법개정이 이뤄지면서 오는 2022년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후계자가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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