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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 위기 IS, '부활절테러'로 프랜차이즈식 세력 재확산 우려

송고시간2019-04-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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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서 밀려난 IS, 스리랑카 테러 배후 선언…사실 여부는 불확실

토착세력과 결탁해 브랜드·이념 제공…필리핀·아프간 등 새 거점

IS가 스리랑카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며 공개한 테러범 사진 [AP=연합뉴스]

IS가 스리랑카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며 공개한 테러범 사진 [AP=연합뉴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중동에서 밀려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스리랑카 '부활절 연쇄 폭발 테러'를 계기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3일 IS가 최소 3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서면서다.

실제로 이번 공격 양상은 그간 IS의 테러 방식과 흡사하다.

테러 하루 전날 스리랑카 토착 조직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의 구성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IS 깃발을 배경으로 '지하드'(이교도를 상대로 한 이슬람 전쟁)를 다짐하는 사진이 유포됐고, 고도로 조직된 자살폭탄테러가 이어졌다.

앞서 IS는 지난 3월 15일 무슬림 50명이 숨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모스크) 테러 직후 복수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스리랑카 정부도 전날 이번 테러가 뉴질랜드 테러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 감행됐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NTJ와 JMI(잠미야툴 밀라투 이브라힘)와 같은 엉성한 현지 조직이 자체적으로 동시다발적 대형 테러를 일으키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도 'IS 배후설'에 무게를 싣는다. NTJ와 JMI는 스리랑카 정부에 의해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단체다.

물론 IS의 배후 선언에도 불구하고 남는 의문점은 수두룩하다.

중동 조직이 괴멸당하다시피 한 IS가 어떤 식으로 이번 테러에 개입했는지, NTJ와 JMI와는 실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테러 발생 후 배후를 선언하는 데 왜 이틀이나 걸렸는지 등이다.

BBC뉴스는 24일 "IS는 과거에도 실제로 개입하지 않은 공격에 대해 종종 배후를 선언했다"고 보도하며 IS의 주장이 '선전전'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몰락한 IS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엉뚱한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에 자신들의 이름을 밀어 넣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IS가 이번 테러를 통해 다시 살아날 계기를 찾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는 관측이 많다.

과거처럼 테러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더라도 이념 전파, 지역 조직원 교육, 테러 물자 지원 등을 통해 간접적인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부활절 테러'로 부서진 스리랑카 콜롬보 교회 내부. [스리랑카 교회 페이스북 캡처]

'부활절 테러'로 부서진 스리랑카 콜롬보 교회 내부. [스리랑카 교회 페이스북 캡처]

IS는 지금처럼 세력이 약해지기 수년 전부터 이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력 유지에 힘써왔다.

중동에 칼리프국가(이슬람 초기 신정일치국)를 세우겠다는 꿈은 좌절됐으나 과거 활동 주변부에서 끈질기게 명맥을 유지한 것이다.

우선 IS 잔존 세력은 온라인 선전 도구 등을 활용해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의 공격을 부추겼다.

지난해 5월 파리에서 발생한 흉기 테러 등에 IS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것이 사례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토착 반군과 결탁했다.

지역 반군들이 IS라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이데올로기를 채택하면서 선전 효과를 극대화한 케이스다.

실제로 IS는 2015년 내전으로 혼란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현지 세력과 힘을 합해 'IS 호라산 지부'를 만들었다.

이들은 이후 세력 확대와 존재감 과시를 위해 과격한 테러를 일삼았다. 최근 현지에서 발생하는 자살폭탄 테러의 대부분은 아프간 반군 탈레반이 아닌 IS가 저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서아프리카에서도 토착 군사 조직 구성원을 흡수해 세력을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필리핀이 IS의 거점으로 꼽힌다.

IS를 추종하는 마우테 그룹은 2017년 5월 필리핀 남부 마라위시를 전격적으로 점령했다.

점령사태는 군이 투입되면서 5개월 만에 끝났지만, 필리핀 남부는 여전히 각국 반군 단체에 무기와 군사훈련을 제공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남부에는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 많은 데다 100만정 이상의 총기가 불법으로 유통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IS를 매개로 동남아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국제 연대를 구축하는 양상까지 포착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내 IS 추종자들은 2016년 태국 이민 수용소에서 중국 내 이슬람계 소수 민족인 위구르족 출신 IS 추종자를 구출해 말레이시아로 탈출시키려는 계획을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인도네시아의 경우 202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2년 발리 테러 이후 지속적인 단속 덕분에 이슬람 무장조직 세력이 위축됐으나 수년 전부터는 IS의 이념 선동에 자극받은 토착 급진세력이 조직을 재정비하는 분위기다.

테러리즘 분석 조직 '시테'의 공동 설립자 리타 카츠 대표는 "일반적으로 IS는 충성을 맹세한 지역 조직에 새로운 자원과 역량의 문을 열어준다며 이는 어떻게 NTJ 같은 아마추어 조직이 파괴적인 공격을 수행할 수 있었는지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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