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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회식 후 만취동료 차 타고 가다 사고…"업무상 재해"

송고시간2019-04-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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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음주운전 알고도 탔으니 책임"…法 "사고 직접 원인 아냐"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사장이 주재한 회식 후 술에 취한 동료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났어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방진형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낸 소송에서 A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가설구조물 해체 업체에서 비계공으로 근무한 A씨는 지난해 1월 초 다른 직원들과 함께 사장이 주재한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오리고기에 술을 곁들인 회식이 끝난 후 사장은 직원들의 출퇴근 차량 키를 이모씨에게 건넸다. 이씨는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았고 A씨 등을 태우고 공동 숙소로 돌아가다 옹벽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는 크게 다쳤다. 이씨는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이씨가 만취한 걸 알고도 차 키를 건넨 사장은 음주운전 방조죄로 기소됐다.

A씨는 자신의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이를 거절했다. A씨가 원해서 회식에 간 만큼 업무의 연장이라 볼 수 없고, 동료가 취한 걸 알고도 차를 탔으니 사고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였다. 산업재해보상법은 근로자의 고의나 자해행위, 범죄행위나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 등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A씨는 공단의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사장 주재 회식이었던 만큼 업무의 연장이고, 당시 자신도 만취해 있어서 동료가 음주운전을 하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처벌을 받지도 않은 만큼 공단의 거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방 판사는 "당시 회식은 사장이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했고 비용도 전부 부담했다"며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업무상 회식'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방 판사는 또 사장이 제공한 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난 만큼 A씨 등이 회식을 마치고 숙소로 귀가한 행위는 통상적인 '출퇴근' 범주에 들어간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가 음주운전을 방조한 것이 사고의 한 책임이라는 공단 주장도 배척했다.

방 판사는 "A씨가 단순히 차에 동승한 것은 이씨로 하여금 물리적으로 음주운전을 용이하게 한 행위로 보긴 어렵다"며 "형법상 방조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설령 A씨가 방조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더라도 이는 교통사고의 간접적·부수적 원인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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