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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기념일 전날 등장한 무솔리니 칭송 현수막…이탈리아 '발칵'

송고시간2019-04-2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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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치오 극우 팬클럽, 밀라노서 무솔리니 찬양 행각·인종차별 구호로 '눈총'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가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에 의해 파시즘과 나치즘 치하에서 벗어난 '해방기념일'을 맞이한 가운데, 전날 파시즘 창시자인 베니토 무솔리니를 찬양하는 현수막이 제2도시 밀라노 한복판에 내걸려 시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라치오의 극우 팬클럽이 24일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시내 한복판에 파시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찬양하는 현수막을 내걸어 이탈리아가 충격에 빠졌다. [ANSA통신]

이탈리아 프로축구 라치오의 극우 팬클럽이 24일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시내 한복판에 파시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찬양하는 현수막을 내걸어 이탈리아가 충격에 빠졌다. [ANSA통신]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로마를 근거지로 한 이탈리아 프로축구단 라치오의 극우 팬클럽은 24일 밀라노 산시로 경기장에서 열린 AC밀란과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밀라노 중심가 로레토 광장 인근에 '무솔리니에 영광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설치했다.

이곳은 파시즘에 저항하는 게릴라들에 의해 1945년 처형된 무솔리니의 시신이 거꾸로 매달린 장소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수십 명의 라치오 극우 팬클럽 회원들은 이 현수막을 설치하면서 파시스트 구호를 외치고, 파시스트식 경례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방기념일' 바로 전날 발생한 이번 일에 각계에서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2차대전 시기에 나치와 파시스트들에 항거하던 반파시즘 단체인 ANPI의 밀라노 지부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신 나간 짓"이라고 부르며 분노했다.

집권 정당인 반체제 성향의 '오성운동'은 이 같은 행동은 "도리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고, 좌파 성향의 야당들도 "역겨운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반(反)난민·반이민 정책을 밀어붙여 사회의 우경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 역시 "물리적이든 말로 이뤄지든, 모든 폭력에 관용은 없다"며 "축구는 축하와 만남의 기회가 되어야지, 다툼과 충돌의 계기로 작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립정부의 한 축인 극우정당 '동맹'을 이끌고 있는 그는 그러면서 "경찰이 (이번 일을 주도한)'얼간이들'의 신원을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라치오 극우 팬클럽 회장과 라치오 팬 19명을 포함한 총 22명의 축구 팬의 신원을 확인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밀라노 산시로 경기장에서 열린 AC밀란과 라치오의 이탈리아컵 4강 경기에서 공을 다투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가 티에무 바카요코 [EPA=연합뉴스]

24일 밀라노 산시로 경기장에서 열린 AC밀란과 라치오의 이탈리아컵 4강 경기에서 공을 다투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가 티에무 바카요코 [EPA=연합뉴스]

한편, 라치오가 AC밀란에 1대0으로 승리한 이날 이탈리아컵 4강 경기를 앞두고도 라치오의 일부 팬들은 AC밀란의 프랑스 출신의 흑인 선수 티에무 바카요코를 겨냥해 "바카요코에게 바나나를" 등의 인종차별적인 구호를 외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코트디부아르 이민자 가정 출신의 이탈리아 국적 19세 흑인 선수인 모이세 켄(유벤투스)이 지난 2일 칼리아리와의 세리에A 경기에서 관중으로부터 흑인을 비하하는 원숭이 소리를 경기 내내 듣는 등 최근 축구 경기장에서 인종차별 사건이 빈발, 축구계와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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