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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박수 받고 떠나는 금호아트홀…"끝이 아닌 시작"

송고시간2019-04-2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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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마지막 기획공연…정경화 등 클래식계 인사 집결

신촌시대 과제는 新관객 발굴

광화문 시대 마감하는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공연
광화문 시대 마감하는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공연

[금호아트홀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25일 오후 9시 51분, 클래식 전용 공연장 광화문 금호아트홀.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연주자들의 바이올린 활이, 피아노 위에서 춤추던 손가락이 소리내기를 멈췄다. 앙코르 무대 프랑크 퀸텟 3악장 연주가 끝난 순간이었다.

390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하나둘 일어섰다. 박수와 함성은 차츰 커졌다. 3분 넘게 뜨거운 갈채를 받은 연주자들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이날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선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 마지막 광화문 공연, '메모리스 인 광화문'이 열렸다.

클래식 팬들은 물론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 등이 참석해 아쉬움을 나눴다. 건물주와 임대차 재계약이 불발된 금호아트홀은 다음 달 1일부터 연세대학교 내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새출발한다.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의 열정적 공연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의 열정적 공연

[금호아트홀 제공]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의 첼리스트 김민지(40)는 앙코르에 앞서 관객들에게 "감정적으로 굉장히 다잡으며 준비했다. 훌륭한 음악가들과 함께해서 정말 즐거웠다"며 담담하게 감사를 표했다.

슬픔을 눌러둔 다른 연주자들은 연주를 마친 소회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끝내 눈물이 터졌다.

비올리스트 이한나(34)는 "2004년 이곳에서 영아티스트 콘서트를 열었고 2008년부터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를 함께했다"며 "지금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금호아트홀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신촌으로 옮겨간다니 슬프다"라며 눈가를 닦았다.

앙코르로 활기찬 선율의 프랑크 퀸텟 3악장을 선곡한 이유를 묻자 "마음 같아선 슬픈 곡을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눈물바다가 될 것 같더라. 희망찬 곡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촌 시대에 기대감도 내비쳤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재형(27)은 "저는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에 합류한 게 이번이 처음이다. 무척 영광"이라며 "광화문에서 연주는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연주의 발판이 된 것 아니냐. 마지막이 곧 시작이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재직하다 올해 1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로 부임한 박선희(44) 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박 대표는 "오늘 처음 기립박수를 쳤다. 그동안은 관객을 보좌하는 스태프로서 자화자찬이라고 비칠까 봐 박수를 안쳤다. 그런데 오늘은 칠 수밖에 없었다"며 눈물 흘렸다.

그는 "이게 끝이 아니다. 화재로 큰 피해를 본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라. 사람들은 그 상황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고 재건의 희망을 말한다. 우리가 그 상황인 것 같다"라며 "보석 같은 연주자들을 잘 간직하며 장소를 옮겨서도 음악을 계속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신촌 시대의 과제는 새로운 관객 개발이 될 전망이다. 현재 광화문 금호아트홀은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했으며, 주변에 대규모 오피스 빌딩이 밀집돼 직장인 수요가 많다. 이와 달리 새로 입주할 연세대학교 캠퍼스 인근에는 클래식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10∼20대가 많다.

김성익(57) 씨는 휴대전화 캘린더에 체크해둔 클래식 공연 예매 내역을 보여주며 "다음 달에만 5개 공연을 간다. 이렇게 오래된 공연장이 광화문을 떠나는 게 아쉽다. 아무래도 신촌은 교통이 불편해 지금처럼 자주 가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홍주영(32) 씨는 "회사가 광화문이라 퇴근한 뒤 걸어갈 수 있는 공연장이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신촌으로 이사하면 이런 소소한 기쁨도 누리기 어렵겠다"며 "그래도 끝은 새로운 시작인 만큼 역사를 잃지 않고 이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0년 금호아트홀이 생기기 전, 종로구 사간동 금호갤러리에서 클래식 공연이 열리던 시절부터 공연을 보러왔다는 이소영(42) 씨는 "갤러리에서 광화문으로 옮길 때도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신촌으로 옮기면 또 그럴 것 같다. 계속 공연을 보러 가겠다"고 미소 지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5월 2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의 첫 '아름다운 목요일' 콘서트 '다 카포: 처음부터, 새롭게'를 연다.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러시아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포문을 연다.

'굿바이 광화문, 헬로 신촌'
'굿바이 광화문, 헬로 신촌'

[금호아트홀 제공]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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