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잇단 정신질환 강력범죄…"초기·재발 때 치료 공백 없애야"

송고시간2019-04-28 08: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치료 방치할때 공격성…국가 책임 외래·입원치료 체계 구축 필요"

구멍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강제 외래치료 추진 (CG)
구멍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강제 외래치료 추진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중증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증상이 악화하는 급성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28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신질환은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는 초기에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치료를 받다가 중단할 때 증상이 악화한다.

정신질환이 있어도 상담, 약물치료 등을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치료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면 질환에 따라 망상, 환각 등을 겪고 자해나 타해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보통 정신질환자가 증상 초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질환은 초기 발병 후 5년간 증상을 잘 관리해야 경과가 좋은데도 조금만 상태가 좋아져도 약을 먹지 않거나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초기 치료와 더불어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상이 악화하는데도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치료를 강제할 수 없어 중단하는 것도 문제다.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 안인득(42) 역시 과거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다 2016년 7월 이후 임의로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승환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다수의 치료 순응적인 조현병 환자들은 매우 순종적이고 오히려 공격성을 관찰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관리를 받지 못해 방치되고 약을 먹지 않으면 공격성을 보이거나 불안해하는 특징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증상이 심해지면 환자 스스로 병이 있다는 자각과 인식도 사라지게 된다"며 "이 때문에 음주나 약물 남용 위험이 커지고 이 때문에 공격성과 범죄율도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신과 상담
정신과 상담

[연합뉴스TV 제공]

문제는 환자에게 치료를 강요할 수 있는 제도들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호자가 환자의 입원을 강제하는 보호입원제도가 있지만 2명 이상의 보호의무자가 신청, 2명 이상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요구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더 큰 문제는 30∼40대 정신질환자의 부모는 연로해 환자를 돌볼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 가족이 서로 떨어져 사는 현대 사회에서는 가족이 환자의 치료를 책임지기 어려운 구조다.

자·타해 위험이 있는 경우 가족뿐 아니라 경찰이나 지자체에서 응급입원, 행정입원 등을 시킬 수 있지만, 이 역시 책임 문제 등으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입원뿐 아니라 환자에게 외래진료를 의무화하는 '외래치료명령제' 역시 강제성이 없어 시행 건수는 1년간 4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사법기관이 결정하도록 하는 사법입원제도 등 국가가 중증질환자를 책임지는 의료체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미국, 대만은 사법행정체계에 따라 환자의 입원을 결정하고 영국, 호주 등도 정신건강심판원을 별도로 둬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학회는 "정신질환의 초발 및 재발로 인한 급성기 위기에 대한 치료체계가 취약하다"며 "정신응급상황 역시 신체질환과 동등한 수준의 급성기 의료체계가 필요하며 입원과 외래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공통점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았다면 상태가 호전될 수 있는데 치료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하고 외래치료명령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eran@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