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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우디네 극동영화제 위원장 "한국영화 마니아 눈에 띄게 증가"

송고시간2019-04-30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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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체티 집행위원장 "한국영화와 상생 이어가고파…기회되면 북한영화도 초청"

(우디네[이탈리아]=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우디네 극동영화제는 그동안 한국영화와 함께 성장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영화와 지금까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앞으로도 함께 발전해 나가길 원합니다."

이탈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우디네는 베네치아에서 기차를 타고 슬로베니아 쪽으로 1시간 반 남짓 가면 도달하는 작은 도시다.

전체 인구가 10만명에 못 미치는 소도시이지만, 매년 4월이면 유럽에서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최대 규모의 행사인 '우디네 극동영화제'가 펼쳐져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몰려든 아시아 영화 팬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한국, 일본, 중국,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13개국에서 총 77편의 영화가 출품된 가운데 지난 26일 개막한 올해 영화제에서는 역대 최다인 한국영화 23편이 소개되는 등 그야말로 한국영화의 성찬이 차려졌다.

특히 개막작으로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그린 영화 '생일'이 개막작으로 상영되고,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인 전도연이 영화제가 주는 평생공로상을 받는 등 단연 한국영화가 올해 영화제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사브리나 바라체티 '우디네 극동영화제' 집행위원장
사브리나 바라체티 '우디네 극동영화제' 집행위원장

(우디네[이탈리아]=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사브리나 바라체티 우디네 극동영화제 집행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우디네의 시내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4.28

21년 전 이 영화제를 처음 만들어 성년으로 키워낸 사브리나 바라체티 우디네 극동영화제 집행위원장을 29일(현지시간) 관객들로 북적이는 '테아트로 누오보'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바라체티 위원장은 "우디네 극동영화제는 한국영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우리 영화제가 막 첫걸음을 디뎠을 때 한국영화도 눈부시게 성장하기 시작해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로 우리 영화제를 풍성하게 채워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올해는 한국영화의 지원 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와 손잡고, 역대 최다인 한국영화 23편을 소개하게 돼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이탈리아 관객들로서는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며, 개막작인 '생일'을 비롯해 올해 우디네를 찾은 한국영화와 배우, 감독들에 대한 현지 관객들의 관심이 어느 해보다 뜨거운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바라체티 '우디네 극동영화제' 집행위원장
바라체티 '우디네 극동영화제' 집행위원장

(우디네[이탈리아]=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사브리나 바라체티 우디네 극동영화제 집행위원장이 29일 우디네 테아트로 누오보에서 열린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 포럼에 참석한 모습. 2019.4.29

그는 또한 향후 북한영화도 초청해 영화제의 지평을 넓히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다음은 바라체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이탈리아 변방의 소도시에서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가 20년 넘게 관객의 호응 속에 성장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어떻게 우디네 극동영화제를 처음 시작하게 됐는가.

▲ 1990년대 초반부터 영화 관련 일을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홍콩 영화 등 아시아 영화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유럽에서는 아시아 영화를 좀처럼 접하기가 어려웠다. 유럽에 아시아 영화를 본격적으로 알리자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영화제를 만들었다. 첫해에는 홍콩 영화만으로 시작했고, 이듬해부터 한국영화, 일본영화, 중국영화로 대상을 넓혀 구색을 갖춰 나갔다. 서양 관객에게 아시아라는 커다란 대륙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아시아 영화를 꾸준히 소개해 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 올해 영화제에서는 어느 해보다 많은 한국영화가 상영되고 있고, 톱스타를 포함해 한국영화 관계자들도 대거 이곳을 방문했다. 한국영화가 올해 영화제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인데.

▲ 한국영화와 우리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디네 극동영화제가 첫걸음을 뗐을 때 한국영화도 눈부시게 성장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화제를 통해 한국영화를 유럽 관객들에게 소개했고, 한국영화는 어느 나라보다 다채로운 색깔의 영화들로 우리 영화제를 풍성하게 채워줬다. 이런 상보적인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 개막작으로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생일'을 선정하고,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인 전도연에게 영화제가 평생공로상을 줬는데.

▲ 매년 1∼2차례 한국을 방문한다. 2년 전 노란 리본과 아이들 사진으로 가득한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면서 세월호 참사를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 관련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반드시 소개해야 할 영화라는 생각에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렸다. 너무 슬픈 영화라 반응이 엇갈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왕이면 '생일'을 우리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초청하고 싶었다. 또, 아시아 최고의 여배우인 전도연을 초청하는 것은 우리 영화제의 오랜 꿈이었다. 전도연이 이런 의미 있는 영화로 우디네를 찾고, 그에게 평생공로상까지 주게 돼 우리가 영광스럽게 느낀다.

-- 다른 아시아 영화와 차별화되는 한국 영화의 특성은 뭐라고 보는가.

▲ 한국영화는 할리우드처럼 스펙터클 측면에서도 훌륭하지만, 특유의 독창성이 있다. 효율적인 영화제작 시스템과 탄탄한 스토리, 배우의 힘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한국영화 마니아층이 늘고 있다는 것을 영화제가 거듭될수록 실감하고 있다.

-- 올해 아시아 13개국 영화를 소개했는데, 북한영화는 눈에 안 띈다. 향후 북한영화도 영화제에 초청할 계획이 있는가.

▲ 2013년에 북한과 유럽의 합작 영화인 '김 동무는 하늘을 난다'를 초청한 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북한영화에 대한 관심은 계속 갖고 있다. 기회가 되면, 북한영화도 당연히 초청해 영화제의 외연을 넓히고 싶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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