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IPO는 실리콘밸리의 오점…한줌 억만장자만 배불려"

옥철 기자 기자 페이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세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우버(Uber)가 이달 중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앞둔 가운데 우버의 기업공개(IPO)가 실리콘밸리의 오점이며 저임 근로자를 외면한 채 한 줌 억만장자들의 배만 불리는 일이 될 것이라는 칼럼이 미 뉴욕타임스(NYT)에 실렸다.

2일(현지시간) NYT에 따르면 테크 칼럼니스트 파하드 맨주는 '우버 IPO는 실리콘밸리의 도덕적 오점'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2010년 '우버 캡'이라 불린 스타트업으로부터 "이 작은 회사가 지금 샌프란시스코에서 얼마나 큰일을 하고 있는지 보라"는 메일을 받았다는 일화로 시작한 필자는 나중에 우버로 이름을 바꾼 회사가 실리콘밸리의 대표주자가 됐다고 말했다.

우버는 하루 대부분을 차고에서 보내는 차량을 공유경제로 불러내 친환경 교통혁명을 일으켰고 수많은 드라이버에게 최소 몇 년간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맨주는 우버가 세상을 바꿀 비전을 가져오는 것으로 굳건히 믿었다고 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기업공개로 1천억 달러(116조 원)가 넘는 기업가치 평가가 예상되는 우버에 대한 믿음은 너무 순진한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버가 페이스북 이래로 실리콘밸리에서 최대 규모의 IPO를 함으로써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는지 되물었다.

우버 기사들은 유류대 등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나면 여전히 시급 10달러(1만1천640원)대의 저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맨주는 "한 줌의 사람들을 백만장자, 아니 억만장자로 만들어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버는 오랫동안 탑승 서비스를 제공해온 기사들에게 최고 4천만 원대의 기업공개 보상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최소 탑승 기준을 채우지 못한 대다수 우버 기사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맨주는 우버에서 한때 '밤의 제왕'으로 불리던 트래비스 캘러닉 전 CEO가 여러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그는 여전히 90억 달러에 달하는 우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버의 초기 내부자들은 죗값은 치르지 않은 채 이익만 볼 상황에 있다고 꼬집었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 테크 공룡들도 우버 IPO로 한몫 잡을 기회를 노리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펀드 등도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맨주는 지적했다.

그는 "우버는 기사들에게 최소한 생계를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또한 도시 대중교통 체계를 적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자치단체와 협업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우버 운전자들은 오는 8일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시카고, 필라델피아, 워싱턴DC, 애틀랜타,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내 8개 대도시에서 시한부 파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앱·플랫폼 근로자 노조 '긱 워커스 라이징'이 밝혔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우버 운전자들은 12시간 동안 고객과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모바일 앱을 꺼두기로 결의했다.

우버 운전자들은 "1천억 달러 가치의 기업공개를 진행하며 투자자와 중역들의 배를 불리는 동안 우버는 운전자들의 임금을 최저시급 이하로 쥐어짰다"면서 "우버는 휴가, 헬스케어, 퇴직연금 등 운전자들의 기본적 요구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oakchu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9/05/03 02: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