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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초기교회 여성 부제 역할에 대한 연구 좀 더 필요"

송고시간2019-05-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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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위원회, 결론 도출에 실패"…향후 여성 부제 허용에 영향 미칠까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가톨릭 교회 내 여성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초기 교회에 존재하던 여성 부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좀 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7일 불가리아, 북마케도니아 순방을 마무리하고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7일 불가리아, 북마케도니아 순방을 마무리하고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교황은 7일(현지시간) 사흘에 걸친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 순방을 마무리 짓고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3년 전 이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교황청 내에 설립된 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교황은 이에 "위원회는 초기 교회에서 여성 부제가 남성과 동일한 방식으로 부제 서품을 받았는지에 대한 확정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고 답했다.

가톨릭에서 부제는 사제를 보좌해 유아 세례, 혼배 미사, 미사 강독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직책이다. 그러나, 사제처럼 미사를 집전하거나, 성체 성사나 고백 성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초기 교회에서는 여성 부제가 존재했으나, 현대 교회에서는 남성만 부제를 맡을 수 있다. 기혼한 남성 역시 부제가 될 수 있다.

즉위 이래 교회 내에서 여성과 평신도의 역할 확대를 강조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기 교회에서처럼 여성 부제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교회 내 수녀회 조직 등을 중심으로 나오자, 2016년 8월 여성 부제 허용 여부를 검토할 위원회를 창설한 바 있다.

사제와 수녀, 평신도 신학자 등이 혼재된 남성 6명, 여성 6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그러나 초기 교회에서 여성 부제가 여성을 위한 침례 의식 등에서 역할을 했다는 증거는 발견했으나, 당시 여성 부제가 남성과 똑같은 방식으로 임명되고, 동일한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와 관련, 이날 회견에서 "당시 여성 부제가 남성 부제와 똑같은 방식, 똑같은 지향점 아래 임명됐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은 (향후 여성 부제 허용을 검토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톨릭 교회에서 여성 부제의 허용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목회와 교회의 운영 등에 있어 여성의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교회 내 남녀 평등을 제고하고, 일부 지역의 사제 부족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편에서는 여성 부제가 허용되면 여성 사제를 허용하는 수순으로 가게 돼 가톨릭 교회의 분열과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여성 부제 허용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교황은 이날 북마케도니아에서 비잔틴 전례를 따르는 가톨릭 교회의 기혼 사제와 그의 아내와 자녀들을 만나 눈길을 끌었다.

약 1천년 전 로마 가톨릭에서 분리된 동방정교회가 주류를 차지하는 북마케도니아에서는 총 인구의 1%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 가톨릭 신앙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소수의 가톨릭 신자들은 대부분 로마 가톨릭이 아니라 비잔틴 전례를 따른다.

로마 가톨릭의 경우 11세기부터 사제들에게 독신 의무가 부과됐으나, 비잔틴 전례를 따르는 가톨릭에서는 사제도 결혼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날 북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에서 교황을 만난 현지의 한 기혼 가톨릭 사제는 "결혼을 해 가족을 이루게 돼 더 좋은 사제가 될 수 있었다"며 "가족 내에서 물리적으로 아버지가 되는 것과 담당하고 있는 교구의 영적인 아버지가 되는 것이 '상호보완적'임을 경험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이뤄진 교황과 북마케도니아의 기혼 사제와의 만남은 이탈리아를 비롯해 서구 가톨릭 국가에서 사제 수가 급감해 문을 닫는 교회와 수도원이 점점 늘고 있는 터라 주목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제의 독신 의무 폐지 주장에 대해 지난 1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하면서도, 아마존 밀림 지대나 남태평양 섬 지역과 같은 오지에서는 사목적 이유로 기혼 사제를 허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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