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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상징과 은유로 완성되는 불안…영화 '서스페리아'

송고시간2019-05-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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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페리아'
'서스페리아'

[더쿱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탈리아의 공포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의 1977년작 '서스페리아'는 걸작 공포물로 평가받는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서스페리아'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동명의 1977년작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러나 독일의 한 발레학원을 젊은 미국인 무용수가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원작의 설정만 가져왔을 뿐 구아다니노 감독은 전혀 다른 영화를 탄생시켰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제75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공개됐을 때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리기도 했다.

극좌파 세력의 테러가 극에 달했던 1977년 독일 베를린. 유명 무용 아카데미의 무용수 패트리샤(클로이 모레츠 분)는 불안정한 상태로 정신과 의사 클렘페러의 사무실을 찾는다. 패트리샤는 "아카데미가 마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그들이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고 말한다. 클렘페러는 처음에는 패트리샤가 망상에 빠져있다고 생각하지만, 점차 무용 아카데미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된다.

'서스페리아'
'서스페리아'

[더쿱 제공]

한편 젊은 미국인 무용수 수지(다코타 존슨 분)는 자신의 꿈이었던 이 아카데미에 입단한다. 그곳에서 자신의 우상인 마담 블랑(틸다 스윈턴)의 지도를 받고 싶어서다. 처음부터 블랑을 포함한 교사들의 주목을 받은 수지는 단숨에 무용단의 주연 자리를 꿰차게 된다. 한편 패트리샤의 친구이자 수지의 단짝이 된 사라(미아 고스)는 아카데미 건물의 숨겨진 방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영화는 온갖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 있다. 1970년대의 페미니즘부터 분단된 독일, 나치즘, 원작 영화가 제작된 1977년의 베를린 상황까지 수많은 함의가 은유의 외피를 입고 영화 곳곳에 숨어있다.

여기에 압도적인 미장센이 더해졌다. 수지가 춤을 춤에 따라 몸이 뒤틀리는 다른 무용수의 모습은 물론이고 후반 30분의 붉은 화면은 눈을 뜰 수도 감을 수도 없게 만든다.

'서스페리아'
'서스페리아'

[더쿱 제공]

원작과 달리 무용 아카데미가 마녀들을 모시는 자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것은 처음부터 밝혀진다. 이들은 흑마술을 이용해 주변 인물로 나오는 남성들을 무력화시킨다. 마녀사냥이 자행되던 중세에는 무고한 여성들이 마녀로 몰려 처형당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가진 마녀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힘을 쓴다. 마녀라는 오컬트적 요소를 통해 이 영화의 여성 중심적 서사가 완성된 것이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여성이 가진 힘을 마법으로 나타냈다. 그는 "이 영화의 핵심적인 토대는 여성을 마녀와 비교한 여성 혐오라는 사상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알다시피 마녀라는 것은 중세 시대와 계몽주의 시대에 도입되면서 선입견을 낳았다. 교회와 공동체 사회에서는 독립적이거나 모임을 좋아하는 여자들, 혹은 혼자 다니는 여성이 마녀라는 사상을 퍼뜨렸고 실제로 마녀라고 낙인찍었다. 그래서 아예 자신을 마녀라고 칭하는 여자를 생각해냈다. 그러면 마녀로 몰려 희생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자신의 힘을 당당히 외치게 되니까"라고 말했다.

'서스페리아'
'서스페리아'

[더쿱 제공]

'한숨'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숨소리가 영화를 가득 채운다. 특히 수지가 주인공의 안무를 할 때는 그의 숨소리가 더욱 커진다. 숨을 쉰다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만이 할 수 있는 행위다. 아카데미 사람들이 모시는 '한숨의 마녀'를 위한 의식에 수지가 필요하고 인간의 몸짓만으로 완성되는 예술인 무용이 마녀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것 역시 의미심장하다.

감독은 첫 장면부터 관객을 불안하게 만들고자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는 불안하게 온갖 사물을 비추고 패트리샤는 클렘페러의 사무실을 정신 사납게 오가며 영어와 독일어로 중얼거린다. 시종일관 음침한 베를린의 분위기와 수지가 무용단에 온 이후로 꾸는 악몽 등은 쉴 틈을 주지 않고 관객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영화의 음악은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가 맡았다. 톰 요크의 음악은 불안함을 증폭시킨다.

마담 블랑 역을 맡은 틸다 스윈턴은 클렘페러 박사와 후반부에 등장하는 숨겨진 인물까지 1인 3역을 소화했다. 마담 블랑을 연기할 때의 그는 우아한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마녀의 추종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관객들은 그의 예술적인 열정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남성인 클렘페러 박사를 연기할 때의 스윈턴은 완벽한 독일어 억양을 구사하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서스페리아'
'서스페리아'

[더쿱 제공]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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