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미·이란 긴장 불똥 튄 이라크…또 새우등 터질까

송고시간2019-05-19 18:43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남의 전쟁터' 거부한다지만 중재 능력에 의문

"폼페이오 '이란과 충돌에서 빠져라' 메시지 전달"

이라크 국경수비대
이라크 국경수비대

[EPA=연합뉴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첨예해지면서 중동 지역에 드리운 '전운'에서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에 이라크가 가장 먼저 젖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벌이는 '파워 게임' 사이에 낀 이라크가 실재적 위기를 누구보다 실감 나게 체감하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는 15일 안전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이라크에 있는 자국 외교공관에서 필수 업무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무원에게 되도록 빨리 이라크를 떠나라고 지시했다.

독일과 네덜란드도 같은 날 같은 이유로 이라크군 훈련 지원 활동을 일시 중단했다.

바레인 정부는 18일 이라크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철수를 권고했고 여행 경보령을 내렸다. 이날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이라크 남부 유전에서 직원 전원을 철수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설'이 언론에서 공공연히 거론되면서 외부에서 위험해졌다고 보는 곳은 정작 당사국인 이란이 아니라 이라크가 된 셈이다.

미국이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무장조직을 통해 이란이 미국과 그 우방의 국민, 시설 등을 공격하고 사주할 가능성을 매우 크게 보는 탓이다.

미국과 이란이 실제 충돌한다면 그 전장은 일단 이라크가 되리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이라크는 여러 종교와 종파가 혼합된 곳으로, 그 가운데 이슬람 시아파가 최대 종파다.

종교적으로 시아파 맹주 이란과 가까울 뿐 아니라 국경을 맞댄 지리적 인접국이자 경제 교류도 활발하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수니파)이 축출당하자 후세인 정권의 핍박을 피해 이란에 신세를 졌던 시아파 정파가 그 공백을 메웠다.

미국의 승전으로 오히려 적성국 이란이 이득을 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앞)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앞)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석유 자원이 풍부하고 중동 한복판에 있는 이라크는 문명이 발상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외풍이 잦을 날이 없었다.

최근 30년만을 되돌아보면 이라크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곳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이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라크는 중동 패권을 두고 다투는 세계열강이 개입한 전쟁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1980년부터 8년간 미국의 지원으로 벌인 이란과 8년 전쟁, 1990년과 2003년 두 차례 걸프 전쟁으로 미국은 사실상 이라크를 통제하게 됐다.

2003∼2011년 미 군정을 거쳐 이라크 정부가 재건됐지만 이 기간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무장조직, 후세인의 잔당과 강경 수니파 무장조직, 주이라크 미군이 벌이는 내전이 이어졌다.

2014년부터 3년여간 이라크는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와 전쟁을 벌였다.

미국과 이란에 모두 지원을 받은 IS와 전쟁은 주권 국가로서 이라크의 위상이 흔들린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IS 사태 초기 오합지졸 수준이던 이라크 정규군을 대신했던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의 활약은 이란이 테러리즘 소탕이라는 정당한 명분으로 이라크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 발판이 됐다.

시아파 민병대 출신으로 구성된 정파는 지난해 총선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IS 사태가 진정되면서 어느 정도 전열을 갖춘 이라크 정부는 중동에서 자신의 위치를 '중재자'로 설정하려고 한다.

미국과 사우디, 이란을 부지런히 오가면서 경제적 실리를 챙기면서 이들의 패권 경쟁에는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하게 천명했다.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올해 2월 기자회견에서 "이라크가 다른 나라의 전쟁터가 되는 상황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라면서 "우방인 이란, 미국에 '이라크는 모두와 우호를 맺는 국가'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EPA=연합뉴스]

그러나 이라크를 둘러싼 팽팽한 긴장은 압둘-마흐디 총리의 바람대로 이라크가 둘 사이에서 '등거리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순순히 놔둘지는 의문이다.

임계점을 향하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을 고려했을 때 이라크 내 미국인 또는 미국 시설, 군기지를 겨냥한 공격이 실제 벌어진다면 그 규모와 관계없이 이라크에서 양측이 본격적으로 군사 충돌하는 뇌관이 될 수 있어서다.

이라크의 정치·외교적 수사와 다르게 이런 군사 충돌이 자국 내에서 발생하면 이라크 정부가 과연 진화할 능력이 있을지엔 의문을 다는 전문가들이 대다수다.

18일 AP통신은 이달 8일 독일 방문을 취소하면서까지 이라크를 갑자기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라크 관리 2명은 AP통신에 "폼페이오 장관은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이란의) 위협을 이라크에 전달했다"라며 "그는 '이란과 충돌할 때 이라크가 미국의 편에 서기를 기대하지 않지만 미국을 등져서도 안 된다. 즉 빠져있어라'라는 메시지를 이라크 정부에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hskang@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