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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고 피싱] 대(大)광어의 계절…짜릿한 손맛과 입맛

송고시간2019-06-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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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해마다 봄이면 충남 보령시에 있는 오천항은 '바다낚시를 좀 아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광어의 시즌이 왔기 때문이다.

그냥 광어가 아니다. 대(大) 광어다. 크기가 월등히 큰 광어들이 낚이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여성 낚시인 김하련 씨가 광어를 잡아 올리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여성 낚시인 김하련 씨가 광어를 잡아 올리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겨울철 주춤했던 광어가 보령 앞바다에서 낚이기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여성 낚시인 김하련 씨와 함께 새벽 어스름을 뚫고 보령시 오천항 바로 옆의 한 낚시점으로 갔다. 요즘 바다낚시는 대부분 앱을 통해 예약한다.

예약한 사람들이 모여 그날 낚시를 함께 할 선장과 승객들과 인사하고 승선명단을 작성하는 곳이다. 오천항에 도착해 보니 낚싯배 '박찬호'가 기다리고 있다.

충청도의 야구영웅 박찬호에서 이름을 따 왔다고 한다. 10여명이 배에 승선하고 낚시가방을 싣고 떠나려는 순간, 걸림돌이 하나 발생했다.

일행 중 누군가가 신분증을 빠뜨리고 온 것이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연거푸 하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다행히 집이 인근이어서 1시간쯤 기다린 뒤 신분증을 갖고 나타났다. 배낚시는 신분증 지참이 필수다.

떠오르는 해를 뒤로하고 오천항을 출발한 배는 곧장 서쪽으로 내달렸다.

늦은 출발로 애가 타는 것은 선장이다. 낚싯배의 거친 기관음이 선장의 속마음 같다.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싶어 선실로 내려가 쪽잠에 빠졌는데 어느새 배가 멈춘다. 올라가 보니 삽시도 인근 해상이다. 이미 배 10여 대가 이곳저곳을 오가며 부지런히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작은 구간이지만 배가 엄청나게 몰려 있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주말이 되면 오천항에서 출발하는 배만 해도 100여 척이 넘는다.

오천항 떠나는 낚싯배 [사진/성연재 기자]

오천항 떠나는 낚싯배 [사진/성연재 기자]

◇ '삑'에 내리고 '삑삑'에 올리고

배낚시를 하려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속도를 낸 배는 포인트에 도착하자마자 '삑'하는 짧은 소리를 낸다.

선장이 스피커를 통해 경적음을 전달한 것이다. 한번 '삑'에 낚싯대를 내리고 '삑삑'에 낚싯대를 올리는 시스템이다.

눈치 없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가는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지도 모른다.

조과(釣果·낚시로 고기를 낚은 성과)가 없으면 선장이 바로 포인트를 이동하기 때문이다.

보통 선장 한 명이 활용하는 포인트는 2천여곳이 넘는다고 한다. 몇 군데를 돌자 곧바로 어신(魚信)이 들어왔다.

노래미와 우럭 등 다양한 물고기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입질이 끊기면 배는 바로 이동을 했다. 이런 형태의 배낚시는 초보자들도 가장 쉽게 낚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오천항에서 17㎞가량 떨어진 삽시도 인근의 포인트들을 훑다가 입질이 끊기자 호도 근처로 이동했다.

호도는 오천항에서 27㎞ 서쪽 해상에 자리 잡은 비교적 작은 섬이다. 그러나 호도 근처에서는 전혀 어신을 받지 못했다.

배가 조금 더 먼 바다로 나가는 듯했는데 호도 뒤편의 무인도인 분점도 인근이다. 분점도와 그 위쪽에 있는 작은 암초 사이에 흐르는 빠른 물살이 눈에 띈다.

이곳에 다시 배를 멈추고 낚시를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나 물살이 센지 분점도와 암초 사이에 여울이 질 정도다.

마치 계곡의 여울처럼 거세다. 누군가가 조용히 릴링을 시작하며 짧게 한마디를 지른다. "히트!" 고기를 잡았다는 것이다.

사이즈가 큰 광어 한 마리를 잡은 것이다. 광어가 물 깊은 곳에서 올라와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사이즈 좋은 광어 한 마리가 올라왔다. 광어는 잡자마자 양동이로 직행한다. 통 위로는 바닷물이 계속 공급된다. 물고기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바닷물이 공급된다. [사진/성연재 기자]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바닷물이 공급된다. [사진/성연재 기자]

◇ 신선하고 고소한 즉석 회

어느새 점심때가 됐나 보다. 바다 한가운데 배를 멈춘 선장이 뒤쪽으로 승객들을 부른다. 가보니 소박하지만 배 위에서 나올 수 있는 최상의 메뉴가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선장이 어느 틈에 잡힌 물고기들을 이용해 '회 정식'을 내놓았다.

회 정식이라고 해봤자 마른반찬 몇 가지와 회 몇 접시지만,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오찬이다.

해산물 가운데 신선도를 가장 많이 따지는 것이 회다. 그 기준으로 보면 최상의 회를 먹은 셈이다.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분점도 뒤쪽으로 100m 정도를 더 돌아들어 간 포인트.

마침내 함께 한 여성 낚시인 김씨가 환호성을 지른다. 광어를 잡은 것이다.

광어는 무는 순간 강하게 낚싯대를 친다. 사이즈가 제법 괜찮다. 얼핏 봐도 80㎝ 가까이 돼 보인다.

그녀는 "대광어를 잡고 소원 성취를 했다"며 아주 좋아한다. 사실 고기 종류에 대광어라는 종류는 없다.

다만 사이즈가 아주 큰 것들을 그렇게 부를 뿐이며 주관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이후 광어 몇 마리씩과 노래미, 우럭 등은 곧잘 잡혔다.

양동이를 가득 채워 배는 오천항으로 돌아왔다.

광어 낚시에 흠뻑 빠진 낚시인 [사진/성연재 기자]

광어 낚시에 흠뻑 빠진 낚시인 [사진/성연재 기자]

입항 후에는 낚시인들끼리 고기를 나눠 갖고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신이 잡은 고기를 정확하게 기억하기는 힘들지만 대체로 불만이 없이 나눠 가지는데, 모르는 승객들이 탄 배에서는 가끔 얼굴을 붉힐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음날 오전에는 인근을 다니며 우럭을 낚았다. 고객들과 환경 등에 따라 낚시 코스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날의 포인트는 주로 아래쪽으로 길게 죽 내려온 태안반도와 그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원산도, 그리고 육지 쪽 보령항 사이의 삼각지점이었다. 현지인들은 이곳을 '이스라지'라고 한다.

서해권에서는 조류의 흐름이 비교적 약한 지점이다. 이곳은 의외로 수심이 깊다. 던져봤더니 한참 내려가서 바닥에 닿는 느낌이 든다.

30∼40m가량의 수심이 나왔다. 이 포인트는 속칭 '우럭 밭'이다. 이름 그대로 배가 멈출 때마다 우럭이 곧잘 올라왔다.

그런데 웬걸 우럭 밭에서 사이즈 좋은 광어 한 마리가 또 나온다. 바다낚시에서 가장 흔히 잡히는 것은 우럭이다.

노래미나 우럭 다음이 광어, 그다음이 참돔이며, 가장 귀한 건 농어다.

파이팅이 넘치는 농어는 낚시인의 체력과 기술이 모두 출중해야 낚을 수 있는 물고기다.

그러나 우럭이나 노래미보다 고급어종으로 여겨지는 광어는 그런 기술과 체력이 없는 초심자도 낚을 수 있다.

원산도 쪽에 못 보던 다리가 하나 보인다. 원산도와 안면도를 잇는 다리다. 임시 개통된 다리는 현재 현지 주민들만 오갈 수 있다.

실제로 차량이 오가는 것이 보였다. 곧 일반인 상대로도 개통한다고 한다.

오후에 물때가 만조가 되면서 입질이 뚝 끊기자 철수했다.

◇ 채비

다운샷 채비 [사진/성연재 기자]

다운샷 채비 [사진/성연재 기자]

낚시는 채비가 7할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대로 된 채비를 선택하느냐 아니냐가 조과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광어낚시에는 '다운샷' 채비가 주효하다. 다운샷이란, 추가 아래쪽에 자리 잡고, 낚싯바늘이 30㎝가량 위쪽에 떠 있는 채비다.

그러니까, 낚싯바늘이 바닥 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짝 떠 있는 상태다. 광어나 노래미, 우럭 등이 먹이활동을 하는 높이에 맞춘 셈이다.

다운샷 채비를 내리면 바닥에 '콩' 하면서 추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때 릴을 멈춘 뒤 느슨하지 않게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이번 낚시를 통해 잡힌 물고기들은 대부분 이른바 '고추장 루어'를 물고 나왔다. 고무 재질의 하얀 몸체에 물고기 얼굴 쪽만 빨간색이어서 이와 같은 애칭을 얻었다.

굳이 징그러운 지렁이 등 생미끼를 쓰지 않더라도 고기가 있는 곳이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조과는 고추장 루어뿐 아니라, 참돔 지그의 일종인 속칭 '타이라바'라고 불리는 인조미끼에도 잘 나왔다.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동그란 얼굴 형태에 문어와 같은 형태를 가진 이 인조미끼는 광어 낚시뿐만 아니라 농어낚시 등 바다낚시에 전천후로 쓰이는 미끼다.

그러나 이런 지식이 없는 초심자들의 경우 주로 생미끼를 사용한다. 중·고수 낚시인들은 루어낚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고추장 루어 [사진/성연재 기자]

고추장 루어 [사진/성연재 기자]

이제 낚시도 디지털화했다. 앱을 통해 바다낚시 예약을 하는 시스템이다.

전국의 낚싯배가 예약 앱과 연결돼 있다. '마도로스'와 '물반고기반' 등 다양한 낚시 예약 앱이 있다.

마도로스의 경우 직영 낚싯배가 전국에 16대가 있다. 또, 일정 비용을 내면 렌털용 낚싯대를 빌려주고 다운샷 채비를 해준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초보자들이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다. 바다 배낚시 비용이 투명해진 것이다.

◇ 안전이 최우선

구명조끼는 필수 [사진/성연재 기자]

구명조끼는 필수 [사진/성연재 기자]

바다에 떠 있는 동안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 춥다고 해서 구명조끼 위에 외투를 걸쳐도 안 된다.

귀찮더라도 반드시 외투 위에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 또 바다에서는 선장뿐만 아니라 승객들도 술을 마시면 처벌을 받는다.

맛깔스러운 회 한 접시에 소주 한 잔을 걸치고 싶은 욕구가 일더라도 참아야 한다.

해양경찰은 구명조끼 미착용, 낚시객 초과 승선, 위치 발신 장치 미작동, 승객 신분 미확인, 영업구역위반 등을 5대 안전 위반 행위로 규정하고, 연중 상시 단속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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