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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in제주] 백록담서 나무꺾어 밥해먹다 이제는 탐방예약제 추진

송고시간2019-05-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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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12월 시범 운영후 2020년부터 본격 시행

한해 100만명 안팎 방문에 시달리는 한라산…흡연·음주 등 불법행위 연중 단속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최근 제주 한라산 성판악 입구 부근에서 30∼40여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 더미가 발견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쓰레기 더미에서는 한일소주병, 라면 봉지를 비롯해 하얗게 탈색된 연탄까지 지금의 기준으로는 용납이 되지 않는 물품들이 대거 나왔다.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지만 몇십년 전만 해도 한라산 산정호수 백록담에서 주변 나무를 꺾어 밥을 지어 먹고, 물웅덩이에서 빨래도 하고 수영도 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이자 국립공원, 유네스코 3관왕인 세계인의 보물 '한라산' 탐방문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라산 산정호수 백록담의 비경[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라산 산정호수 백록담의 비경[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16호 태풍 '산바'가 제주지방에 많은 비를 뿌리고 간 뒤 모처럼 물이 가득 찬 한라산 백록담이 산정호수의 비경을 보여주고 있다. 2012.9.20. khc@yna.co.kr

1960년대 백록담에서 열린 철쭉제에 참가한 인파
1960년대 백록담에서 열린 철쭉제에 참가한 인파

[제주도 발간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 갈무리]

◇ 백록담서 취사에 수영까지…담배꽁초로 화재 나기도

제주도가 발간한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에는 1960년대 봄철 한라산 백록담에서 철쭉제가 열렸을 때의 사진이 실려 있다.

이 사진에는 지금은 정상부 나무 데크 위에서 바라봐야 하는 백록담 안에 수많은 사람이 빼곡히 들어찬 모습이 담겨 있다. 백록담 진입이 금지된 지 40여년 지난 지금 보면 너무도 낯선 모습이다.

철쭉제 참가자들은 백록담 안에서 야영하며 주변 나무를 꺾어 밥을 지어 먹기까지 했다.

당시 철쭉제에 참가하려는 탐방객은 5만∼6만명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백록담에서의 철쭉제는 10년간 이어졌다.

1970년대만 해도 백록담 물웅덩이에서 수영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백록담에서 수영하다가 익사하는 사람도 종종 나올 정도였다.

그 당시 신문에는 하루에 백록담 주변에 텐트 80여개가 있었다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백록담에 채소밭을 만들고 백록담 물로 목욕하고 빨래도 했다는 등의 기록도 있다.

이런 행태 속에 백록담을 비롯해 한라산 곳곳은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한라산 성판악 입구에서 발견된 수십년 전 한일소주병
한라산 성판악 입구에서 발견된 수십년 전 한일소주병

[연합뉴스 자료사진]

또한 한라산에 오르면서 가방에 술을 넣어 가는 이들도 흔했다.

한라산 성판악 입구에서 30년 전 단종된 한일소주병이 우르르 나오고, 지금은 폐쇄된 남벽등반로에서 역시 지금은 단종된 OB 크라운맥주 캔이 보이기도 하는 것을 보면 미뤄 짐작이 가능하다.

2000년 2월에는 영실 코스에서 한 20대 남성이 과다 음주로 인사불성이 돼 한라산국립공원 직원과 119대원이 출동해 하산 조치하는 일까지 있었다.

산불로 까맣게 탄 한라산[연합뉴스 자료사진]
산불로 까맣게 탄 한라산[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24일 오전11시53분께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 해발 1450m 사제비오름에 불이 나 인근지역 2.0㏊를 태우고 2시간여만에 꺼졌다. 사진은 화재 진압 후 까맣게 그을린 한라산 사제비오름 인근 모습. 2012.4.24 <<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 atoz@yna.co.kr

한라산 등반중 흡연은 지금도 근절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라산에서는 1988년에는 해발 1천300여m 사라오름 남쪽에서 등반객이 버린 담뱃불이 원인으로 보이는 불이 나 7㏊가 소실됐고 2012년 4월 24일에도 해발 1천450m 사제비오름 인근에서 불이 났는데, 이때도 원인은 누군가가 버린 담뱃불로 추정됐다.

한라산에서는 아직도 한해 수십명이 흡연하다 적발된다.

최근 한라산국립공원 자연공원법 위반 적발 현황을 보면 2017년에 99건, 2018년에 124건이 적발됐으며 올해 들어서도 1∼4월 74건이나 적발됐다.

유형별로 보면 흡연이 2017년 48건, 2018년 76건, 2019년 4월 현재 66건으로 가장 많다.

자연상태로 돌아간 한라산 돈내코등산로[연합뉴스 자료사진]
자연상태로 돌아간 한라산 돈내코등산로[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1994년부터 등반객 출입을 통제하는 자연휴식년제가 실시되면서 자연상태에 가까운 환경으로 변화된 한라산 돈내코 등산로. - 지방기사 참조- ≪제주도 제공≫
ksb@yna.co.kr

◇ "훼손 막아야"…불법행위 연중 단속, 탐방예약제도 추진

탐방객 증가에다가 무분별한 탐방 행태로 인해 한라산 곳곳이 파괴되자 제주도는 산지 훼손과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갖가지 대책을 추진해왔다.

1970년대 들어 탐방객들로 인해 산 곳곳이 몸살을 앓자 도는 1976년 8월 한라산 보호 캠페인과 단속, 관리기구 일원화 등의 내용을 담은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1977년에는 백록담에 감시원을 상주시키기 시작했고, 1978년부터는 백록담 화구 출입을 막고 백록담에서의 취사·야영을 금지했다. 정해진 코스 이외의 입산 행위도 단속하기 시작했다.

1988년부터는 계절별 입산 허용시간을 정해 모든 등반객이 입산 당일에 하산하도록 하고, 야영을 금지했다.

훼손이 심한 일부 코스에서는 자연휴식년제를 운영하고 있다.

1986년에는 도가 윗세오름에서 서북벽을 거쳐 정상까지 가는 코스를 폐쇄했다. 대신 윗세오름에서 남벽을 거쳐 정상을 가는 남벽 코스를 개방했으나, 이마저 심하게 훼손돼 개설 8년 만에 통제돼 지금까지 개방되지 않고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 전 구역 '흡연금지'[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라산 국립공원 전 구역 '흡연금지'[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지난 1일부터 한라산 국립공원 전 구역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지난해까지는 흡연이 허용됐던 탐방로 주차장, 화장실, 관음사 야영장, 공원구역 차도 등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다. 사진은 한라산 성판악 코스 입구에 걸린 흡연금지 계도용 현수막. 2013.1.2 << 지방기사 참조 >> atoz@yna.co.kr

무분별한 탐방 행태에 대한 단속은 연중 계속해서 이뤄진다.

특히 탐방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봄철을 맞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6월 말까지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단속 대상은 지정된 탐방로 외에 샛길을 통한 무단입산, 희귀식물 채취 행위, 흡연·취사 등 화기 취급 행위 등이다. 적발 시 자연공원법에 따라 최고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근에는 한라산 훼손을 줄이고자 탐방객 수를 적정선으로 제한하는 '탐방예약제'도 추진되고 있다.

한라산 탐방객은 1974년 2만3천466명에서 1990년대 들어 50만명 선으로 접어들었고, 2010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이후 한해 100만명 안팎이 찾고 있다. 1974년부터 지금까지 총 탐방객 수는 약 2천400만명에 달한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오는 10∼12월 탐방예약제를 시범 운영한 뒤 2020년부터 본격 시행한다. 실시 구간은 성판악·관음사 탐방로에서 정상까지 구간이다.

만설 한라산 백록담[연합뉴스 자료사진]
만설 한라산 백록담[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5일 오전 제주 한라산 백록담이 만설을 이뤄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2017.1.25 jihopark@yna.co.kr

한라산은 1966년 10월 12일 천연기념물 제182호로 지정됐고, 1970년 3월 16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어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으면서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보물이 됐다.

한라산 등산로는 어리목(6.8㎞), 영실(5.8㎞), 성판악(9.6㎞), 관음사(8.7㎞), 돈내코(7.0㎞) 등 5개다.

이 중 현재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성판악과 관음사 2개뿐이다. 나머지 3개 코스는 모두 남벽 분기점까지만 등산이 가능하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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