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트럼프 덕에 주목받는 일본 전통씨름 '스모'

송고시간2019-05-26 13:54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덕분에 일본 전통 국기(國技)인 스모(相撲)가 전 세계에 한층 알려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오후 도쿄 료고쿠(兩國) 국기관에서 오즈모(大相撲) 나쓰바쇼(夏場所) 우승자인 아사노야마 히데키(25·朝乃山英樹)에게 자신의 이름이 붙은 특별 우승배인 트럼프배(杯)를 직접 주는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이를 계기로 스모는 자연스럽게 전 세계 언론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스모는 서기 734년 궁중에서 일왕이 관전한 대회가 열렸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일본의 전통씨름이다.

도효(土俵)로 불리는 지름 4.55m의 원형 경기장 안에서 두 사람이 밀어내기 등 다양한 기술을 써가며 힘을 겨룬다.

발바닥이 아닌 신체 부위가 바닥에 닿거나 도효 바깥으로 밀려나면 패한다.

'리키시'(力士)로 불리는 거구의 스모 선수들이 마와시(回し)라는 샅바만 달랑 걸치고 경기를 펼치는 것이 외국인의 눈에는 이색적으로 비칠 수 있다.

리키시는 스모협회에서 월급을 받는 일종의 샐러리맨이다.

최고 등급인 요코즈나(橫網)는 월급 280만여엔 외에 상여금과 수당 등을 합쳐 연봉이 4천500만엔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경기를 벌일 때마다 기업 등이 거는 상금 중 일정액을 배당받는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사노야마 선수가 25일 도쿄 료고쿠 국기관에서 열린 나쓰바쇼 14일째 경기에서 고에이도 선수와 힘을 겨루고 있다. 아사노야마는 이날 고에이도를 꺾고 이번 대회 통산 12승 2패를 기록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사노야마 선수가 25일 도쿄 료고쿠 국기관에서 열린 나쓰바쇼 14일째 경기에서 고에이도 선수와 힘을 겨루고 있다. 아사노야마는 이날 고에이도를 꺾고 이번 대회 통산 12승 2패를 기록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스모는 1868년의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한때 쇠퇴했다가 청일전쟁(1894~1895) 무렵부터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1909년 도쿄 료고쿠(兩國)에 국기관(國技館)이 처음으로 세워졌다.

스모 대회 가운데 일본스모협회가 주관하는 프로 선수들의 챔피언 결정전이 '오즈모'다.

오즈모는 매년 도쿄에서 3차례, 지방에서 3차례 등 1년간 6차례에 걸쳐 한 번에 보름 동안 열린다.

일본 공영 NHK 방송은 오후에 펼쳐지는 전 게임을 생중계한다.

오즈모는 대회마다 고유 이름이 있는데, 1월 도쿄에서 열리는 첫 대회를 하쓰바쇼(初場所, 이하 개최지)라고 한다.

이 밖에 3월의 하루바쇼(春場所, 오사카), 5월의 나쓰바쇼(夏場所, 도쿄), 7월의 나고야바쇼(名古屋場所, 나고야), 9월의 아키바쇼(秋場所), 11월의 규슈바쇼(九州場所, 후쿠오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일본 국빈방문 중에 나쓰바쇼의 센슈라쿠(千秋楽) 관전 일정을 잡았다.

'흥행의 최종일'이라는 의미인 센슈라쿠는 15일간 이어지는 오즈모 대회의 마지막 날 경기를 일컫는다.

통상 센슈라쿠에서 15일간 경기 성적에 따라 최종 우승자가 결정된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센슈라쿠 전날인 25일 우승자가 확정되는 바람에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이번 나쓰바쇼에서 2패에 그쳐 단독 수위를 달리던 아사노야마가 14일째 경기에서 오제키(大關)인 고에이도(豪栄道)를 요리키리(寄り切り, 샅바 잡고 밀어내기) 기술로 꺾고 12승 2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사노야마가 고에이도 선수를 요리키리 기술로 도효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사노야마가 고에이도 선수를 요리키리 기술로 도효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반면에 3패의 성적으로 바짝 뒤쫓던 요코즈나 가쿠류(鶴竜)는 1패를 더하는 바람에 아사노야마의 우승이 그대로 확정됐다.

긴키(近畿)대 스모부 출신인 아사노야마는 187㎝의 키에 177㎏의 몸무게로 '인간산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스모 선수 치고는 큰 몸집은 아니지만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2016년 하루바쇼에서 요코즈나를 포함한 상위 10등급 가운데 아래에서 3번째인 산단메(三段目) 중에서도 최하위(100위) 선수로 데뷔한 지 3년여 만에 오즈모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스모는 리키시의 복잡한 계급 체계도 큰 특징으로 꼽힌다.

통산 성적 등을 기준으로 부여하는 리키시 중 최고 등급은 이번에 우승을 놓친 가쿠류 선수가 보유한 요코즈나다.

외국인 선수도 요코즈나에 오를 수 있는데, 미국인 중에는 하와이 출신인 아케보노 다로(曙太郎·50)가 유명하다.

외국인 최초로 요코즈나 타이틀을 얻은 아케보노는 1993년 3월부터 2001년 1월까지 요코즈나 지위를 유지하다가 성적 부진으로 은퇴했다.

요코즈나 다음 계급이 동편과 서편에 각각 두도록 돼 있는 오제키(大關), 세키와케(關脇), 고무스비(小結), 마에가시라(前頭) 등인데, 고무스비까지를 산야쿠(三役)라고 한다.

아사노야마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서편 마에가시라의 8번째 서열에 있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우승배를 받는 영광을 안았다.

일본 언론은 산야쿠(三役) 경험이 없는 선수가 오즈모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58년 만이라고 전했다.

parksj@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