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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외상 진앙은 해마의 맨 아래쪽 부위"

송고시간2019-05-2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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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보스턴대 연구진 보고서… PTSD, 우울증 치료 '청신호'

두려운 기억으로 활성화된 생쥐의 해마 세포(밝은 녹색)
두려운 기억으로 활성화된 생쥐의 해마 세포(밝은 녹색)

[보스턴대 라미레스 그룹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대뇌피질 아래 관자엽 안쪽의 변연계에는 기억을 보관하는 '금고' 같은 것이 있다.

열대 견과류 '캐슈'를 닮은 해마(hippocampus)다. 해마는 학습·기억·인식 등에 관여하고 감정 행동과 운동을 일부 조절한다.

해마의 크기는 지름 1cm, 길이 5cm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억과 관련된 모든 환경적, 감정적 정보는 해마의 세포 조합 안에 있다.

이런 해마가, 기억이 정신에 미치는 감정적 격동을 제어한다는 사실을 미국 보스턴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나쁜 기억을 떨쳐내지 못해 고통받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우울증, 불안증 등의 잠재적 치료 경로를 해마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 보스턴대의 스티브 라미레스 심리 뇌과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26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에 따르면 연구팀은, 해마의 맨 아래쪽과 맨 위쪽 부위의 제어 기능이 서로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연구팀은 먼저, 활성 세포에서 빛을 내는 녹색 형광 단백질을 생쥐의 해마에 주입하고, 새로 형성되는 기억의 내용에 따라 어떤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광유전학(optogenetics) 기술로 관찰했다.

레이저 광선으로 생쥐 해마의 맨 아래쪽 기억 세포를 자극하면, 지속적인 공포·불안과 연관된 행동 변화가 그대로 전해져 부정적 기억이 더 나빠졌다.

이는 기억이 감정을 뒤흔들어 심신에 충격을 주면, 해마의 맨 아래쪽 부위가 과민반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이 부위의 과민반응을 억제할 수 있으면 PTSD와 불안증 등의 치료법 개발도 가능하다는 걸 의미한다.

반대로 해마의 맨 위쪽 기억 세포를 자극하자 나쁜 기억의 감정적 충격이 약해지고 정신적 외상도 완화됐다. 이렇게 해마의 위쪽 부위를 자극하는 건, 효과적인 노출 치료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보고서의 수석저자인 라미레스 교수는 "인간과 생쥐의 뇌는 물론 다르다"면서 "하지만 인간과 생쥐의 뇌에서 기억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서로 비교하면, 인간의 뇌에서 기억이 정신 건강에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와 과정을 (생쥐의 뇌에서) 알아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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