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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전실·사업지원TF·합병…삼바 자료삭제 키워드 주목

송고시간2019-05-2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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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의혹보다 경영 관련 키워드가 삭제 과정서 더 많이 등장

핵심 문건 작성주체 '미전실'서 '삼바'로 바꾸기도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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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부회장, 미래전략실, 매입, 지분매입, 경영수첩'

2018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시화하자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가 직원들에게 관련 자료삭제를 지시하며 제시한 키워드다. 숨기고 싶은 단어를 골라낸 셈이다.

'바이오젠, 콜옵션, 상장' 등 분식회계 의혹과 연관된 키워드보다 삼성그룹 경영권과 관련된 키워드가 더 많이 포함된 점을 법조계에선 주목한다.

증거인멸에 가담한 삼성 임직원들을 줄줄이 구속하며 포문을 연 검찰 수사 역시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을 향하고 있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을 통해 입수한 양모 에피스 상무의 공소장에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관련한 증거인멸 작업을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주도한 점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사업지원TF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해체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후신으로 여겨진다.

공소장에 따르면 사업지원TF가 본격적으로 증거인멸 작업에 개입한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의 콜옵션 관련 부실 공시가 '고의'라고 의결하면서 검찰 수사가 가시화한 시기다.

사업지원TF는 삼성그룹 내 IT 보안 전문조직인 보안전진화TF 소속 임직원을 인천 송도 에피스 본사에 보내 직원 30여명의 컴퓨터를 하나하나 점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삭제 검색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약어인 'JY'를 비롯해 'VIP·사업지원TF·전략1팀·실장·중장기·운영' 등으로 한층 구체화됐다. 전략1팀은 미래전략실의 핵심 조직이었으며 당시 미래전략실을 이끌 던 인물이 최지성 '실장'이었다.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삼성전자 부사장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삼성전자 부사장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관한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김 모 부사장이 2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5.24 jjaeck9@yna.co.kr

직원 휴대전화에서도 SNS·이메일·인터넷 검색 기록을 점검해 '콜옵션·JV(조인트벤처)·사업지원TF·합병·JY·부회장' 등을 삭제했다. 역시 분식회계 자체와 관련된 내용보다 이재용 부회장 및 삼성그룹 경영과 관련된 검색어가 많다.

지속적으로 삭제 검색어에 포함된 '경영수첩'의 경우 2012년 1월 삼성바이오 재경팀에서 작성한 보고 문건으로, 콜옵션 관련 내용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지난 1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행정소송 항고심에서 삼성바이오가 "회계법인에 2012년부터 콜옵션 존재 내역을 통보했기에 회계법인들이 콜옵션의 존재를 모를 수 없었다"며 제시한 문건이다.

문제가 될 만한 검색어가 포함된 파일들은 영구 삭제 프로그램인 'QNA'로 삭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 말엔 에피스 재경팀의 공용 폴더에 저장됐던 '부회장 통화결과', '상장계획 공표 방안' 등 1GB 상당의 파일 2천156개도 삭제됐다.

삼성바이오가 금융감독원 감리를 받는 과정에서 주요 문서를 위조한 뒤 제출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당 문서는 미래전략실 산하에 있던 바이오사업팀이 작성한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으로, 구속기소 된 에피스 임원은 문서 작성자를 '(미래전략실) 바이오사업팀'에서 '(삼성바이오) 재경팀'으로 바꾼 뒤 제출했다.

표지 목차 중 '합작 시 주주별 기대효과' 부분을 원문에서 삭제하고, 이 내용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목차와 페이지 수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전략실 지우기'에 나선 셈이다.

검찰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증거인멸은 물론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유리하게 하기 위한 분식회계, 합병 작업을 주도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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