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물거품 된 '인보사'의 꿈…기업 도덕성·부실검증 '도마 위에'

송고시간2019-05-28 15:32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인보사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29번째 국산 신약'서 퇴출

식약처, 바이오의약품 안전관리 강화 방침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이 내놓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가 28일 시장에서 퇴출당하면서 생명을 다루는 제약바이오기업 도덕성 문제와 허가 당국의 부실 검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신약허가를 받기 위해 허위로 자료를 제출하고 허가 전후 의약품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고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를 보고하지 않아 고의로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제약바이오기업으로서 신뢰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허가심사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한 식약처 역시 부실검증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인보사가 개발 초기부터 정부 지원을 받았고, 허가 과정 역시 석연치 않다며 제역할을 하지 못한 식약처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날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유래세포)로 확인됐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진 데 따라 허가를 취소하고 회사는 형사고발 한다"고 밝혔다.

식약처,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허가취소·형사고발 / 연합뉴스 (Yonhapnews)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gfJKEB-cZ9A

약사법은 ▲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의약품의 등록, 변경 등록 또는 변경 보고를 한 경우 ▲ 원료의약품의 변경 등록이나 변경 보고를 하지 않은 경우 ▲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줬거나 줄 염려가 있는 의약품과 그 효능이 없다고 인정되는 의약품을 판매한 경우 등에 해당하면 의약품 허가를 취소하도록 한다.

이로써 인보사는 2017년 7월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이자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받은 지 약 22개월 만에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29번째 국산 신약 자리도 반납하게 됐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주사액이다. 조사결과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드러나 허가가 취소됐다.

293유래세포는 세포 특성상 종양(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금까지 인보사를 투여받은 3천707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부작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그동안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된 내용과 다른 의약품을 판매해온 것은 명백한 약사법 위반이라며 인보사를 즉각 허가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또 식약처에 대해서는 부실검증 등의 이유로 특별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인보사는 부실한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400억원의 지원을 받았다"며 "코오롱이 대국민 사기를 벌였다면 식약처가 검증해야 하는데,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식약처의 자문 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약 두 달여 만에 '불허'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데 대한 의혹이 제기돼왔다.

중앙약심은 2017년 4월 1차 회의에서는 "인보사가 연골재생(구조개선) 효과는 없는데 신약 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내놓다가 두 달 뒤인 6월 2차 회의에서는 허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한 달 뒤인 2017년 7월 인보사는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받았다.

당시 식약처는 "무릎 골관절염 치료를 위한 유전자치료제로서는 첫 허가"라며 "2014년부터 바이오 업체의 개발을 지원해 온 '마중물사업'을 통해 품질관리 기준 설정 등에 대한 밀착 상담을 받아 개발과정 중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식약처가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의 성과를 내고자 허가에 속도를 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식약처는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허가심사 특성상 어쩔 수 없었다면서도 안팎에서 불거지는 책임론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전 세계 의약품 허가관리 시스템이 대부분 서류 검토에 의존하고 있다"면서도 "개발단계에 대한 검증이라든지 검토가 조금 미비했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철저히 들여다보고 인보사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겠다"며 "(내부 직원 징계나 책임 범위 등은) 저희도 자체 점검을 해야겠지만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추이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인보사 사건을 계기로 회사가 제출한 자료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전주기 안전관리체계를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세포의 기원, 개발 경위 등을 관리하고 세포의 채취와 처리, 보관, 공급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품질관리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시험자료에 재검증이 필요한 경우 최신 시험법으로 다시 시험하도록 하고, 중요한 검증 요소는 식약처가 직접 시험하기로 했다. 식약처가 인보사 허가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에서 제출한 자료만 확인해 이러한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빗발친 데 따른 조치다.

jandi@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