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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기생충'으로 주목받은 '근로표준계약' 어디까지 왔나

송고시간2019-05-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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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투자배급사 개봉 영화 80% 이상 체결…저예산 영화는 여전히 사각지대

황금종려상 들어보이는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황금종려상 들어보이는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영종도=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2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취재진에게 황금종려상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9.5.27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제작진과 일일이 근로표준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봉 감독은 27일 귀국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근로표준계약 체결에 대해 "'기생충'만이 유별난 건 아니고 2∼3년 전부터 영화 스태프의 급여 등은 정상적으로 정리가 됐다"며 "한국영화는 2∼3년 전부터 (그런 점들을) 정리를 해왔다. 영화인들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근로표준계약서는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2011년 5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권고안으로 처음 발표된 뒤 2013년 4월부터 영화업계 노사 합의에 따라 활용되기 시작했다. 계약서에는 근로·휴게 시간부터 임금, 연장근무·휴일수당, 휴일·휴가, 4대보험 가입 등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

'영화 기생충이 모든 스태프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했으며, 한국 영화계에 이러한 관행이 정착되는 추세'라는 봉 감독의 말은 대체로 사실이다.

투자배급을 맡은 CJ ENM에 따르면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는 2018년 5월 18일부터 9월 27일까지 77회에 걸쳐 영화를 제작하면서 주 5회 근무, 주 1회 유급휴가 제공, 4대보험 적용 등을 골자로 모든 스태프와 근로표준계약서를 작성했다.

CJ ENM 관계자는 "영화업계는 아직 주 52시간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이 역시 선도적으로 적용해 이번 영화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옥자' 연출하는 봉준호 감독
'옥자' 연출하는 봉준호 감독

(서울=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사진은 2016년 봉준호 감독이 영화 '옥자'를 연출하는 모습. 2019.5.27 [넷플릭스 제공] photo@yna.co.kr

봉 감독도 전제했듯 국내 영화계에서 제작을 시작하면서 스태프와 근로표준계약서를 쓰는 게 유별난 일은 아니다.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 영화 중 조사 기준(저예산·독립영화, IPTV용 성인영화 등 제외)에 부합하는 영화 63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8%에 해당하는 49편이 근로표준계약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근로표준계약서가 최초로 도입된 2013년 5.1%(6편)에서 2014년 23%(23편), 2015년 36.3%(29편), 2016년 48.4%(30편) 등으로 늘었고 2017년에는 75.4%(43편)로 절반을 훌쩍 웃돌았다.

특히 4대 메이저 업체가 투자배급을 맡은 영화는 대부분 근로표준계약서를 활용한다.

지난해 CJ ENM이 투자배급을 맡은 영화 11편 전체가 스태프와 근로표준계약을 체결했고, 영화 투자배급사 '뉴' 역시 이 비중이 100%(8편)에 달했다. 롯데는 8편 중 7편으로 87.5%, 쇼박스는 5편 중 4편으로 80% 수준이었다.

그러나 저예산 영화는 여전히 근로표준계약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2018년 근로표준계약을 채택하지 않은 영화 14편 중 86%에 해당하는 12편이 순제작비 10억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였고, 나머지 2편도 순제작비가 10억∼20억원으로 평균 제작비 미만의 작품이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권명한 조명 지부장은 "스태프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되는 추세"라면서도 "영화 예산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권 지부장은 "기생충처럼 큰 투자사가 있는 영화는 대부분 근로표준계약을 잘 지키지만, 예산이 적은 영화일수록 힘든 부분이 있다"며 "예컨대 저예산 영화 제작사가 '스태프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인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봉 감독의 발언을 계기로 영화 기생충을 국내 영화계 근로표준계약 모범 사례로 선정해 홍보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장 이야기를 들으면 예전에는 스태프가 밤을 새워 일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는데 점차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며 "좋은 사례가 널리 공유되면 근로표준계약을 체결하는 분위기가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화업계 근로표준계약서
영화업계 근로표준계약서

[출처 : 영화진흥위원회]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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