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첫 해외여행 간다고 좋아했는데…누나는 구조, 동생은 실종

송고시간2019-05-30 16:22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새벽에 전화받은 부모 통곡…"같이 구조됐으면 얼마나 좋아"

침몰 유람선 실종 한국인 수색 나선 헝가리 경찰
침몰 유람선 실종 한국인 수색 나선 헝가리 경찰

(부다페스트 EPA=연합뉴스) 전날 밤 한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다른 유람선과 충돌 후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에서 30일(현지시간) 경찰 보트가 수색활동을 하고 있다. bulls@yna.co.kr

(논산=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우리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침몰사고가 발생한 30일(한국시간).

이날 충남 논산에 사는 정모 씨 부부는 새벽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다.

지난 25일 8박 9일 일정으로 남동생(28)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던 둘째 딸(31)이 울먹이며 전화를 해왔다.

동생이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넋이 나간 듯 대성통곡했고, 밭일을 나갔던 아버지도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cuTALI491sg

날이 밝기 무섭게 어머니는 첫째 딸 부부와 함께 인천공항으로 달려갔다.

논산 집에는 아버지 정 씨와 고모가 남았다.

집 안 거실 바닥에 앉은 아버지는 더 이상의 소식을 알길이 없어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며 아무 말이 없이, '후∼후∼'하며 큰 숨소리를 토해 냈다.

빨갛게 눈이 충혈된 고모는 "막내 조카가 최근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여행을 떠났다"며 "처음 떠난 해외여행인데 이런 일이 생겼다"고 눈물을 흘렸다.

2녀 1남 중 둘째와 셋째인 이들 남매는 해외여행을 같이 갈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누나는 대전에서 다니던 공방에 휴가를 냈고, 남동생은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었다.

'무심한 다뉴브강'…한국인 태운 침몰 유람선 실종자 수색
'무심한 다뉴브강'…한국인 태운 침몰 유람선 실종자 수색

(부다페스트 EPA=연합뉴스) 전날 밤 한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다뉴브강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다른 유람선과 충돌 후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마르가레트 다리 옆에서 30일(현지시간) 소방대원들이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bulls@yna.co.kr

아버지는 답답함을 달래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했다.

사고 소식을 알리는 TV 뉴스 속보가 안방에서 계속 흘러나왔다.

실종자 구조 소식이 들리자 두 사람은 TV 앞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러나 기다리던 이름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다시 거실로 나와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속을 진정시키려는 듯 냉장고 안에 있던 막걸리를 컵에 따라 단숨에 들이키기도 했다.

고모는 "많고 많은 여행사가 있는데, 하필 그 여행사로 여행을 가서 이런 사고가 났다"며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남매는 누군가 계약을 취소한 여행상품을 비교적 싸게 구해 좋아했다고 한다.

이때 아버지 휴대전화가 울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받아 들었지만 애타게 기다리던 구조 소식은 아니었다.

전화한 지인에게 남매의 사고 소식을 알렸다.

"딸애는 구조됐는데, 아들이 잘못된 것 같다"며 "어째 구명조끼도 하나 없었대"라며 분통해 했다.

뉴스 속보에 실종자 명단이 나왔다.

아버지는 "불쌍해서 어쩌냐, 다 나이 많은 사람들인데 우리 애들이 저기서 제일 어리다"며 말을 흐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버지의 한숨 소리는 더 잦고 커졌다.

아버지는 "뭔가 잘못된 거야, 찾았으면 벌써 찾아야지"라며 "누나하고 같이 생존자 명단 자막에 올라오면 얼마나 좋아"라며 안타까워 했다.

헝가리 침몰 사고 '유람선과 크루즈선'
헝가리 침몰 사고 '유람선과 크루즈선'

(부다페스트 AP=연합뉴스) 헝가리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탄 유람선이 침몰해 26명이 사망·실종한 사고가 일어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밤 9시께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을 운항하던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 유람선이 헝가리 의회와 세체니 다리 사이에서 크루즈선과 부딪친 뒤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침몰한 '허블레아니'(왼쪽)와 허블레아니를 추돌한 것으로 추정되는 크루즈선 '바이킹 사이진'(오른쪽). 2019.5.30 leesh@yna.co.kr

youngs@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