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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경주마 등 말 수천마리, 한국서 학대 끝 도축됐다"

송고시간2019-06-0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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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동물보호단체 영상 입수…세계랭킹 1위 경주마 형제도 포함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공개한 영상 속에서 도축장으로 끌려온 말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공개한 영상 속에서 도축장으로 끌려온 말

[페타 유튜브 영상 캡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경주 또는 번식 용도로 한국에 수입된 수천 마리의 외국산 말이 학대 끝에 도축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가운데는 세계 최고 경주마의 형제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한국시간) 농협이 운영하는 제주도 도살장에서 지난해 비밀리에 촬영된 영상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가 찍은 영상을 보면 말들은 작은 트럭에 실려 도살장에 도착한다. 이들은 경사로도 없이 바로 트럭에서 끌어내려 진다.

이후 트럭에서 내려진 말들은 작업자들로부터 기다란 플라스틱 막대기로 얼굴을 반복해서 얻어맞으며 도살장 안으로 끌려 들어간다. 도축 장비에 다다른 말들은 전기충격기에 맞고 기절한 직후 도살된다.

가디언 호주판이 별도로 입수한 추가 영상에는 동시에 도축장으로 끌려가던 두 마리의 말 중 앞서가던 말이 도축당한 뒤 한쪽 다리만 붙들린 채 들어 올려지는 과정을 뒤에 있던 말이 지켜보며 괴로워하는 듯한 모습도 담겼다.

이와 관련해 페타와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은 해당 도축장 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제주지방검찰청에 고발했으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플라스틱 막대기로 얻어맞으며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말의 모습
플라스틱 막대기로 얻어맞으며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말의 모습

[페타 유튜브 영상 캡처=연합뉴스]

영상에는 호주의 유명 경마 축제에서 이뤄지는 '매직 밀리언스 경매'에서 팔린 순수 혈통의 경주마 세 마리도 등장한다.

이 중 2008년 한국으로 수입된 '바를 정'(Bareul Jeong)이라는 말은 지난해 국제경마연맹이 발표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호주의 경주마 '윙스'(Winx)의 이복형제다. 33연승을 거둔 뒤 지난 4월 은퇴한 윙스는 호주 경마 역사상 최고의 말로 꼽힌다.

한국 경주마 혈통서 상에는 바를 정이 지난 2015년 7월 도축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가디언은 진료 기록을 토대로 실제로는 2010년에 이 말이 도축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로드 투 워리어'라는 4살 난 수컷 말은 15개월간 한국에 있으면서 단 한 차례 경주에서 우승한 뒤 도축장으로 끌려갔다.

도축장 기록에 따르면 1978년부터 한국에서 도축된 호주 태생 말은 최소 2천639마리에 달한다.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산 말도 도축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영국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이 영상을 가리켜 "매우 비참하다"고 표현하며 해당 말이 받는 대우가 호주 동물복지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호주에서 공식적인 공급망을 통해 수출된 동물을 처리하는 규정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페타 등의 동물보호단체는 이런 상황에서 호주가 한국에 경주마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호주 농림수산자원부 대변인은 "말이 수입국의 관할이 된 이후에는 호주 법률 적용 대상이 아니다"며 "(수입한 지) 몇 달 혹은 몇 년 후에 일어나는 일은 그 나라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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