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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오슬로 구상'…국민 삶 도움되는 '적극적 평화' 역설(종합)

송고시간2019-06-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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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1주년에 '국민을 위한 평화' 연설…"등돌린 평화 아닌 협력하는 평화"

"동북아 냉전구도 해체" 한반도 평화로 새로운 국제질서·공동번영 비전 제시

22분간 연설하며 '평화' 53번, '국민' 25번, '한반도' 15번 언급…기립박수도

손 흔드는 한-노르웨이 정상
손 흔드는 한-노르웨이 정상

(오슬로=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현지시간) 노르웨이 왕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하랄5세 국왕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19.6.12 xyz@yna.co.kr

(오슬로=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1주년인 12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국민을 위한 평화'라는 제목의 새로운 대북구상을 내놨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국면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조금씩 변화의 조짐도 감지되는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북미회담 1주년을 맞아 내놓은 이번 구상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노르웨이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오슬로 대학교 법대 대강당에서 이뤄진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며, 대화의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한반도 평화, 만년설 녹듯 대양에 다다를 것"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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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3lTslyrpE7E

문 대통령은 이런 연장선에서 북미 간 핵 협상이 교착국면 역시 "70년간 적대해온 마음을 녹여가는 것"이라며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도 국민들이 서로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일상을 바꾸는 적극적 평화'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 등 돌리며 살아도 평화로울 수 있지만,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라고 말했다.

결국 전쟁 등 무력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뿐인 '소극적인 평화' 상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이런 일상에서의 '적극적 평화'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커다란 흐름을 견인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평화가 삶을 나아지게 한다는 긍정적 생각이 모일 때,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라며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커다란 평화의 물줄기도 더욱 힘차게 흐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노르웨이 국빈방문
문 대통령, 노르웨이 국빈방문

(오슬로=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북유럽 3개국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1일 오후(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가르드모온 공군기지에서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의 첫 노르웨이 국빈방문이다. 2019.6.12 xyz@yna.co.kr

문 대통령은 또 이날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동북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내놓은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제안을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유럽순방 도중,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시점과 맞물려 '냉전구도 해체'를 언급한 것은, 한반도 평화가 인류의 공동번영으로 이어지는 사안임을 거듭 강조하며 국제 사회의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의 평화가 단지 남북의 문제가 아닌 동북아와 유라시아의 공동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북유럽 순방 도중 핀란드의 '헬싱키 프로세스'를 수차례 언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냉전 종식 및 동서진영 화합의 계기가 된 헬싱키 프로세스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역시 남북의 대립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엿보인다.

아울러 이런 '냉전체제 해체'는 문 대통령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기 위해 제안한 '신(新)한반도 체제' 달성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앞서 3·1절 100주년 기념식을 앞둔 2월 2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의 해체에 성공한다면 세계사에 뚜렷하게 기록될 또 하나의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약 22분간 진행된 이날 연설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53번, '국민'이라는 단어를 25번씩 언급했다.

'한반도'라는 단어도 15번 언급해 이날 메시지를 한반도 평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 부부가 입장할 때에는 600여명의 청중들이 기립박수를 보냈고, 연설 중간에도 청중석에서 두 차례 박수가 나왔다.

문 대통령이 이날 연설한 오슬로 대학은 1947년부터 1989년까지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이뤄졌던 곳으로, 연설에는 하랄 5세 노르웨이 국왕이 동행했으며, 써라이데 외교장관 등 정부 고위 인사들과 스퇴렌 오슬로 대학교 총장 등 대학 측 인사들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을 소개하는 역할은 이네 에릭슨 써라이데 노르웨이 외교부 장관이 맡았고, 문 대통령과 써라이데 장관은 연설 뒤 BBC 서울 특파원인 로라 비커 기자의 사회로 질의응답을 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노르웨이 정부가 '인도주의 대화를 위한 센터' 측과 공동 주최하는 '평화·중재 분야 국제포럼인 '오슬로 포럼'의 홀해 기조연설자로 문 대통령을 초청하고, 한국 정부가 이를 수락함에 따라 성사됐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 기조연설에는 과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코피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지미카터 전 미국 대통령, 산토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 등이 참석한 바 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honeybee@yna.co.kr,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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