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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해 유조선 피격 미스터리…공격 주체·동기 `미궁' 조짐

송고시간2019-06-1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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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 또는 기뢰'…공격 무기도 불확실

13일 오만해에서 공격당한 유조선
13일 오만해에서 공격당한 유조선

[로이터=연합뉴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3일(현지시간)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의 오만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2척에 대한 공격을 놓고 주체는 물론 동기까지 온통 미궁에 빠질 조짐이다.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서 미국과 이란이 상대에게 책임을 미루는 공방만 뜨거워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 미제 사건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 적성국이 객관적인 입장의 공동 조사단을 구성하지 않는 한 조사 결과는 아전인수가 될 공산이 큰 탓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로를 지나는 민간 유조선을 공격한 주체 또는 배후로 몰리는 즉시 어느 쪽이라도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되는 폭발력이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미군은 사건 당일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이란을 압박했다.

이 동영상에는 여러 명이 탄 소형 보트 한 척이 피격 유조선인 고쿠카 커레이저스호 선체에 접근해 미상의 물체를 떼는 모습이 담겼다.

미군은 이 물체가 부착식 기뢰로 추정하면서 이들이 이란 혁명수비대라고 지목했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지난달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이란 정예군이다.

미군의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동 알자지라 방송은 이 동영상이 긴급 구조신호가 최초로 접수된 지 10시간 뒤에 촬영됐다면서 이 시간대에 이미 미 군함과 초계기가 사건 현장을 밀착 감시하는 상황에서 혁명수비대가 보란 듯이 기뢰를 제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해설했다.

게다가 소형 보트에 탄 이들이 혁명수비대 소속 군인이라는 증거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란을 방문해 나름 '중재 외교'를 하는 가운데 이란 군부가 일본 회사가 임차한 유조선(고쿠카 커레이저스호)을 공격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이란 공격설'이 논리적으로 해명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미국이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는 위기에 직면한 이란이 자칫 군사 행동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유조선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너무 무모하고 실익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만해에서 한 달 전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의 배후로 이란이 지목된 터라 이란이 굳이 비슷한 무력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란은 미국,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이 이란을 고립하고 공격하는 명분을 쌓기 위해 꾸민 '자작극'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의 주장처럼 설사 이란이 배후라고 해도 혁명수비대가 아닌 대리 무장조직이 실행했다면 연관성을 규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미국과 이란 모두 상대방의 혐의를 증명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구멍이 난 유조선 고쿠카 커레이저스 호
구멍이 난 유조선 고쿠카 커레이저스 호

[AFP=연합뉴스]

유조선을 공격한 무기도 불확실하다.

침몰 보도가 나왔을 정도로 피격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유조선 프런트 알타이르 호는 어뢰로 의견이 모이는 분위기다.

사건 초기 세계 최대 해운 매체인 트레이드윈즈는 피격 유조선 프런트 알타이르호가 어뢰로 타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런트 알타이르호의 선사 프런트라인이 고용한 전문 조사팀 관계자를 인용해 "피격 흔적이 초기 조사 결과 어뢰나 다른 발사체의 타격과 일치하는 것 같다"라고 보도했다.

이 유조선과 계약한 대만 정유회사 CPC도 "배가 어뢰에 맞은 것으로 의심된다"라고 밝혔다.

공격 무기가 어뢰라면 잠수함 등의 운반체를 동원해야 해 국가의 정규군이 공격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습적 테러 행위라기보다 국가 차원에서 전쟁을 염두에 둔 전면전의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른 유조선 고쿠카 커레이저스호를 공격한 무기는 혼선을 빚고 있다.

미군은 동영상을 근거로 선체에 부착하는 자석식 기뢰에 무게를 뒀다. 자석식 기뢰는 고도로 훈련된 잠수 요원이 선체에 붙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고쿠가 커레이저스호를 임차한 일본 회사 고쿠가산업은 13일 기자회견에서 "배를 향해 무엇인가 날아왔고 그 뒤에 선체에 구멍이 났다고 선원들이 말했다. 구멍의 위치가 흘수선(배가 물에 잠기는 선) 위여서 기뢰는 절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그렇다고 선체의 옆면에 붙이는 시한폭탄과 같은 폭발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부착식 기뢰가 아니라고 추측했다.

13일 공격받아 불에 타는 유조선
13일 공격받아 불에 타는 유조선

[로이터=연합뉴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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