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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회장님표' 김치 선심쓰듯 기부…협력사에 와인강매 의혹도

송고시간2019-06-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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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측 "김치 필요한 단체가 있어서 순수하게 기부한 것"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 일가 개인 회사가 만든 김치를 계열사에 비싼 값에 강매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난 가운데, 계열사들이 이 김치를 복지단체 등에도 선심 쓰듯 기부하고는 세금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광그룹은 계열사에 이 전 회장 부인이 운영한 회사가 판매하는 와인도 강매했는데, 계열사뿐 아니라 협력사에도 와인 구매 할당을 내리고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태광 휘슬링락CC 김치(자료)
태광 휘슬링락CC 김치(자료)

18일 태광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티시스' 휘슬링락CC가 생산한 고가 김치를 계열사를 통해 각종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고 영수증을 받아 비용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2016년도 내부 자료에는 티브로드 방송사들이 전국에서 각종 사회복지단체와 지방자치단체 등지에 휘슬링락CC 김치를 한 곳당 수십 박스씩, 많게는 200박스까지 기부한 내역이 정리돼 있다.

2016년 4월 14일부터 28일까지 기부된 김치는 2천442박스(24.4t) 4억6천400만원 어치에 달한다.

문제는 이 김치가 식품위생법에 맞는 기준에 따라 제조된 김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치는 강원도 홍천의 한 영농조합에서 위탁 제조됐으나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이나 영업등록, 설비위생인증 등을 준수하지 않아 춘천시로부터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형사고발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하지만 이 김치는 고급 김치로 포장돼 10㎏당 19만원의 고가에 계열사에 팔렸고, 계열사는 이를 직원들에게 돌리는 동시에 전국에 기부도 한 것이다. 직원들에게 돌린 김치 구매비용은 복리후생비나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조달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자료)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자료)

김치 판매가 많을수록 티시스의 영업이익이 많아지고, 지분 100%를 보유한 이 전 회장 일가의 배당 수익 등도 늘어난다.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김치 기부에도 나선 이유다.

명단에 수령자로 기재된 경기도의 한 복지단체 관계자는 "2016년 당시 티브로드 회사에서 김치를 기부해 받은 적이 있다"며 "당시 이상한 것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의 부인이 대표이사를 지낸 와인 판매사 '메르뱅'을 지원하기 위해 협력업체에 와인을 사도록 강요한 것으로 보이는 내부 문건도 발견됐다.

2015년 3월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메르뱅 와인판매 협조' 문건에는 협력업체 대표들을 상대로 '메르뱅 와인 구매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말이 적혀 있다.

특히 그해 3월부터 7월까지 구입업체를 월별로 정해 놓은 대목도 눈에 띈다.

3월은 500만원으로 맞추게 하되, 나머지 달은 매달 600만원의 매출을 올리도록 목표까지 제시됐다.

태광그룹이 협력사에 메르뱅 와인 구매를 강요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
태광그룹이 협력사에 메르뱅 와인 구매를 강요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

공문에는 "거래처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강매한다는 인상을 받지 않도록 신경 써 주시기 바람"이라는 문구도 있다.

태광그룹 내부 관계자는 "태광 계열사들이 김치를 사서 직원 성과급으로 나눠줬을 뿐 아니라 지역 복지단체에 기부하고 이것을 다시 기부 영수증으로 끊어 총수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며 "하청업체에 와인 구매를 강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룹이 김치를 복지단체에 판매한 것도 사익편취 금액에 반영돼 있다"며 "와인을 협력사에 강매했다는 의혹은 이번 조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김치가 필요한 단체가 있다고 해서 순수하게 기부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김치의 품질에 문제가 생겼다면 골프장에서부터 난리가 났지 않았겠느냐"며 "와인 강매 의혹 등도 이미 이전부터 의혹이 제기됐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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