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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고 피싱] 흐르는 강물처럼…견지낚시에 빠지다

송고시간2019-07-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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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청량한 물소리가 귓전을 간지럽힌다. 타닥타닥 실타래를 타고 낚싯줄이 풀린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는 낚시꾼은 고기보다 먼저 세월을 낚는다. 잠시 기다렸더니 '덜컥' 물고기가 미끼를 문다. 흔히 말하는 '손맛'이란 걸 느껴본다. 낚시가 아니라 락시(樂時)다.

단양군 가곡면 사평리 앞을 흐르는 남한강은 견지낚시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사진/성연재 기자]

단양군 가곡면 사평리 앞을 흐르는 남한강은 견지낚시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사진/성연재 기자]

◇ 견지낚시의 메카 단양군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을 맡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낚시를 종교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몇 시간만 투자해 충북 단양으로 내달리면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다른 것은 영화의 주인공들은 플라이 낚싯대를 휘두르지만, 이곳에선 한국 전통의 견지낚싯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단양군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남한강은 수많은 낚시인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이곳에는 견지낚시뿐 아니라, 쏘가리와 장어 낚시를 위한 유명 포인트들도 많다. 단양군 가곡면 사평리 앞을 흐르는 남한강은 견지낚시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절벽을 배경으로 허벅지 정도 깊이의 맑은 강물이 여울지며 소리를 내며 흐른다.

이곳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단양읍내에서 사평3리로 접어들어 왼쪽에 강을 끼고 영춘면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여울목'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비석이 있다.

최근에는 정자와 주차장, 화장실까지 들어서 낚시인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정자를 비롯한 편의시설은 단양에 있는 한국전통견지협회에서 필요성을 주장해 만들어졌다. 낚시인들이 이용하는 숙박시설과 식당은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본 견지낚시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하늘에서 본 견지낚시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사평리의 한국전통견지협회를 찾았더니 조성욱 회장이 반갑게 맞아줬다.

비영리 민간단체로 해양수산부 인가를 받은 전통견지협회는 견지낚시의 명맥을 잇고, 이를 보급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협회는 건물에 숙소를 비롯해 바지 장화와 견지낚싯대 등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한꺼번에 80명까지 단체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경기대학교 레저스포츠학과에 개설된 스포츠 피싱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매년 교육을 받고 있다.

이번 낚시 멤버는 조 회장을 비롯해 낚시하는 시민연합 김욱 이사와 울릉도에서 견지낚시를 체험하기 위해 육지를 밟은 김선경 씨 등 3명이다.

초보인 선경 씨는 조 회장으로부터 견지낚시의 유래와 원리 등을 자세히 교육받았다.

견지낚싯대와 미끼통 [사진/성연재 기자]

견지낚싯대와 미끼통 [사진/성연재 기자]

◇ 견지낚시란

견지는 대나무 조각으로 만든 납작한 외짝 얼레를 말한다.

전통 낚시의 일종인 견지낚시는 미끼를 꿴 낚싯줄을 이 얼레에 감아서 물에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고기를 잡는다.

견지낚시를 할 수 있는 장소는 주로 흐르는 민물이다.

대상 어종은 우리나라 강계(江界)에서 볼 수 있는 누치와 끄리, 모래무지, 피라미 등으로 다양하지만, 최대 1m가 넘는 누치가 주 대상 어종이다. 견지낚시로 잡은 60㎝ 이상의 물고기를 '멍짜'라고 부른다.

견지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속과 추의 무게를 맞추는 것이다. 유속이 빠르면 더 무거운 추를 매달아야 하고, 유속이 느리면 땅바닥에 닿지 않도록 추의 무게를 가볍게 해야 한다. 적당한 수심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견지낚시의 주 어종인 누치를 잡기 위해서는 바닥에서 살짝 뜬 정도로 바늘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기술이다.

미끼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양식 구더기다. 양식 구더기는 톱밥 등을 이용해 비교적 깔끔한 환경에서 생산되고, 크기가 균일하다.

김선경 씨가 누치를 잡고 기뻐하고 있다.[사진/성연재 기자]

김선경 씨가 누치를 잡고 기뻐하고 있다.[사진/성연재 기자]

◇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다

여울목 주차장에 차를 댄 뒤 바지 장화를 목에 걸고 여울로 내려갔다. 강바닥으로 내려갈 것에 대비해 레저용차량(RV)을 몰고 왔는데 안전한 곳에 주차하니 부담이 없어 좋았다.

100보쯤 걸어 내려가니 청량한 물소리가 들린다. 바지 장화를 신고 입수를 시작했다. 이끼가 낀 바윗돌이 제법 미끄럽다. 바지 장화 밑에 미끄럼방지 장치가 있긴 하지만, 미끄럼을 제대로 방지할 순 없었다.

모두 조심조심 물가 쪽으로 붙어 포인트로 진입해 들어갔다.

바지 장화를 신었지만 서늘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모두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목에는 미끼와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한 깻묵 통을 하나씩 걸었다.

깻묵을 물에 넣고 슬슬 풀자 한 마리가 덜컥 물었다. '타닥'하며 대나무로 만든 견지낚싯대를 치는 것이 꼭 힘 있는 물고기 같았다.

잡아 올려 보니 큰 피라미다. 자꾸만 피라미가 문다. 피라미가 이렇게 설쳐대면 큰 물고기인 누치는 물지 않는다. 작은 피라미들이 누치가 와서 물기 전에 이렇게 미끼를 채가는 것이다.

그래도 손맛은 좋았다. 얇디얇은 견지낚싯대여서 피라미로도 손맛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첫날 낚시는 이렇게 끝났다. 누치를 잡기 전에 피라미에게 미끼를 모두 선물하고 만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모두 각오를 다지며 전날 잡은 장소보다 약간 아래쪽 여울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날도 웬일인지 피라미만 계속 문다.

오전 나절에는 조 회장만 20㎝급의 누치 한 마리를 잡아냈을 뿐, 수강생 2명은 피라미만 잔뜩 잡고 끝이 났다.

오후에는 갑작스러운 소나기도 내려 강물도 탁해졌다. 날씨를 원망하고 철수해야 했다.

한국전통견지협회 조성욱 회장이 누치를 잡아내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한국전통견지협회 조성욱 회장이 누치를 잡아내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 마침내 누치를 낚다

마지막 날은 첫날과 같은 장소로 입수했다. 조용히 정신을 집중해서 줄을 풀었다. 물도 어느새 평온을 되찾았다.

첫 입질부터 강렬했다. 그러나 잡고 보니 역시 피라미였다. 조 회장도 '어떻게 피라미가 이렇게 크나?' 하며 황당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오전 10시쯤 되었을까. 김 이사가 탄성을 지른다. 누치였다. 물속에서 견지낚싯대를 끌고 가는 모습이 훤하게 보였다. 이때는 견지낚싯대를 세워서 직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줄이 쉽사리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선경 씨가 환하게 웃는 김 이사를 부러운 듯 바라본다.

조 회장의 견지낚싯대도 휜다. 동시다발적으로 입질이 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경 씨의 견지낚싯대가 팽팽해진다. 한참 실랑이 끝에 결국 누치 한 마리씩을 잡아낸 것이다.

잡혀 나온 누치 [사진/성연재 기자]

잡혀 나온 누치 [사진/성연재 기자]

입질은 그치지 않았고 모두 서너 마리씩 누치를 더 잡았다. 멍짜를 잡아 올리진 못했지만,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고 시원한 낚시를 즐기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낚시를 했다.

마치고 나올 때는 낚시 도구와 함께 모두 물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해 나왔다. 강자갈 위에 잔뜩 쌓인 것이 전부 술병과 맥주캔이다.

조 회장은 "쓰레기를 버린 것은 낚시인들이 아니고, 며칠 전 젊은 친구들이 술판을 벌이기에 주의를 줬는데 이 모양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Information]

전통견지협회에 요청하면 견지낚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성인은 4만원이며 청소년은 3만원이다. 미취학 어린이는 안전 때문에 받지 않는다.

견지낚싯대와 바지 장화, 구명조끼, 미끼와 밑밥 등을 모두 빌려준다.

견지협회에 걸려있는 바지장화들 [사진/성연재 기자]

견지협회에 걸려있는 바지장화들 [사진/성연재 기자]

전문 강사진이 1시간 동안 밀착해 견지낚시를 가르쳐 주고 2시간 동안 자유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 바지 장화를 신었다가 물에 빠질 경우, 발 쪽으로 공기가 몰리면서 몸이 거꾸로 뒤집히는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043-421-0422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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