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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도 환영 못 받은 강제징용 해법…하루 만에 폐기 위기(종합)

송고시간2019-06-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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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기업이 위자료 지급' 방안에 日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못 박아

피해자 측 "사과내용 없어" 비판…정부 "지혜 모아나가길 희망" 밝혔지만 '실망'

정부, 한일기업 출연재원으로 강제징용 위자료 지급 제안
정부, 한일기업 출연재원으로 강제징용 위자료 지급 제안

(서울=연합뉴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다고 외교부가 19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대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가족들이 미쓰비시 중공업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며 만세를 외치고 있는 모습. 2019.6.19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정부가 19일 공개한 '한일기업이 위자료를 부담한다'는 내용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해법에 대해 일본 정부가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혀 이 방안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피해자나 한국 및 일본 기업과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본 정부와 공감대도 없는 상태에서 내놓은 해법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제안에 대해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것이 아니어서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한국 정부의 제안이 공개된 지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거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국가 간 조약으로 국제법과 다름없는 효력을 지닌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가 거듭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한국 정부의 제안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평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측이 아직 한국 정부 관계자와 직접 만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일본의 수용 가능성을 열어놓는 분위기였지만 스가 장관의 회견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쪽에서 공식 입장을 전달해 온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 측에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해 이를 '공식 입장'으로 여기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일본 측이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치유, 그리고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신중하게 지혜를 모아나가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혜를 모아나가기를 희망한다'는 발언에서는 '함께 새로운 해법을 찾아보자'는 뜻도 읽힌다.

그러나 일본은 한일 청구권협정상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스가 장관은 이날도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에 근거해 한국 측에 중재위원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협정상 의무에 따라 중재에 응할 것을 요구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방안에 대해 한국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개입할 여지가 없으며 제3국이 포함된 중재위에서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이후 고민을 거듭하다 7개월 만에 내놓은 제안이 곧바로 거절당하면서 외교부 당국자들 가운데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당국자는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놓은 가장 현실적 대안이었다고 자부한다"면서 "일본도 모르는 바가 아닐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피해자 측도 정부 해법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전날 자료를 내고 "한국 정부 입장은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인정'과 '사과'에 대해 아무런 내용이 없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절차적 측면에서도 한국 정부 입장 발표 이전에 대리인단 및 지원단을 포함한 시민사회와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출연 대상이 될 수 있는 한국 기업들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일각에선 사전협의 없이 불쑥 발표된 제안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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