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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변신 글로벌 중앙은행들 '돈줄 풀기' 나선다

송고시간2019-06-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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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일본·한국 등 잇단 금리인하 시그널

무역전쟁에 교역 감소·수요 부진·심리 위축 등 대처할 '무기' 부족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지난해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매파 본색'을 드러냈던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불과 1년도 안 돼 '비둘기(완화적 통화정책 선호)'로 변신하고 있다.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 세계 교역량이 급격히 줄고 금융시장과 기업·투자자들의 심리는 얼어붙는 등 글로벌 경기에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에 대응하고자 기준금리 인하, 자산매입 등을 통한 경기 부양에 이미 나섰거나 착수할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중앙은행들이 '경기 둔화와의 전쟁'을 치러낼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시장의 불안감은 가시질 않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8∼19일(현지시간)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한 뒤 경기전망의 불확실성을 거론하며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금리조정에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표현을 삭제하고 "(경기)확장을 지지하도록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번 회의에선 당장 금리를 0.25%포인트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등장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7월 말 FOMC에서 정책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무역전쟁 심화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충격에 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한다.

이런 사례는 미국만이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18일 향후 경기전망이 개선되지 않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Stimulus)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CB가 향후 쓸 수 있는 수단으로 금리 인하와 자산매입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도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2%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을 위한 모멘텀이 사라진다면 당연히 일본은행은 정책을 변경함으로써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통화공급 확대, 자산매입 확대 등을 거론했다.

일본은행은 19∼20일 이틀간 통화정책 결정 회의를 연 뒤 20일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금융시장에선 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향후 추가 완화정책에 나설 것을 시사하는 신호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일에는 일본에 이어 영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중앙은행이 줄줄이 통화정책을 결정해 발표하는데 대부분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의 이주열 총재는 지난 12일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면서 향후 경기가 악화되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이 18일 공개한 지난달 말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기준금리를 내리자는 소수의견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조동철 위원 외에 다른 1명의 위원도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밝혀져 향후 금리 인하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경기 악화로 인해 이미 금리를 내린 중앙은행들도 상당수다.

지난달에는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아이슬란드, 스리랑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 6일 기준금리를 5.75%로 0.25%포인트 내려 지난 2월 이후 3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호주중앙은행도 지난 4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1.25%로 0.25%포인트 내렸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이나 변화는 무역전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글로벌 경기 우려가 급격히 확산한 탓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상호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 때문에 내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이 추가 관세 영향이 없을 때보다 0.5%, 4천550억 달러(537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0) 수준까지 내렸던 기준금리를 정상적인 수준까지 올려놓지 못한 상황이어서 대응할 여력 부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제기된다.

미국 연준은 금융위기 당시 제로 수준까지 내렸던 금리를 지속해서 올렸지만 아직 2.25∼2.50%에 불과한 수준이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1.75%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일본은행의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0.1%, ECB의 기준금리는 0%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향후 추가 인하시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또 각국 중앙은행들이 이미 그동안 막대한 규모의 채권 등의 자산매입을 통해 보유자산을 불려놓은 상태여서 추가 매입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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