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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소녀 타일 바닥에 재워"…속속 드러나는 이민아동 구금실태

송고시간2019-06-2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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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수용시설에 딸 둔 이민자의 애타는 사연 소개

미국 텍사스주 클린트의 이민아동 수용시설
미국 텍사스주 클린트의 이민아동 수용시설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미국 남부 국경 이민아동 수용시설의 열악한 실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수용시설에 자녀를 둔 이민자 부모들의 마음도 타들어 가고 있다.

AP통신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일곱 살 딸을 수용시설에서 빼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엘살바도르 이민자 남성의 사연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남성은 갱들의 폭력을 피해 고국을 등지고 아내와 미국으로 건너왔다. 어린 딸은 엘살바도르의 더 안전한 지역에 사는 친척에게 맡겨놓고 매일 밤 통화하며 서로 만날 날을 고대했다.

그러나 함께 사는 여자 친척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게 되면서 이 친척은 소녀를 미국에 있는 부모에게 데리고 가는 편이 더 안전하겠다고 생각하고 미국행을 결심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소녀가 미국에서 머물게 된 곳은 최근 비누와 치약조차 없는 비위생적인 환경이 드러나 충격을 줬던 텍사스주 클린트의 아동수용시설이었다.

이곳에서 이민자 아동들을 만나러 왔던 변호사들은 말을 걸자 눈물을 터뜨린 소녀를 보고 그녀의 팔찌에 적힌 '미국 부모'의 연락처를 찾아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과 통화한 남성은 "울기만 하더라. 너무 많이 울어서 물에 빠진 것처럼 들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감기에 걸린 듯 기침을 하던 딸은 아빠에게 간호사가 준 머릿니용 빗을 제자리에 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타일 바닥에서 자는 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성은 "이후로 딸과 통화하지 못해 잠도 한숨 못 잤다"며 "딸이 거기서 혼자 지내는 동안 내가 어떻게 잘 잘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클린트 수용시설의 환경이 알려진 후 딸은 차로 12시간을 이동해 텍사스주 콤스에 있는 난민재정착사무소 시설로 옮겨졌다. 법률상으로 미 세관국경보호국은 이민자 아동을 난민재정착사무소로 인계해야 하고, 아동은 이곳에서 부모 등 보호자를 기다릴 수 있다.

그러나 어찌 된 이유에선지 딸의 입소는 취소됐고, 딸은 다시 클린트로 돌아와 이 시설 저 시설을 전전했다. 그 사이 남성의 딸의 행방에 대해서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이들 가족의 변호인은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소녀를 즉시 부모 곁에 보내지 않으면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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