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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흔들리는 볼턴 '배제설'…美 대북노선 변화로 연결되나

송고시간2019-07-0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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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게임'서 폼페이오 등 국무부 라인으로 무게추 이동 관측

향후 거취도 설왕설래…관여 드라이브 차질시 전격 재등판 가능성도

정상회담 전 대화하는 미국측 배석자들
정상회담 전 대화하는 미국측 배석자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지난 6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 외 양측 4명씩 배석하는 '1+4 소인수 회담' 전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휴대폰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연합뉴스 자료사진] xyz@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입지 위축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북 의사 결정라인 배제설에서부터 거취 불안설까지 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인 지난 주말 이뤄진 '판문점 회동' 당시 현장에 있지 않고 몽골로 향한 이른바 '판문점 회동 패싱' 논란이 도화선이 됐다. 그 이전부터 대(對)이란 및 베네수엘라 대응을 둘러싼 초강경 노선 주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심상치 않은 소문이 나돈 터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외교·안보 '투톱'으로 꼽히는 볼턴 보좌관의 위상 변화는 내부 '파워 게임'의 향배와 맞물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노선 기조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당장 '힘의 무게추'가 폼페이오 장관 및 그가 진두지휘하는 국무부 라인 쪽으로 기우는 게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이달 중순께 예상되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한층 유연한 대북노선에 힘이 실리는 게 아니냐 전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의 '지휘'를 받는 실무협상 미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유연한 접근'에 터 잡은 '주고받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유화적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는 상황에서다.

볼턴 보좌관이 한국시각으로 지난달 30일 한미정상회담에 배석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행(行)에 동행하지 않고 1천200마일 떨어진 몽골로 바로 날아가자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볼턴 보좌관에 대한 북측의 거부감을 고려한 데 따른 사실상의 '배제 조치'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평소 볼턴 보좌관을 향해 '전쟁광', '촌충' 으로 부르며 반감을 드러내 온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이 판문점 회동을 밀착 동행 취재, '볼턴의 눈에 띄는 부재'와 대조를 이룬 것도 미언론들의 관심을 받았다. 칼슨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참모'로 불려온 인사이다.

'볼턴 라인'으로 분류되는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도 판문점에 가는 대신 볼턴 보좌관을 수행해 몽골을 방문했다고 시사지 애틀랜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춘 협상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볼턴 보좌관이 'NSC 내에서 논의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며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이 오히려 입지 위축설에 기름을 부었다. 대북 의사 결정 라인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관측으로 연결되면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 국빈 방문 당시 두차례에 걸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으로 규정한 볼턴 보좌관의 언급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토'하는 등 대북 노선을 둘러싼 두 사람의 균열은 이미 표면화된 바 있다.

'배드 캅' 역할을 해온 볼턴 보좌관의 영향력이 약화하면 실무협상 재개 국면에서 그만큼 대북 강경 기조보다는 온건 기조가 탄력을 받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미 NBC방송은 '트럼프는 더이상 매파 존 볼턴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매파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며 "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던진 '대북 승부수가 지난 몇 주간 트럼프 대통령과 파열음을 겪어온 듯 보이는 국가안보 보좌관의 영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볼턴 보좌관의 몽골 방문은 이미 한 달 전에 잡혀 있던 거라고 NBC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이는 볼턴에 대한 일종의 공개적 질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 질책'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지난 5월 대(對)이란 대응 기조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갈등이 악화한 상태라고 3명의 당국자가 NBC방송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에 화가 나 있으며 그에게 의문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 관의 흔들리는 위상은 상대적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입지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도 대(對)이란 강경 대응을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볼턴 보좌관과 일치된 입장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통령이 불편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물러서며 그 견해에 맞춰주는데 더 능수능란하다고 전·현직 당국자들이 NBC방송에 전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군 총사령관은 전임 행정부였다면 대통령과 국가안보 보좌관의 불화가 공개적으로 노출되는 것 자체가 생각하기 힘든 일이라며 "이는 동맹들에게 매우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낼 수 있고 우리의 적들에게는 고무적인 일이 될 수 있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갈등 양상을 보고 "와, 멋진 일'이라고 반색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NBC방송은 소식통들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바로 경질할 것 같지는 않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스타브리디스 전 총사령관은 NBC방송에 그의 입지에 경고등이 켜짐에 따라 보스와 갭을 줄일 방법을 찾든가 아니면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틀랜틱은 판문점 회동 당시 볼턴은 몽골로 가고 터커가 지근거리에 있었던 것을 거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조언을 묵살하고 자신을 조롱하는 토크쇼 진행자를 곁에 두는 상황에서 볼턴 보좌관은 얼마나 오래 트럼프 참모로 머물 수 있을 것인가"라며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듣고 몇 가지의 잘못을 더 할 때까지 지켜본 뒤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단 '로키'로 있다가 현 대응 기조에 따른 문제가 생길 경우 전격 재등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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