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팩트체크] 나경원이 인용한 이코노미스트의 '신독재' 기사

송고시간2019-07-04 17:14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작년 6월 국제면 '후퇴하는 민주주의'…헝가리·필리핀·폴란드 등 사례로 등장·한국은 언급 안 돼

나경원, 교섭단체 대표연설
나경원, 교섭단체 대표연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19.7.4 city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임하은 인턴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문재인 정부를 '신독재'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권은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이 아닌 정권의 절대권력 완성을 위해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이코노미스트지가 말한 '신독재' 현상과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인용해 현 정부를 신독재로 지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월 21일 원내 대책 회의에서도 "작년 이코노미스트지에 보면 신독재의 4가지 단계가 있다"며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이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가 인용한 기사는 '수십 년의 승리 뒤 후퇴하는 민주주의(After decades of triumph, democracy is losing ground)'라는 제목의 기사다. 지난해 6월 이코노미스트 국제면에 실렸다.

작년 6월 이코노미스트가 발간한 기사 '수십 년의 승리 뒤 후퇴하는 민주주의(After decades of triumph, democracy is losing ground)'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캡처]

작년 6월 이코노미스트가 발간한 기사 '수십 년의 승리 뒤 후퇴하는 민주주의(After decades of triumph, democracy is losing ground)'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캡처]

기사는 "많은 리더들이 표면적으로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 본질적인 면을 뒤엎는 데 능숙해졌다"며 "세부적인 내용은 나라마다 다를지언정 새로운 독재자들이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고 서로에게서 얼마나 귀를 기울이며 배우는지 두드러진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를 매우 단순화하면 통상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민주주의가 퇴보한다고 설명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 과정은 '첫째, 위기 상황이 발생하고 유권자들은 그들을 구해주겠다고 약속한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를 지지한다', '둘째, 이 리더는 적을 찾는다', '셋째, 그는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독립 기구들을 방해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권자들이 자신을 몰아내는 것을 어렵게 하기 위해 법을 바꾼다' 등으로 요약된다.

또한 "그의 나라는 처음 세 단계에서는 여전히 민주주의지만, 마지막 단계의 어느 지점부터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 역시 이러한 내용을 인용해 문재인 정권이 이미 3단계를 거쳤으며, 4단계에서 패스트트랙을 통해 선거제도를 바꾸려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해당 기사에는 한국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만큼 나 원내대표가 기사 내용을 국내 상황에 적용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기사는 이른바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과정에 부합하는 사례로 헝가리, 필리핀, 폴란드, 러시아, 터키 등의 국가를 지목했다.

이중 헝가리는 금융 위기와 시리아 난민 위기 등 두 차례 충격을 겪었으며, 이후 무슬림(이슬람교도)과 진보 엘리트 등을 적으로 규정한 극우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집권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범죄를 적으로 지목, 약 1만2천명이 사법 체계 밖에서 살해됐으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율은 80%에 육박한다고 기사는 분석했다.

또한 폴란드는 판사(대법관)의 은퇴연령을 하향 조정해 상당수 판사가 조기 퇴진해야 하는 사법 개혁을 강행해 '독립 기구 방해' 사례로 소개됐고, 러시아와 터키는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국가로 각각 꼽혔다.

한편, 이 기사는 미국의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2018년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를 나라별로 시각화한 지도도 자료로 활용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84점을 기록해 자유로운 국가로 분류됐다.

gogogo@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