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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인종차별 막말'에 美정치권 발칵…재선 노림수 논란(종합2보)

송고시간2019-07-1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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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지도부-유색 초선의원들 갈등에 트럼프 "너의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

NYT "트럼프의 편가르기 선거전략"…민주 대선주자들 "외국인 혐오" 맹비난

2019년 7월 11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2019년 7월 11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민주당의 여성 유색인종 초선의원 4인방을 향해 "너희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공격하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최근 공개 표출된 민주당 지도부와 이들 여성 의원들 간 내분에 트럼프 대통령이 엉뚱하게 '참전'해 갑자기 인종 문제를 건드리며 선거 쟁점화하는 모양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이달 초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민주당 여성 초선의원 4인방이 거친 비판을 주고받으면서 시작됐다.

양측이 반목하게 된 계기는 지난달 말 미국 하원이 미-멕시코 국경에서 붙잡힌 이민자 보호를 위해 46억 달러(약 5조4천억원)의 긴급 구호 예산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유색인종 여성 초선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라시다 틀라입(미시간),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아이아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펠로시 의장과 각을 세웠다.

이민자 단속 기관들에 대한 추가 예산 지원은 어떤 명분이 붙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 추진을 도와주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019년 7월 12일 민주당 소속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가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아동 격리수용 정책과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2019년 7월 12일 민주당 소속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가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아동 격리수용 정책과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문제는 펠로시 의장이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들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등 '뒤끝'을 보였다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6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들은 모두 대중적 뭔가(public whatever)와 트위터 세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지지자가 없다. 그들은 4명이고,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에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그 '대중적 뭔가'를 대중의 정서(public sentiment)라고 부른다"면서 "(대중의 정서를) 바꿀 수 있는 힘(소셜 미디어)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나라에서 실제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내는 법"이라고 받아쳤다.

민주당 당내 갈등을 핫이슈로 끌어올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14일 트위터에서 민주당 초선 여성 4인방을 향해 "이들은 정부가 완전히 재앙이고 최악이고 가장 부패했고 무능한 나라 출신"이라면서 "원래 나라로 돌아가 완전히 무너지고 범죄로 들끓는 곳을 바로잡으면 어떤가"라고 말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푸에르토리코계이며, 오마르 의원은 소말리아계 무슬림, 틀라입 의원은 팔레스타인 난민 2세, 프레슬리 의원은 흑인이다.

엄연한 미국 시민권자로서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이들에게 '너희들은 미국인이 아니니 부패하고 무능한 너희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노골적인 막말을 퍼부은 것이다.

2019년 7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2019년 7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논란을 감수하고 직접 끼어든 것은 내년 재선을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주장이 '우리 대 그들'(us-against-them)의 편가르기 정치 전략에 부합한다며 "내년 선거에 들어가면서 자신이 기억하는 미국 태생 백인들의 아메리카와 인종적으로 다양하고 외국 태생이 점차 많아지는 나라 사이에 깊게 선을 그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NYT는 "트럼프는 2020 대선 유권자들에게 어느 편에 설지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CNN도 "트럼프의 외국인 혐오는 백인, 시골의 미국과 점점 더 다양해지는 인구 사이에 이민배척주의적 분열을 아로새김으로써 재선을 달성하려는 계획을 어느 때보다 더 명백하게 보여줬다"며 "백인이 아니고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미국인은 이 나라에 설 자리가 없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공세는 인종·사회적 분열을 이용하기 위해 고안된 선거전략의 논리적인 확장이라고 CNN은 덧붙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9개 주요 도시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 단속 작전이 시작된 날 올라왔다는 점에 미 언론은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에 내전을 멈추고 공동전선을 구축한 모습이다.

4인방과 갈등을 빚은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 혐오 발언을 했다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사실은 "미국을 다시 하얗게"임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는 미국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했고, 경쟁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민주당 여성 의원을 향한 인종차별적이고 외국인 혐오적인 공격"이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대선주자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역시 "대통령의 인종차별 공격을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부르자. 그건 바로 비(非)미국적인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초선 4인방과 가까운 유력 대선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게 바로 내가 말하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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