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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라고 속이고 필리핀에 장애아들 유기…비정한 부모 기소(종합)

송고시간2019-07-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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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못 하게 여권 빼앗고 연락처도 바꿔…아동 유기·방임 혐의

검찰 "아동 유기 방법 갈수록 치밀해져"…피해 아동 "집에 가기 싫어"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정신장애가 있는 어린 아들을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라고 속여 필리핀 현지 보육원에 보내고 연락을 끊은 혐의를 받는 부부가 4년 만에 붙잡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아이는 이역만리 필리핀에 홀로 버려진 사이 정신장애가 악화하고 한쪽 눈까지 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또다시 버려질까 봐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윤경원 부장검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아동 유기·방임)로 A 씨를 구속기소하고, 아내 B 씨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4년 11월께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 C(당시 10살) 군을 필리핀으로 데려가 현지 한인 선교사에게 맡겼다.

A 씨는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맡길 선교사를 검색했다.

A 씨는 C 군을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낳은 혼혈아인 '코피노'라고 속인 뒤 "엄마가 없어 제대로 키우기 힘들다"며 양육비 3천500만원을 주고 떠났다.

A 씨는 선교사가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출국 전 미리 아이 이름을 바꿨다.

또 아이가 귀국하지 못하게 여권까지 빼앗아 국내에 들어온 A 씨는 자신의 전화번호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C 군이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필리핀 보육원에서 방치된 사이 A 씨 가족은 해외여행을 다니며 C 군을 찾지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후임으로 부임한 선교사가 공격적인 성향을 띄고 불안 증세가 있는 C 군을 부모에게 돌려보내려고 연락할 방법을 찾았으나 헛수고였다.

결국 후임 선교사는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으로 'C 군이 코피노가 아니며 한국인 아빠가 버린 것 같다'는 내용의 사연을 올렸다.

이를 본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수사를 의뢰하면서 경찰은 외교부 등과 함께 C 군을 4년 만에 한국으로 데려왔고 수소문 끝에 A 씨 소재를 찾았다.

하지만 필리핀 마닐라 지역 보육원 등에서 4년간 방치된 C 군은 정신장애가 더욱 악화해 소아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왼쪽 눈은 실명된 상태였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경 수사 과정에서 A 씨가 2011년 경남 한 어린이집과 2012년 충북 한 사찰에 양육비 수백만원을 주고 C 군을 맡긴 뒤 각각 1년가량 방치하다가 어린이집과 사찰 측 항의를 받고서야 아들을 집으로 데려온 사실도 드러났다.

A 씨는 어린이집과 사찰에 아이를 맡길 때 C 군 나이, 보호자 이름, 주소 등을 일체 숨기고 연락처만 남겼다고 검찰은 전했다.

아동 방임·유기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A 씨는 이보다 앞선 2010년 7∼8월 유기 목적으로 네팔 전문상담기관에 C 군을 3주 정도 맡긴 적도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A 씨가 C 군을 두 차례 국내에 유기했다가 실패하자 결국 해외에 유기하려 한 것으로 보이며 유기 방법은 더욱 치밀해졌다"고 설명했다.

부모 손에 이끌려 국내외 여러 시설을 떠돌다가 취학 연령이 된 C 군이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지만, 교육당국은 C 군 행방을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아들 여권을 만들거나 어린이집에 직접 데려다주고 필리핀에 후원금을 보낸 엄마 B 씨를 아동 방임·유기 공범으로 보고 A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겼다.

A 씨 부부는 검찰 조사에서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에 능통하도록 필리핀에 유학 보낸 것"이라며 "아이를 버리지 않았고 그동안 바쁘고 아파서 못 데리러 갔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대 피해 아동 쉼터를 거쳐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C 군은 "집에 가면 아빠가 또 다른 나라에 버릴 것"이라며 "아빠한테 제발 보내지 말라"고 가정 복귀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상태다.

검찰은 아동보호기관과 협력해 피해 아동에게 의료와 심리치료를 지원할 방침이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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