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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거대망원경' 반대 시위로 기존 망원경 연구도 중단

송고시간2019-07-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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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재개 위해 마우나 케아 향하는 길 막자 원주민들이 길 막고 나서

15일 하와이 마우나 케아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막아선 하와이 원주민들
15일 하와이 마우나 케아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막아선 하와이 원주민들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하와이 원주민들이 '성지'로 여기는 마우나 케아산 정상에 세워질 대형 천체망원경 건립 공사를 저지하려 길을 막으면서 기존에 이곳에 있던 다른 13개 망원경을 이용한 연구가 무기한 중단됐다.

마우나 케아산의 동아시아천문대(EAO) 부소장 제시카 뎀프시는 "직원들이 정상에 다시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관측이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뎀프시 부소장은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려면 막힘 없이 정상에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과학을 연구할 시간도 소중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우리 직원 모두가 안전한 것이 먼저"라고 했다.

동아시아천문대는 16일 밤 은하수 내 별이 형성되는 부분에서 관측되는 일산화탄소 구름을 연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 모독 때문에 길을 폐쇄합니다"
"신성 모독 때문에 길을 폐쇄합니다"

[AP=연합뉴스]

하와이 원주민들은 마우나 케아산 정상에 '30미터 망원경'(Thirty Meter Telescope·TMT)이 설치되면 성지가 훼손된다며 2014년부터 공사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당시 공사 방해로 31명이 체포되는 사태가 벌어진 후 이듬해 4월 공사가 중단됐다. 몇 달 후 재개됐지만, 더 많은 시위대가 체포된 뒤 다시 중단됐다.

그러던 지난해 10월 미 하와이주 대법원은 TMT의 건설 허가를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판결을 내렸고, 지난달 20일 하와이 정부는 공사 재개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지난주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는 15일부터 공사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마우나 케아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자 원주민 시위대 수백 명이 길 시작점에 몰려와 이에 반발하며 길을 막았다. 이들은 문화·종교 활동을 위해 자신들의 차를 하루에 한 대씩만 정상에 오르게 해 주면 천문대 관계자들의 통행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당국에 제안했다.

하지만 양측은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15일 인간띠를 만들어 하와이 마우나 케아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막는 하와이 원주민들
15일 인간띠를 만들어 하와이 마우나 케아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막는 하와이 원주민들

[AP=연합뉴스]

시위의 지도자 중 하나인 카호오카히 카누하는 취재진에 TMT의 건설을 막으려는 노력은 하와이 원주민들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우리가 존재할 권리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가 싸우고, 저항하며 버티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하와이 원주민들은 TMT가 하와이에 교육·경제적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기지만, '가짜 하와이인'으로 손가락질받는 것이 두려워 찬성 입장을 밝히지 못한다고 AP는 전했다.

TMT는 2011년 하와이 당국의 건설 승인을 받아 하와이에서 가장 높은 해발 4천214m의 마우나 케아산 정상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주경의 지름이 98피트(30m)에 달하는 이 천체망원경은 130억년 이전의 우주까지 관측할 수 있어 우주의 기원에 대한 답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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