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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조직 이식한 미세 장치로 '대장 유전자' 온·오프 제어"

송고시간2019-07-1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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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버펄로대 연구진 보고서… 암·조현병 등 치료법 개발 기대

레이저 빛을 쪼인 FGFR1(우측)과 자연상태의 FGFR1
레이저 빛을 쪼인 FGFR1(우측)과 자연상태의 FGFR1

[버펄로대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배아세포 단계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인간의 성장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FGFR1 유전자를 의학계에선 '대장 유전자(boss gene)'라고 한다.

실제로 이 유전자는, 인간 유전체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4천500여 개의 유전자를 지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를 통해 제기된 하나의 추론이다.

FGFR1이라는 명칭은 'Fibroblast Growth Factor Receptor 1'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섬유아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 1'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섬유아세포는 결합조직에 나타나는 세포를 아울러 지칭하는 것이다.

미국의 과학자들이, 인간의 뇌 조직에 미세 장치(device)를 이식해 FGFR1 유전자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엔 첨단 광 유전체학(optogenomics)의 광자(photon) 이론과 나노기술이 적용됐다.

실제로 임상에서 인간의 FGFR1 유전자를 제어할 수 있게 되면, 여러 유형의 암과 정신질환 등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이 연구를 수행한 버펄로대 공학·응용과학대의 조셉 조넷` 전기공학과 부교수팀은 관련 보고서를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회보에 최근 발표했다. IEEE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 기술 전문가 단체로, 175개국 36만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온라인(링크)에 공개된 연구개요를 보면 이번 성과는, 레이저 기술과 나노 기술을 접목해 인간 유전체 제어 방법을 탐구하는 광 유전체학(optogenomics)'이 새로운 연구 분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학(optics)과 유전학(gesetics)을 연계한 광 유전학(optogenetics)이 등장한 건 20년이 넘었다.

이 분야의 과학자들은, 인체 내 세포들이 주고받는 생물학적 정보의 오류에 질병의 원인이 있다고 보고, 그런 오류를 바로잡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췄지만, 유전체의 기능 이상을 직접 파고드는 덴 한계가 있었다.

버펄로대 연구팀이 굳이 FGFR1을 골라, 광 유전체학 기술로 실험한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미할 스타호비아크 병리학·해부과학 교수는 "FGFR1 유전자를 제어한다는 건 이론적으로, 유방암 등 여러 유형의 암과 조현병 등에 동반하는 유전자 기능 이상을 차단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에서 자란 뇌 조직에, 나노 레이저와 나노 안테나로 작동하는 미세 무선 장치를 이식했다.

그런 다음 청색·적색과 근적외선(far-red) 레이저 광선을 뇌 조직에 조사(照射)해, FGFR1 유전자와 연관 세포 기능을 온·오프 하는 데 성공했다. 레이저 광선을 조절하는 데는, 빛으로 작동하는 점멸식 분자 스위치를 이용했다.

이런 결과는 본질적으로 FGFR1 유전자를 해킹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연구팀은 평가한다.

스타호비아크 교수는 "궁극적으로 이 기술은 환자의 유전체 구조를 조작해 유전자 이상을 예방하고 바로잡는 치료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기술을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연구가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버펄로대 연구팀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다음 계획은, 3D 프린트 기술로 만든 인간의 '소형 뇌(mini-brains)'와 암이 될 가능성이 큰 암성(癌性) 조직에 이 기술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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