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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서양화가 노은님 "그림 작업은 낚시와 비슷해요"

송고시간2019-07-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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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가나아트센터서 국내 개인전 열어 대작 공개

"붓 안 잡으면 께름칙해"…11월 독일 미헬슈타트에 전시실 개관

작품 앞에 선 노은님 작가
작품 앞에 선 노은님 작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개인전 '힘과 시'를 여는 노은님 작가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 전시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7.18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천진하고 발랄한 그림을 그리는 노은님(73)에게는 항상 '파독 간호사 출신 서양화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전북 전주 교동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 독일 함부르크에 갔고, 우연한 계기로 대학에 들어가 미술 공부를 했다. 1990년 한국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 교수로 임용돼 20년간 학생을 가르쳤다.

국내에서 4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노은님은 18일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이 생각하는 미술 이론을 이야기하다 "그림 작업은 낚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저는 마음먹고 억지로 하면 그림을 못 그려요. 붓을 잡아도 뭐가 나올지 잘 몰라요. 낚시꾼이 어느 때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고, 어느 날은 많이 잡잖아요. 그림도 그래요."

작가는 '무아'(無我)라는 말을 직접 꺼내지는 않았지만, 의식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부모 반대로 일찍이 화가가 될 꿈을 접었다. 그러나 1968년 모친이 별세하자 고인이 나온 작은 사진을 보고 초상화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전문가에게 부탁하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재료를 사서 그림을 그리려 했다.

작가는 "화가에게 몇 번 배웠는데, 사진을 확대경으로 보느라 눈이 아파 포기했다"며 "몽땅 사놓은 화구가 아까워서 혼자 끄적이다가 독일에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서 대학에 들어가 연습 삼아 물고기나 새를 그렸는데, 칸딘스키 제자인 한스 티만 교수가 휴지통에 버린 소품들을 보고 극찬했다"고 덧붙였다.

대학에서 2년 넘게 실존하는 사물을 그린 작가는 추상화로 방향을 틀어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는 "무엇이 우연이고 무엇이 필연인지 알고 싶었다"며 "쌀을 상 위에 떨어뜨리면 흐트러지는 그 모습에 궁금증이 일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생각은 '힘'과 '에너지'에 대한 관심으로 나아갔다. 그에게 힘은 시작점과 종착점이 분명한 직선이 아니라 동그라미처럼 순환하는 형태로 인식됐다.

개인전 제목 '힘과 시'는 이러한 발상에서 나왔다. 국내에 거의 공개되지 않은 대작을 중심으로 회화 30여 점이 출품됐다. 1980년대 작품부터 '달과 함께'와 '어느 봄날' 같은 신작이 한데 걸렸다.

전시장을 돌아본 작가는 "좋다"고 감탄하면서 1984년작 '생명의 시초' 앞에 섰다. 가로 203㎝, 세로 258㎝인 이 그림은 흰색과 검은색 선들이 마구잡이로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이 그림을 한지에 그렸다고 강조했다. 고향 전주 특산품인 한지 덕분에 동그랗게 말거나 차곡차곡 접어도 괜찮다고 했다. 한동안 책장에 쑤셔 넣어 보관했는데, 지난해 양주 장욱진미술관 전시를 준비하면서 잊었던 대작을 다시 꺼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지는 철보다 강하면서도 한없이 부드러운 종이"라면서 "한국에서 독일에 갈 때면 한지를 가져갔는데, 구부러져도 금세 펴지고 작은 조각을 붙여 크게 만들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노은님 '어느 봄날'
노은님 '어느 봄날'

[가나아트센터 제공]

내년이면 독일 거주 50년이 되는 작가는 지금도 그림으로 일상을 시작한다.

"붓을 안 잡으면 이를 안 닦은 거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붓을 잡아야 개운해요. 오늘도 얼른 해 놓고 왔죠. 안 하면 께름칙해요. 만날 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끼는 게 많아서인지 그리고 싶은 것도 많아요."

전시는 19일 개막해 다음 달 18일까지 이어진다. 용산구 가나아트한남에서도 내달 4일까지 노은님 회화와 조각 작품 8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를 한다.

오는 11월에는 작가 작업실이 있는 독일 남서부 미헬슈타트 시립미술관에 그의 작품으로 채운 영구 전시실이 개관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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