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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에 배고팠던 논산 꼬마, 세계 무대로…현대무용수 김천웅

송고시간2019-07-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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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무용콩쿠르 월드갈라'로 바체바 입단 후 첫 고국 무대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 첫 한국인 정단원 김천웅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 첫 한국인 정단원 김천웅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에 한국인 최초 정단원으로 입단한 무용수 김천웅(25)이 18일 종로구 수송동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천웅은 오는 27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월드갈라'에서 단독 무대를 선보인다. 2019.7.21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헤이, 천. 부예술감독이 너밖에 안 본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기자와 마주앉은 무용수 김천웅(24)은 2014년 겨울, 난생처음 떠난 해외여행을 이 문장으로 기억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입학하고 미국 뉴욕으로 놀러간 그는 친구 추천으로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의 인텐시브 코스를 수강했다. 부예술감독은 일주일 내내 김천웅을 이글거리는 눈으로 주시했다. 코스 마지막 날,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무식해서 용감했나 봐요. 그때는 바체바가 뭔지도 몰랐고, 학교 때문에 못 갈 것 같다고 했죠. 그랬더니 견습생 자리를 주겠다고 하셨어요."

1964년 창단된 바체바 무용단은 세계 정상의 현대무용단으로 손꼽힌다. 현대무용 새 지평을 연 오하드 나하린이 이 단체를 이끌면서 지금의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김천웅은 월급 못 받는 견습생으론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부예술감독과 이메일 주소만 교환하고 귀국했다. 얼마 뒤 메일이 왔다. 17∼22세 무용수들이 활동하는 2부 리그격인 바체바 앙상블로 발탁된 것이다.

2017년에는 첫 한국인 정단원으로 승격했다. 김천웅은 "인텐시브 코스를 들으라고 권한 친구가 귀인(貴人)"이라고 회고했다.

'김천웅의 역동적인 움직임'
'김천웅의 역동적인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에 한국인 최초 정단원으로 입단한 무용수 김천웅(25)이 18일 종로구 수송동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천웅은 오는 27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월드갈라'에서 단독 무대를 선보인다. 2019.7.21

'김천웅의 역동적인 움직임'
'김천웅의 역동적인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에 한국인 최초 정단원으로 입단한 무용수 김천웅(25)이 18일 종로구 수송동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천웅은 오는 27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월드갈라'에서 단독 무대를 선보인다. 2019.7.21

김천웅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맹모삼천지교'를 방불케 한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그는 유치원 학예회 때 무대에 처음 섰다. 어머니는 춤을 좋아하는 아들을 논산에 딱 하나뿐인 무용학원에 등록해줬다. 초등학생 때 그 학원이 폐업하자, 매일 전북 전주의 무용학원까지 1시간씩 운전해 데려다줬다.

"아버지는 도매업을 하시고 어머니는 주부세요. 두 분 다 춤이랑은 거리가 멀죠.(웃음) 그래도 전 춤이 그렇게 좋았어요. 논산에 계신 부모님 품을 떠나 중학교 때부터 전주에서 자취했어요. 서울의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고, 학교를 떠나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까지 갔으니… 늘 떨어져 있어서 부모님께는 죄송하죠."

바체바에서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에서와 다른 춤 스타일, 언어 장벽 등이 그를 지치게 했다. 첫 1년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져 잤다고 했다. "알아듣는 몇 단어로 진도 따라가는 게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했다"고 했다.

김천웅은 언뜻 운동선수처럼 보일 만큼 체격이 컸다. 183㎝ 키에 굵직한 근육이 솟아있었다. 국내에서는 무용수가 마른 몸매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바체바에서는 개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바체바에 와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가짜로 하지 마라, 날것 그대로 해라'였어요. 연기하지 말고 춤 그 자체가 되란 이야기인데요, 오하드 나하린은 무용수들이 '나 무용수야' 싶게 과장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 연장선에서 무용수이면서도 무용수답지 않은 몸매를 원해요. 관객에게 괴리감을 주지 않으려는 거죠. 저도 처음에는 정형화한 틀을 벗어버리되, 여전히 무용수여야 하는 게 어려웠어요."

바체바 무용단 첫 한국인 정단원 김천웅 무용수
바체바 무용단 첫 한국인 정단원 김천웅 무용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에 한국인 최초 정단원으로 입단한 무용수 김천웅(25)이 18일 종로구 수송동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천웅은 오는 27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월드갈라'에서 단독 무대를 선보인다. 2019.7.21

바체바 무용단에서 공연하는 김천웅
바체바 무용단에서 공연하는 김천웅

[김천웅 제공, Photo by Ascaf]

바체바 상징인 오하드 나하린은 지난해 예술감독에서 물러났다. 신임 감독 길리 나봇이 단체를 이끌되, 오하드 나하린은 상임안무가로 활동 중이다. 조만간 신작이 나온다. 김천웅은 신작 안무를 마치는 대로 새로운 길을 찾을 예정이다.

"몇 년 뒤 바체바를 떠나면 안무가나 리허설 디렉터(연습감독)에 도전해볼 거예요. 만약 그쪽에 재능이 없다면 깔끔하게 무용 분야를 떠날 겁니다. 평생 춤을 췄기 때문에 오히려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안무가로서 김천웅의 재능을 엿볼 기회가 있다. 오는 27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월드갈라에서다. 김천웅은 'Here, me.'라는 10분짜리 솔로 창작 작품을 올린다. 바체바 입단 후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무대다. "춤추는 곳이 제가 있는 곳이고, 저는 늘 무대에 있었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누군가는 저를 금의환향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타지에서 참 외로웠겠다고 느낄 수도 있겠죠."

8월 24∼25일에는 옛 서울역사인 문화역서울284에서 'Universe in Me'를 올린다. '귀인'이라 칭한 한예종 동문 정희은과 합작한 작품이다.

김천웅은 지금 가장 행복한 시기를 살고 있다고 했다. "늘 멀리만 보고 달려왔어요. 직업무용수 꿈을 이룬 지금을 행복하게 즐기고 싶어요. 물론 안주하지는 않을 겁니다."

바체바 무용단 첫 한국인 정단원 김천웅
바체바 무용단 첫 한국인 정단원 김천웅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에 한국인 최초 정단원으로 입단한 무용수 김천웅(25)이 18일 종로구 수송동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천웅은 오는 27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월드갈라'에서 단독 무대를 선보인다. 2019.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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