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법원, 삼바 분식회계 혐의에 "다툼 여지"…檢 입증 부담 커져

송고시간2019-07-20 12:53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증선위 제재 효력 정지 사건서도 "회계처리 위법 단정 어렵다" 판단

검찰 "증거 명백…법원 판단 이해 어려워" 비판…후속 수사 차질

또다시 영장 기각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또다시 영장 기각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의왕=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4조5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20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25일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된 뒤 두 번째로 영장이 기각됐다. 2019.7.20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김태한(62)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재차 기각되면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에 속도를 내려던 검찰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이 "범죄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분식회계 혐의 자체에 물음표를 던지면서 검찰의 입증 부담이 한층 커진 모양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김태한 대표를 비롯해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54) 전무, 재경팀장 심모(51) 상무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영장 기각의 핵심 사유로는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수사의 핵심인 분식회계 혐의가 명확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천억원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회계처리 당시엔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한 부채를 감췄다가 2015년 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자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바꿨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연합뉴스TV 제공]

반면 삼성바이오 측은 "적법한 회계처리였다"며 분식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법원이 김 대표의 영장을 기각한 것도 회계처리 기준 변경이 위법한지, 고의성이 있는지 등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서울행정법원도 앞서 삼성바이오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제재 집행 정지 사건에서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재 효력을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애초 금융감독원조차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다수의 회계 전문가들 역시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국제회계 기준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만큼 섣불리 '고의 분식'을 단정짓긴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증선위가 불복했지만 서울고법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삼성바이오의 조직적 증거 인멸, 회계법인 관계자들의 많은 자백 등 증거가 충분한데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원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증거 인멸 혐의로 임직원이 8명이나 구속된 마당에 증거 인멸의 '목적'으로 볼 수 있는 분식회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분식이라고 판단했고 검찰이 확보한 증거도 명백하다"며 "보강 수사를 통해 법원을 설득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김 대표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연관성을 추적하는 데에도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분식이 2015년 9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의 분식회계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승계 구도를 만들려는 '큰 그림' 속에서 삼성바이오 분식이 이뤄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san@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