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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여행지] ② 짜릿한 구례 물맞이 폭포

송고시간2019-08-1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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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전남 구례로 향하던 날, 하필 비가 내렸다. 더위를 날려줄 피서지를 찾아 나선 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축축하고 스산한 날씨였다. 수락폭포에 가까워지자 빗방울은 더 굵어졌다.

구례 수락폭포에서의 물맞이 [사진/조보희 기자]

구례 수락폭포에서의 물맞이 [사진/조보희 기자]

예상대로 수락폭포 입구는 적막할 정도로 한산했다. 자동차 몇 대가 주차돼 있었지만, 사람을 볼 수는 없었다. 조그만 카페 안에서 겨우 3명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수락폭포를 오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우산을 펼쳐 들고 수락폭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여름이면 아이들로 북적였을 계곡 물놀이장도, 계곡 너머 평상에도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여름철 최고의 국내 피서지도 장마의 힘은 거스를 수 없었다.

수락폭포 입구 산책로 [사진/조보희 기자]

수락폭포 입구 산책로 [사진/조보희 기자]

◇ 비 오는 날의 상쾌한 물맞이

발길을 돌릴 수는 없었다. 입구 쪽에 설치된 조그만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추적추적 비를 맞으며 계곡을 따라 푸른 녹음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계곡 왼쪽 탐방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소리는 한층 커졌다.

수락폭포는 커다란 바위 사이로 굉음을 내며 하얀 물줄기를 시원스럽게 쏟아내고 있었다. 동편제 판소리의 대가인 송만갑(1865∼1939)이 득음을 위해 수련했다는 곳이다.

조심조심 바위를 딛고 폭포로 접근했다. 가까이서 보니 물줄기가 꽤 굵어 보인다. 재빨리 물줄기 아래로 머리를 집어넣고 섰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몸이 기우뚱거리더니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폭포의 힘을 간과한 탓이었다. 아찔했다.

다시 몸을 일으켜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 폭포수 아래 섰다. 15m 높이에서 떨어진 물줄기가 머리와 어깨를 사정없이 때렸다. 하나, 둘, 셋…. 숫자를 삼십까지 세기가 힘들 정도로 수압은 강력했다. 그렇게 다섯 차례 물을 맞았다.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폭포는 독차지였지만 물맞이를 더는 할 수 없었다. 물줄기와의 싸움에 지친 탓이었다. 하지만 정신은 또렷해지고 뭉쳤던 어깨는 부드러워졌다.

수락폭포는 '물맞이 폭포', '천연 워터 테라피'로 알려져 있다. 물맞이가 신경통, 근육통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이 계곡에선 면역력을 증진하는 산소 음이온도 많이 나온다고 한다.

폭포 주변 언덕 숲속엔 나무 데크로 만든 짧은 산책로가 설치돼 있다. 가볍게 걸으며 폭포와 주변 풍광을 감상하기 좋다.

지리산정원 야생화테마랜드 [사진/조보희 기자]

지리산정원 야생화테마랜드 [사진/조보희 기자]

◇ 야생화 천국에서의 여유로운 산책

구례는 야생화 천국이다. 국내 야생화 종의 30% 정도인 1천500여 종이 구례를 포함한 지리산 일대에 서식하고 있다. 구례를 방문했다면 아름다운 야생화를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겠다.

야생화는 산림복합휴양 공간인 지리산정원에서 만날 수 있다. 지리산 자락 지초봉을 중심으로 남서쪽에는 야생화생태공원, 북동쪽에는 산림휴양타운이 자리해 있다. 24만㎡의 야생화생태공원에서는 야생화 100여 종이 계절마다 꽃을 화려하게 피운다.

야생화테마랜드 방문자센터에 있는 유리온실에서는 송엽국, 호주매화, 덩이괭이밥 등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음악분수, 소나무숲길, 잔디광장도 있다. 토피어리 곤충 조형물과 수생식물을 만날 수 있는 자생식물원, 산수유와 구상나무 등이 식재된 구례생태숲도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기 좋다.

야생화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곳도 있다. 바로 한국압화박물관이다. 압화는 우리말로 '꽃누르미' 또는 '누름꽃'이라고 하는데, 눌러 건조한 꽃을 이용해 작품을 만든 것을 말한다.

박물관에는 대한민국 압화대전 역대 수상작과 우리나라, 대만, 일본, 중국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압화를 이용한 회화, 장신구, 공예품 등 화려한 누름꽃의 세계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섬진강 어류생태관 [사진/조보희 기자]

섬진강 어류생태관 [사진/조보희 기자]

자녀와 함께라면 섬진강 어류생태관도 좋다. 제1전시장에선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과 이름의 유래, 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2전시장에선 버들치와 쉬리, 참갈겨니, 모래무지, 피라미, 누치 등 섬진강에 실제 서식하는 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육식성 어류인 쏘가리와 꺽지, 가물치도 볼 수 있다. 야외 수달공원에서는 먹이를 찾아오는 귀여운 수달도 만날 수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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