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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Abroad] 모스크바 우주박물관

송고시간2019-10-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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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올해는 인간이 달에 첫발을 내디딘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1969년 7월 16일 세 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지구를 떠난 미국 우주선 아폴로 11호는 나흘 후인 7월 20일 달에 착륙했다.

TV로 생중계돼 5억명 이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닐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역사적인 첫 발자국을 찍었다. 그는 이 순간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냉전 시대, 우주과학 기술 개발을 놓고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우주를 향한 인류 첨단기술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우주박물관이 있다.

모스크바 우주박물관과 인류 최초 우주비행 기념비 [사진/조보희 기자]

모스크바 우주박물관과 인류 최초 우주비행 기념비 [사진/조보희 기자]

모스크바 방문 일정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기 전 몇시간의 여유가 생겼을 때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며칠 전 들리려 했지만 휴관이었던 우주박물관에 가면 우주 강국 러시아의 일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서둘러 메트로를 타고 베데엔하역으로 향했다.

역을 나서자 왼쪽으로 불꽃을 뿜어내며 비상하는 우주선을 형상화한 높이 107m의 거대한 기념비가 눈에 들어왔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인 1957년 10월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했고 같은 해 11월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를 태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를 쏘아 올렸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1961년 4월 12일 우주선 보스토크 1호가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1934∼1968)을 태우고 지구 궤도를 1시간 넘게 돈 뒤 지구로 귀환한다.

이 사건이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을 촉발하면서 미국은 1969년 7월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게 된다.

두 강대국의 경쟁으로 인류의 우주과학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유리 가가린의 우주 비행을 기념하는 이 기념비는 1964년 세워졌다.

기념비 앞에는 러시아 로켓의 아버지라 불리며 우주계획을 선구적으로 이끌었던 폴란드계 러시아인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의 동상이 있다.

치올콥스키(1857∼1935)는 현대 우주 항해학과 로켓 이론의 선구자다. 어려서 청력을 잃었지만, 독학으로 뜻을 이룬 그는 "지구는 인류의 요람이지만 요람에서 영원히 살 수는 없다"라는 말로 인류의 우주 탐험 시대를 선포한 인물이다.

기념비 남쪽에는 다른 우주비행사들의 흉상이 도열해 있다.

기념비 바로 아래 우주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첫 유인 우주 비행 20주년이 되는 1981년에 일반에 개방됐다.

박물관의 외관은 언뜻 보기엔 단층이고 아담해 보인다.

입장료는 250루불인데, 휴대폰이 아닌 카메라로 사진 촬영을 하려면 추가로 230루불을 내야 한다. 촬영권을 사면 카메라 스트랩에 감을 수 있는 띠를 주는데 중간중간 직원이 확인하니 잘 보이는 곳에 붙여야 한다.

개찰구를 통과하면 지구본 앞에서 우주복을 입고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거대한 우주인 모형이 관람객을 반긴다. 포토존인 셈이라 많은 관람객이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기도 하다.

1988년 발사된 우주왕복선 부란 모형 [사진/조보희 기자]

1988년 발사된 우주왕복선 부란 모형 [사진/조보희 기자]

우주인 상 왼쪽으로 최초의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 모형이 우뚝 서 있다.

그 옆으로 강아지 두 마리가 유리관에 앉아 있다. 이 강아지들은 1960년 스푸트니크 5호를 타고 우주로 올라간 스트렐카와 벨카다. 지구 궤도를 돈 후 무사히 귀환했다.

앞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처음으로 우주로 나갔던 강아지 '라이카'는 지구로 귀환하지 못하고 우주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오른쪽에는 1959년 10월 발사돼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을 사진으로 찍어 지구로 전송한 루나3 스테이션과 달 모형이 자리하고 있다. 이전까지 인간은 늘 달의 앞면만 봐 왔는데 그 뒷면을 처음으로 보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 계획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프랑스의 와인 장인 앙리는 자신의 러시아 친구와 내기를 걸었는데 달의 뒷면 사진을 보내자 패배를 인정하고 샴페인 1천 병을 모스크바로 보냈다고 한다. 그 와인도 전시돼 있다.

1960년 스푸트니크 5호를 타고 우주를 다녀온 강아지 스트렐카와 벨카 [사진/조보희 기자]

1960년 스푸트니크 5호를 타고 우주를 다녀온 강아지 스트렐카와 벨카 [사진/조보희 기자]

옆 전시실로 이동하면 역대 우주비행사들 사진과 우주 정거장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그 아래로 넓은 지하 전시 공간이 이어진다.

첫 우주정거장은 1971년 4월 지상 200㎞의 지구 궤도로 발사된 구소련의 살류트 1호다.

본격적인 우주정거장은 구소련의 '미르'다. 평화라는 뜻의 이 우주 정거장은 살류트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면서 쌓은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1986년 2월 첫 본체 모듈을 발사했다.

1996년 4월 마지막으로 총 6개의 모듈을 결합해 10년 만에 전체 무게 137t의 거대한 우주기지가 건설됐다.

정거장에서 근무할 우주인을 교대할 때에는 소유스 유인 우주선을 이용했고, 정거장에 필요한 각종 물자의 공급은 프로그레스 무인 우주 화물선이 맡았다.

미르는 15년간의 임무 수행을 마치고 2001년 3월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해 남태평양 속으로 가라앉으며 생을 마쳤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우주정거장은 ISS로 16개국의 공동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우주정거장은 인간이 우주에서 장기체류하며 더 멀리 있는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연구를 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은퇴한 우주정거장 미르 실물모형(오른쪽 위)과 인공위성 [사진/조보희 기자]

은퇴한 우주정거장 미르 실물모형(오른쪽 위)과 인공위성 [사진/조보희 기자]

한쪽에는 우주인들이 지상에서 무중력 체험 훈련을 하는 비행기 모형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들이 박물관에서 직접 체험해볼 수는 없지만, 우주인들은 안이 터널처럼 비어있는 이 비행기를 1시간 30분 정도 타면서 한 번에 30초 정도 지속하는 무중력 상태를 10∼15차례 경험할 수 있다.

무중력 상태는 비행기가 포물선 모양으로 고도 6천m에서 9천m 사이를 비행할 때 최고 고도에서 궤도비행을 하는 과정에서 원심력과 중력의 힘이 같아질 때 순간적으로 만들어진다.

무중력 상태가 되면 우주인들은 공중에 떠서 우주복 입기와 동작을 경험하게 된다. 무중력을 만들기 위해 비행기는 급상승과 급하강을 반복하는데 중력의 급변으로 일반인은 적응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 우주인 선발 테스트 당시 타본 경험이 있는 필자는 중력이 있는 지구가 가장 편하다는 걸 절감했다.

박물관에는 은퇴한 우주정거장 미르의 실물 크기 모형이 전시돼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우주인들이 생활하는 모습의 사진과 유영할 때 사용하는 '우주 모터사이클'도 볼 수 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몸을 마음대로 가눌 수 없으므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 이용하는 장비다.

화장실 실물과 우주에서 샤워하는 모습의 사진도 볼 수 있다. 우주식량도 전시돼 있다. 생소한 것들이지만, 지구와 다른 환경에서도 지구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필요한 것으로, 오랜 고민 끝에 만들어 낸 발명품일 것이다.

2006년 러시아 비행기에서 무중력체험을 하는 한국 우주인 후보들 [사진/조보희 기자]

2006년 러시아 비행기에서 무중력체험을 하는 한국 우주인 후보들 [사진/조보희 기자]

아래층으로 이동하면 각종 우주발사체, 달착륙 후 작업하는 우주선, 지구로 귀환할 때 사용하는 귀환선, 우주인 구조 모습 등이 전시돼 있다.

1970년 달에 착륙해 달 흙을 가져오는 임무를 수행한 루나 16호도 볼 수 있다.

공중에는 우주정거장 모형과 달 모형이 매달려 있어 우주 공간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한쪽에는 미국의 우주 탐험사를 전시해 놓았다. 달에 착륙했던 아폴로 11호 관련 자료와 1975년 우주에서 미국의 아폴로호와 소련의 소유스호가 도킹에 성공해 최초의 '우주의 악수'를 한 두 나라 우주인들이 함께 찍은 사진도 전시돼 있다.

달 탐사에 사용된 기술은 인류 생활도 변화시켰다. 아폴로 달착륙선의 안테나는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들었다. 접힌 상태로 우주선에 실렸다가 우주에서 적당한 온도를 받으면 원래의 모양으로 펴졌다.

이 기술은 형상기억합금 브래지어에 적용돼 상품화됐다. 태양 빛이 강한 우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개발된 고글은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로 진화했다. 공기청정기, 전자레인지, 인공지능(AI) 로봇, 슈퍼컴퓨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한쪽에 우주 개발에 참여한 국가의 국기가 걸려 있고 해당국 우주인들의 우주 활동사진이 전시돼 있다. 태극기도 걸려 있는데 이소연씨 사진은 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인 이씨는 2008년 4월 카자흐스탄 우주기지에서 소유스 TMA-12호를 타고 국제 우주정거장 ISS에 탑승한 뒤 10일간 머물며 임무를 수행하고 귀환했다.

1961년 4월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유리 가가린과 최초의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에 대한 자료도 볼 수 있다.

유리 가가린은 군인 출신 우주비행사로서, 그가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한 말은 "지구는 푸르다"였다. 무사 귀환한 후 소련의 국민 영웅이 됐지만, 34살에 비행사고로 사망했다.

우주개발에 참여한 국가의 우주활동사진 [사진/조보희 기자]

우주개발에 참여한 국가의 우주활동사진 [사진/조보희 기자]

테레시코바는 1963년 6월 26세의 나이에 보스토크 6호 조종사로 총 70시간 50분 동안 지구를 48바퀴 돈 뒤 무사 귀환했다.

당시 미국과 소련 간의 우주기술경쟁이 과열된 상태에서 '여자 우주인을 보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녀가 발탁되면서 이 계획이 성공하게 된다.

전시장의 마지막 코스는 우주 관련 영화가 소개되는 시네마 홀로 연결된다.

우주비행사들의 훈련 과정과 실제 우주에서 임무 수행 장면들을 영상으로 볼 수 있고 우주 관련 영화 스틸컷이 전시돼 있다. 기념품점에서는 우주식량도 맛볼 수 있다. 우주박물관은 단체관람 온 학생들로 붐볐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처음에는 무모하고 엉뚱해 보이는 탐험가들의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좌절과 반대, 비난, 질시 등이 있었을 것이다. 탐험가들에게 새삼 고개가 숙여졌다.

◇ 모스크바 시민들의 휴식처 베데엔하(VDNKh)

우주박물관을 나서면 베데엔하로 이어진다. 구소련은 1939년 경제적 성과와 계획 경제의 성공을 자축하기 위해 전(全)소련 농업 박람회를 개최했다. 그 당시 조성된 박람회장인데 여러 차례 대규모 증축을 거듭해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다.

당시 이름으로는 경제 업적 박람회장이란 의미로 약칭 베데엔하(VDNKh)라고 불렀다. 이 이름은 구소련 붕괴 후에는 전러시아박람회장(약칭 베베쩨·VVTs)으로 불리다 2014년 주민들의 투표를 거쳐 다시 베데엔하라는 명칭을 되찾았다.

베데엔하 정문 [사진/조보희 기자]

베데엔하 정문 [사진/조보희 기자]

면적이 235ha로, 박람회장, 박물관, 레크리에이션 복합시설로 이뤄진 베데엔하는 모스크바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대공원이다.

농업박람회 당시 동맹국들의 전시장과 테마 전시장으로 사용되던 82개의 부속건물과 놀이시설, 아름다운 분수와 넓은 광장, 정원을 갖추고 있다.

각 건물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양식을 특징으로 다양한 형태로 지어졌다. 매년 수십 개의 축제와 기념행사 그리고 공연과 패션쇼가 열리기도 한다.

뮤지션들의 버스킹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있는 넓은 광장을 지나 입구에 들어서니 정문인 거대한 석조문이 나타났다.

문 위에는 밖을 응시하는 남녀 조형물이 보인다. 망원렌즈로 당겨 사진을 찍어보니 황금빛 밀짚 단을 들어 올리고 있다. 농업박람회장인 만큼 국민의 주식인 밀의 중요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정문을 지나면 레닌 동상과 35m의 첨탑이 있는 중앙 전시관까지 넓은 광장이 펼쳐진다. 많은 시민이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면서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중앙 전시관은 처음엔 소련 지도와 수력발전소, 레닌의 고향 풍경으로 장식됐지만 지금은 기념품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중앙 전시관을 지나면 거대한 팔각형 광장이 나타난다. 광장 가운데는 민족우호(friendship of nations)분수가 있다.

중앙에 거대한 밀짚 단을 묶어놓은 조형이 있고 주위에 민족의상을 입은 15개의 여성 도금 청동상이 있다. 구소련시대 15개국 동맹국과 그 민족과의 우정을 상징한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수로 꼽힌다고 한다.

최근 새로 단장을 해서인지 청동상의 금빛이 더없이 찬란하게 빛난다. 방문객들은 하나같이 분수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는 걸 잊지 않는다.

민족우호분수 [타스=연합뉴스]

민족우호분수 [타스=연합뉴스]

팔각형 광장은 9개의 전시관으로 둘러싸여 있다. 과거 원자력 에너지 전시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이 리모델링을 거쳐 다목적 서비스 센터로 재개장했다. 아르메니아 전시관은 고급 식당으로 운영되고 있다.

민족우호분수를 지나면 화단으로 장식된 넓은 광장이 이어진다. 광장을 지나면 돌로 만든 꽃이라는 의미의 '석화 분수'를 볼 수 있다. 우랄 지역에서 가져온 다양한 색깔의 돌과 모자이크로 만들어진 이 분수는 그 자체가 멋진 작품이다.

석화 분수를 지나면 지붕에 왕관을 쓰고 있는 듯한 우크라이나 전시관이 나타난다. 더 가면 우주전시관으로 이어진다.

그 앞에는 유리 가가린이 우주로 나갈 때 타고 간 보스토크 1호 실물 모형이 발사대에 고정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해가 지고 우주선에 조명을 비추니 금방이라도 창공으로 발사될 것 같은 긴장감이 흐른다.

낮에 들어간 공원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다 해가 지니 건물들이 형형색색 화려한 조명으로 또 한 번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앙 전시관은 수시로 색깔을 바꾸고 물에 비친 민족우호분수의 황금 청동상은 물을 뿜어내지 않아도 멋진 자태를 뽐낸다.

마침 방문한 날 저녁 석화 분수가 시험 가동하는 날이라 화려한 물줄기를 직접 보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가족 단위로 온 방문객들도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듯 얼굴에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튤립이 피어있는 중앙가든 [사진/조보희 기자]

튤립이 피어있는 중앙가든 [사진/조보희 기자]

베데엔하 공원은 24시간 개방되기 때문에 시간 제약이 없다. 공원은 겨울이면 4천5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스케이트장으로 변신한다.

베데엔하는 최근 2년간의 대규모 정비를 마치고 국가 대규모 전시회뿐 아니라 박물관·교육·오락·문화 복합공간으로 거듭났다. 그동안 공사 가림막으로 볼 수 없었던 건물과 조형물들이 더욱 화려한 모습을 드러냈다.

공원 측은 방문객이 연간 2천500만명에서 4천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jo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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