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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학교 교표에 욱일기가…" 청산 못 한 교육 현장 일제 잔재

송고시간2019-08-1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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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구성원 잘 몰라…"이번 기회에 반드시 청산하자" 목소리 고조

부산지역 학교 내 일제 잔재 실태조사
부산지역 학교 내 일제 잔재 실태조사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12일 오전 부산시교육청 중앙현관 앞에서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가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지역 학교 내 일제 잔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8.12 ccho@yna.co.kr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요즘 일본이라는 말만 들어도 화가 나는데 우리 아이 학교 교표(학교를 상징하는 무늬를 새긴 휘장)에 일제를 상징하는 욱일기가 그려져 있다니요."

"일제 군국주의 등을 상징하는 것들이 교정 곳곳에 뿌리 내려 우리 학생들 정신을 갉아먹은 건 아닌지…"

"말로만 항일, 극일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우리 주변에 산재한 일제 찌꺼기 모조리 청산해야 합니다."

12일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가 공개한 부산지역 초·중·고교와 대학의 일제 잔재 조사 결과를 본 학부모와 시민은 이번에 반드시 일제 잔재를 청산하자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6월 말부터 초·중·고교 637개교와 일부 대학을 상대로 교화, 교목, 교가, 교표(학교 마크) 등을 조사해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일본 잔재를 공개했다.

이 단체는 일본 향나무를 거론했다.

향나무가 일제 잔재라니? 무슨 얘기일까.

네트워크는 "가이즈카 향나무는 일본을 원산지로 하는 외래수종으로, 문화재청이 사적지에 심을 수 없는 부적합 수종으로 결정한 바 있다"며 "하지만 각 학교에서 인내, 극기, 굳센 기상, 의지, 푸르름, 세련된 삶의 추구, 한결같은 마음 등 잘못된 상징으로 소개하고 있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가이즈카 뽑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 결과 부산 강서구 덕두초등학교를 비롯해 122개 학교 교목이 일본 향나무(가이즈카 향나무)였다.

다음은 히말라야시다로 불리는 설송.

금정구 브니엘고 등 23개 학교에서 교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히말라야시다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들어와서 국내에 퍼진 대표적 수종이라고 한다.

이밖에 일본 왕실 상징하는 국화가 교목인 학교가 부산진여상 등 16개교, 일본을 대표하는 벚나무를 교목으로 사용 중인 학교가 월평초·강동초·동수영중학교 등 3개교였다.

일제시대 개교한 동항초등학교와 천가초등학교 교표에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었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동창회 등과 협의해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네트워크 관계자는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교표가 있는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전수조사를 하면서 학교 구성원들도 교목이 일본 나무인 줄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경남여고, 선화여중, 배정고, 한국해양대 등이 친일인사로 꼽히는 이흥렬 작곡가가 만든 교가를 사용하고 있었다.

동아중, 부산해사고, 부산여상 등은 또 다른 친일파로 불리는 김성태 작곡 교가를 아직도 부르고 있었다.

친일인사로 비판받는 김동진 작곡 교가가 대동고, 대동중, 동성초, 동성고, 동래고, 혜광고, 경성대 등 7곳, 청룡초등학교는 이항녕 작사 교가를 사용 중이었다.

안용백 흉상
안용백 흉상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제공]

경남고에 있는 친일파 안용백 흉상은 학교 측이 동창회와 협의해 학교 박물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여고에는 친일행적으로 논란이 된 유치환 글이 비석에 새겨져 있었다.

천가초등학교 교표
천가초등학교 교표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제공]

네트워크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학교 안에는 일제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며 "해방 이후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서 지금부터라도 우리 주변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강점기 문화통치 시기에 교가가 제정됐고 이후 확산한 측면이 있다"며 "현대사회에 교가, 교목 등이 꼭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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