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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4년] ⑤ 반일·극일 확산 속 "선 넘지 말자" 신중론도

송고시간2019-08-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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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품 불매운동 산업계 전방위 확산…문화계도 '불똥'

주말마다 '아베 규탄' 촛불집회…반일정서 편승 논란도

"과격대응 자제 시민의식 성숙…새로운 한일관계 모색해야"

'아베정권 규탄한다'
'아베정권 규탄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촉발된 불매운동과 반(反) 아베 촛불집회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며 극일(克日)이 일상의 화두가 되고 있다.

단순히 일본산 제품을 사지 말자는 움직임을 넘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규탄하는 시민들은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감정적 대응은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라며 차분한 자세로 새로운 한일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사그라지지 않는 불매운동 '불길'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사그라들기는커녕 점차 진화하며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매 대상 물품과 대체품을 자발적으로 공유하며 불매운동 자체를 생활화하고 있다.

불매 운동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일본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와 일본 맥주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7월 한 달간 일본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60% 이상 감소했고, 불매운동 표적이 된 유니클로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긴 지 오래다.

나아가 일본 화장품과 생활용품, 육아용품과 취미생활 용품 등까지 불매운동이 전방위로 확산하며 일본 브랜드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롯데나 쿠팡 등 유통기업들은 불매운동으로 인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며 일본과 선 긋기에 나서는가 하면 식품업계에서는 재료 원산지까지 찾아내는 소비자 움직임을 고려해 원재료나 포장재의 국산화를 서두르고 있다.

촛불 시민들 '모이자 8.15, 청산하자 친일적폐'
촛불 시민들 '모이자 8.15, 청산하자 친일적폐'

[연합뉴스 자료사진]

◇ 대규모 촛불집회로 확산…"선 넘지 말자" 자제 움직임

일본 경제 보복에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도 나섰다.

'아베 규탄 시민행동'은 매주 토요일 저녁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집회에는 매주 1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일부 자치단체장은 무책임한 반일 감정 선동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서울 중구청은 도심 한복판에 'NO 저팬'이란 배너를 내걸었다가 빗발치는 비판 여론에 배너를 거둬들였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성숙한 자세로 이번 사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지난 10일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 규탄 시민행동' 집회에서는 'NO 저팬'이 아닌 'NO 아베' 연대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 시민단체인 '일한민중연대전국네트워크'는 이날 발표한 연대 성명에서 "아베 정권은 한국에 대한 보복적 수출 규제를 철회하고 진지한 과거청산에 나서야 한다"며 "일한 민중교류 확대와 'NO 아베'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SNS상에서는 양국 간의 우호·협력을 바라는 '#좋아요' 해시태그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과의 관계악화를 우려한 이들이 SNS에 '#좋아요_한국' 등의 해시태그를 게재하는 운동을 벌이자 한국에서도 이에 호응해 '#좋아요_일본'이라는 해시태그를 게시하고 있다.

'노 재팬' 배너기 설치
'노 재팬' 배너기 설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문화계로도 번진 불매운동…한류에 영향은 제한적

한일관계 악화로 양국 간 문화 교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오는 10월 1∼2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찾아가는 일본 도서전'을 열 예정이었으나 국민감정 등을 고려해 행사 취소를 검토 중이다.

최근 제천 국제음악영화제를 앞두고는 일본 영화 상영을 중단해달라는 제천시의회의 요구가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만 일본에서 3차 한류로 불리는 K팝 스타들의 활동은 양국의 정치적 갈등과 무관하게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모습이다.

일본과는 오랜 기간 한류와 반한(反韓)이 공존한 가운데 민간 교류를 축적해 시장 이해도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의존도가 상당해 K팝의 뿌리가 견고한 편이다.

또 K팝을 소비하는 '한류 3.0' 세대는 정치 갈등과 문화 교류를 별개로 보는 경향이 있어 양국 갈등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 전문가들 "1965년 체제 극복…일본 시민사회와 연대"

전문가들은 한국 내 불매운동을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평가하면서도 과잉대응을 경계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최근 일본의 행보는 대단히 일방적인 행동"이라며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불매운동 등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대응"이라고 평했다.

남 교수는 "중구청의 관 주도 운동을 시민사회가 자제하게 한다든지 과격한 대응을 자제하며 열려있는 운동을 이끌어가려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확인된다"며 "그런 점에서 시민운동이 한 걸음 더 성숙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불매운동 등은 수단일 뿐이고 목표에 대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한일협정 1965년 체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내 다양한 운동이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한국의 단결을 꾀하는 게 아니라, 보편적인 '시민의 언어'로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에 공감하는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사회와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정 김기훈 이신영 김철선 김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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