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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日, 올림픽홍보 앞서 '후쿠시마 오염수' 정보 공개해야

송고시간2019-08-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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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도쿄올림픽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캐치프레이즈는 '재건'과 '부흥'이다. 20011년 3월 발생한 대지진 당시 큰 피해를 본 후쿠시마 등 동일본 지역의 재기를 전 세계에 알리려는 취지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지점으로부터 20여㎞ 떨어진 'J 빌리지'를 성화봉송 출발지로 선정했다. 이곳은 대지진 당시 사고 대책본부가 있던 곳이었으며, 지금은 국가대표 축구 훈련 시설로 쓰고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67㎞ 거리에 있는 아즈마 경기장에서는 올림픽 때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뿐 아니다. 후쿠시마에서 나는 농산물을 올림픽 선수촌의 식탁에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지역은 곳곳에 방사능으로 오염된 흙과 폐기물이 쌓여 있다. 아직도 방사능 수치가 때에 따라 기준치를 넘는 곳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빚어진 환경 재앙은 8년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1월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 위기'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 8년간 방사성 오염수의 오염 물질을 제거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그 결과 오염수 규모가 111만t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방사성 오염수는 원전 안에 남아있는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쏟아부은 물과 지하수 등이 합쳐진 것으로 그 양이 하루 170t씩 늘고 있는 상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를 물탱크에 넣어 원전 부지에 쌓아놓고 있는데, 이런 물탱크가 1천기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오염수를 처리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는 것은 처리 방법을 찾지 못해서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과 원자력 당국은 오염수 저장 탱크를 땅에 묻거나 증기로 조금씩 공기 중에 내보내는 방법 등을 놓고 고민 중이지만 모두 방사능 오염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고 한다.

더 충격적이고 우려스러운 일은 또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쌓아놓은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t을 바다에 방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폭로한 숀 버니 그린피스 원자력 분야 수석 전문가는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바다를 순환하기 때문에 후쿠시마뿐 아니라 태평양 연안 국가들도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특히 한국은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염수를 장기적으로 보관하면서 그 안에 처리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오염수 처리의 유일한 방법"이라며 "일본 정부가 방류하려는 이유는 처리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일본 정부는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가리려 하면 안 된다.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공개해 국제사회와 공유해야 한다. "아베 정부는 오염수 위기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불리한 뉴스가 나오면 아예 침묵한다"는 그린피스의 따끔한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 정치·외교적 조처를 해야 한다. 외교부는 오는 9월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와 11월 개최 예정인 한·중·일 '원자력 고위 규제자 회의' 등에서 오염수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다른 국제기구나 태평양 연안 국가와 긴밀히 협력하여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방류 계획을 접고 다른 대책을 내놓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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