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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향토극단] 오월극으로 광주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토박이'

송고시간2019-08-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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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창단 후 5·18 연극으로 명성…문화예술 교육으로 영역 확장

열악한 여건 딛고 교육·환경 등 시대적 메시지 담은 공연으로 소통

'오! 금남 식당'
'오! 금남 식당'

[극단 토박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극단 토박이 단원들은 "지킨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40년 넘게 광주 연극계를 끌어온 극단, 소극장을 향한 애착이자 사명감의 표현이다.

토박이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홍보부장이었던 박효선(1998년 작고) 씨를 중심으로 1983년 창단됐다.

전남대 극회 출신 졸업자들의 동아리 형태였다가 1987년 전문 극단으로 모습을 갖췄다.

전문 극단 출범을 알리는 첫 작품은 그해 11월 선보인 황석영 작, 박효선 연출의 '산국'이었다.

'오월 광대'라 불렸던 박씨는 5·18 과정에서 산화한 윤상원, 박용준 열사 등을 보내고 살아남은 자의 부채 의식, 정신 계승 의지를 연극에 담았다.

1980∼1990년대 무대에 올린 '금희의 오월', '모란꽃', '청실홍실' 등 오월극은 전국은 물론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해 아직도 회자하는 토박이의 대표작이다.

극단 요람인 민들레 소극장은 1989년 전남대 인근 광주 북구 신안동에 개관했다.

광주 동구 궁동 예술의 거리를 거쳐 현재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인근 동명동으로 옮겼다.

바람이 닫는 곳이면 홀씨를 뿌리는 민들레처럼 광주 공연예술 중심지마다 뿌리를 내려온 셈이다.

민들레 소극장은 열정으로 충만한 연극인들의 아지트다.

배우들이 최근 준비하는 작품은 '글러브와 스틱 그리고 찐찌버거'.

'글러브와 스틱 그리고 찐찌버거' 공연 모습
'글러브와 스틱 그리고 찐찌버거' 공연 모습

[극단 토박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찐찌버거는 '찐따, 찌질이, 버러지, 거지' 등 비속어를 조합해 요즘 학생들이 쓰는 말이다.

토박이는 중학교를 찾아가 학교, 직장, 사회에서 이뤄지는 폭력에 대한 경계심을 연극으로 환기한다.

환경, 교육 등으로 외연을 넓혀가면서도 토박이는 여전히 오월극을 고수한다.

임해정 대표는 "사명감이라기에는 너무 거창하지만, 토박이에서 오월극을 하지 않으면 다른 데서는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매월 마지막 주 특정 요일 등 1년 내내 어느 시기에는 오월극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을 관객들에게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배우들이 마음껏 끼를 발산하기에 지방 연극계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연간 관객 수는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1천명 안팎으로 변함이 없다고 한다. 10석을 채우지 못하는 공연도 있다.

관람료만으로는 극단·소극장 운영비, 배우 출연료 등 지출을 감당하기에는 계산이 서지 않는다.

5명뿐인 상근 단원은 공연을 위해 섭외한 외부인들에게 먼저 인건비를 주고 운영비 등을 제외해 남는 돈이 있으면 급여를 받고 '아니면 말고'식이다.

생계는 유지해야 하기에 대부분 오전에 학교 등에서 예술 강사 활동을 하고 오후에 소극장으로 모여 밤늦게까지 연기 호흡을 맞춘다.

"미쳤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는 단원들은 바삐 반복되는 연습, 사무, 공연, 교육 활동에 우울해할 시간도 없다고 웃었다.

그나마 최근에는 정부나 지자체 지원 사업이 증가해 숨통이 트였다.

한 관계자는 "공모에 지원해야 하는 연초만 되면 서류 작성으로 눈코 뜰 새가 없다"고 귀띔한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직장 문화 배달 사업을 통해 '오! 금남 식당'을 선보인다.

토박이는 어린이 연극학교 등 문화예술 교육 활동을 함께해 예술 저변 확대에도 힘쓴다.

어린이 연극학교
어린이 연극학교

[극단 토박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임해정 대표는 "연극을 보는, 예술을 향유하는 층이 두터워져야 한다"며 "어려서부터 연극을 봐온 사람이 성장해서도 소극장을 찾는 현상을 보니 아이들에게 예술적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연하는 사람들이 서울로만 진출해 지방 연극계에는 사람이 없고, 서울에는 배우가 너무 많아 공연에 참여할 수도 없는 악순환이 안타깝다"며 "매년 광주지역의 공연과 문화예술, 교육을 잇는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오월, 환경, 교육 등을 주제로 한 우리시대가 알아야 할 이야기를 담아내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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