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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워싱턴서 '길잃은' 소녀상, 32개월간 빛 못봐…연내 건립 추진

송고시간2019-08-15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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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측 압박·방해로 번번이 무산…한일갈등 격화 속 건립 성사 주목

안식처 못 찾은채 '창고'서 보관…광복절 '나들이' 후 다시 임시거처로

2016년 워싱턴DC에서 '환영식' 가진 평화의 소녀상
2016년 워싱턴DC에서 '환영식' 가진 평화의 소녀상

(워싱턴=연합뉴스) 워싱턴희망나비 제공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워싱턴DC 땅을 밟은 이래 '안식처'를 찾지 못한 채 3년 가까이 인근 '창고'에서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소녀상의 미국 도착 이후 워싱턴 소녀상 건립추진위가 워싱턴DC 내 건립을 추진해왔지만 일본 측의 계속되는 '방해 공작'으로 번번이 무산, 건립 작업이 표류하면서다.

이 소녀상은 광복 제74주년인 15일(현지시간) 오랜만에 '바깥나들이'를 한 뒤 두 번째 임시거처인 다른 '창고'로 옮겨져 기약 없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기다려야 할 처지이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정신대문제 대책위원회와 워싱턴희망나비가 주축을 이룬 '건립추진위'가 '연내 완료'를 목표로 건립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어 일본측의 '방해'를 뚫고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 정치·외교 중심 무대인 워싱턴DC 한복판에 소녀상이 들어서게 될지 주목된다. 특히 한일관계가 최근 들어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서다.

한국에서 제작된 이 소녀상은 가로 200㎝, 세로 160㎝, 높이 123㎝로, 서울의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과 동일한 크기다. 2016년 11월 미국에 도착한 뒤 같은 해 12월 10일 워싱턴DC 내셔널몰 안 야외공연장인 내셔널 실번 시어터에서 '환영식'을 통해 대중에 공개됐다.

그러나 영구 설치 장소를 찾지 못해 제막식이 열리지 못한 채 그 이후 32개월 동안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의 한 창고에 '보관'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소녀상은 도착 이듬해인 2017년 10월 19일 메릴랜드주 솔즈베리 대학에 세워질 예정이었다. 건립 날짜까지 다 정해진 상태였지만 건립추진위 측은 제막식을 한 달 앞둔 9월 학교 측으로부터 무기한 연기를 통보받았다. 일본 측의 압력이 그 이유였던 것으로 건립추진위측은 보고 있다.

건립추진위는 그 뒤에도 두 군데 정도 장소를 추가로 물색했으나 이 역시 일본 측의 압력과 집요한 방해로 잇따라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의 계속되는 '저지 공세'로 인해 설치하기로 얘기가 오간 장소의 주인들이 막판에 난색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소녀상 건립 등을 막기 위한 일본 측의 '로비 공세'는 전방위적으로 급격히 확대됐다는 게 건립추진위 측의 설명이다.

소녀상은 15일 잠시 세상 빛을 보게 됐다.

건립추진위측은 광복절을 맞아 이날 '소녀상과 나들이하기'라는 주제로 사진찍기 행사를 개최한다. 이에 따라 소녀상은 낮 12시 주미 일본 대사관 앞, 오후 1시 주미 한국 공사관 앞에서 차례로 일반인에게 잠시 공개된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성명서 낭독도 이뤄질 예정이다. 오는 21일에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연대 집회도 열린다.

이날 행사 후 소녀상은 다른 모처의 창고로 '이사'를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적 설치 장소가 정해질 때까지 이곳 두 번째 임시거처에서 머물게 된 셈이다.

건립추진위 측은 현재 워싱턴DC 안에서 3군데가량을 염두에 두고 건립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DC 인근 지역에서 건립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제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단 상징성 등을 감안, 워싱턴DC 내 '야외 공공장소'를 일차적 후보지로 염두에 두고 물색하고 있다고 한다.

후보지 등이 사전에 노출될 경우 생길 수 있는 일본 측의 '방해 작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보가 밖으로 새 나가지 않도록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만 '길잃은 소녀상'을 계속 '창고'에 둘 수는 없다는 인식에 따라 '연내 건립'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워싱턴DC 시내가 어려울 경우 인근 지역도 '차선'으로 검토한다는 게 건립추진위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DC 내에 소녀상이 세워지면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을 비롯, 미시간주 사우드필드 한인문화회관, 조지아주 브룩헤이븐 블랙번 메인공원, 뉴욕 맨해튼 뉴욕한인회관 등에 이어 미국 내에서는 5번째이다. 수도인 워싱턴DC가 갖는 정치·외교적 의미와 맞물려 그 상징성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신대문제 대책위원회의 이정실 회장은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녀상 건립은 2007년 미 하원을 통과한 위안부 결의안에 담긴 정신의 계승이자 실행으로, 특히 워싱턴 DC에 설치되는 것은 그 상징성이 크고 중요하다"며 현 한일갈등 상황과 관련, "일본이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해야만 현재를 잘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내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이상 소녀상이 창고에 있도록 할 수는 없다"며 연내 건립 의지를 거듭 밝혔다.

워싱턴DC에서 '환영식' 가진 평화의 소녀상
워싱턴DC에서 '환영식' 가진 평화의 소녀상

2016년 12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몰 안 야외공연장인 실번 시어터에서 열린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 환영식에서 공개된 평화의 소녀상과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할머니 (워싱턴=연합뉴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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