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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세계최고' 자랑하는 트럼프, 속으론 불안해 한다"

송고시간2019-08-1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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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보도…휴가 중 재계 인사 초청해 현 경제상황 의견 타진

유세 연설서는 "美경제 제일 잘 나가…싫든 좋은 날 뽑아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경제 부흥을 자랑하지만, 속으로는 최근 미국과 세계 경제 침체 신호에 불안함을 느낀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재선 승리를 위해 강력한 경제에 의지하는 트럼프가 침체 가능성에 초조해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몰래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재계 인사 여러 명을 불러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타진했다.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인사는 이날 참석자들이 의견이 혼재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동은 공개 발언과 트위터를 통해 각종 부정적인 경제 지표를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얘기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날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뉴햄프셔주 유세 연설에서 "현재 미국은 경제가 세계 어느 곳보다도 잘나간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기 침체 공포를 불식시키고 자신의 재선에 미 금융시장의 안정이 달려있다고 호언장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데 여러분은 다른 사람에게 투표할 건가"라고 반문한 뒤 "날 좋아하든 싫어하든 여러분은 날 뽑아야만 한다. 다른 선택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하며, 가장 영향력이 세다"고 자랑했다. 또 소매업 부문 성장률을 언급하며 미 경제가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뒤이어 올린 트윗 글에선 침체 가능성을 지적하는 언론에 대해 "가짜 언론이 (이런 보도가) 나와 나의 재선에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고 경제를 망가뜨리기 위한 모든 짓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경제가 너무 강하고, 곧 무역 쪽에서는 크게 승리한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경제 성장 지속을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경제 성장 지속을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이 같은 발언은 경제 전문가나 경제 지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종의 음모론적인 시각을 가진 그는 측근들에게 언론에 보도된 통계를 믿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으며, 경제학자나 경제 분석가들이 자신의 재선을 막으려 한다고 믿고 있다고 WP가 한 공화당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

현 행정부와 가까운 이 공화당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전망을 하는 이들이 모두 실물 경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가 당황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우려케 하는 신호음이 곳곳에서 들리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독일과 영국이 경기 침체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미 증시는 최근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채권시장에서 불황의 전조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서 투자자들이 동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고음에도 백악관이나 재무부는 물론 행정부 인사 누구도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를 계획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국내 경제가 더 탄탄하다며 낙관적인 평가만 보고한다고 WP는 지적했다.

이처럼 내부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경기 침체가 일어날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 데다, 여기에 대비해 계획을 세우는 행동이 잘못 해석돼 부정적인 여파를 줄 것을 우려해서라고 내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선거 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선거 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문제를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경제 분야에서 지지율이 다른 분야보다 높다는 점을 본인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측근들도 강력한 경제가 '재선을 위한 열쇠'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좋게 평가하는 쪽에서도 무역에 관한 접근법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우파 성향의 연구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의 마이클 스트레인은 "대통령이 국제 경제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의 변덕스러운 행동이 기업 투자를 늦추고, 대표적 정책인 법인세 감축에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오히려 그의 재선 가능성에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의 고문을 오랜 기간 맡은 조시 홈즈는 "경제가 유지된다면 일반적인 경우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강력한 위치에 있게 된다"면서 "하지만 (경제가) 그렇지 못할 경우 반대가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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