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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 세워지는데…반년 넘게 공장에 갇힌 국민대 소녀상

송고시간2019-08-1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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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설치 불허…건립추진 학생들 "정치적 조형물 아니다"

국민대 '평화의 소녀상'
국민대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평화의 소녀상은 정치적이거나 정치적 쟁점 소지가 있는 조형물이 아닙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할머니들의 삶과 용기의 증거입니다."

국민대 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자는 뜻으로 지난해부터 모금활동을 벌여 소녀상 제작을 마쳤다. 올 2월 완성된 '국민대 소녀상'은 교내에 자리를 찾지 못한 채 6개월이 넘도록 아직도 수도권의 한 공장에 방치돼 있다.

학교 측은 소녀상 설치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 학내 구성원의 찬반 여론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교내 설치를 허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대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세움'의 이태준(28·정치외교학과) 대표는 19일 "한국을 넘어 세계 각지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고 있지만 소녀상을 바라보는 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태준 대표와 국민대 재학생 10여명으로 꾸려진 '세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정의롭게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목표로 작년 4월 발족했다. 국민대 소녀상은 이들이 학생들로부터 모금한 1천800여만원으로 제작됐다.

이 대표는 "학교본부에 공식 문서를 보내 여러 차례 협의를 요청했으나 학교는 협의할 자리조차 열지 않았고, 학우 3천800여명의 뜻을 담은 서명지조차 받지 않았다"며 "학교와 학생들이 같이 논의했다면 문제 될 게 없었지만 학교 측은 늘 외면했다"고 말했다.

국민대 소녀상 제작 과정
국민대 소녀상 제작 과정

[세움 제공]

국민대 소녀상은 건립 추진 1년을 맞은 지난 4월 학교 정문 밖에서 한 차례 학생들에게 공개됐을 뿐이다.

소녀상 공개 이후 학교 쪽의 새로움 움직임도 감지됐다. 학생들에 따르면 학교는 '교내외 전시물 설치 및 관리에 대한 규정'에 따라 조만간 본부 처장단으로 구성되는 '전시물 심의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전시물 심의위원회가 언제 열릴지, 누가 참석할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국민대에 소녀상을 왜 설립해야 하는지, 우리가 소녀상을 세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데 회의 참관이 안 된다고 한다"며 "부디 학교가 올바른 결정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내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대학 내에 소녀상을 건립한 선례는 이미 있다. 대구대는 2017년 국내 대학 최초로 경산캠퍼스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이 대표는 "소녀상은 학생들의 인권 감수성을 일깨우고 평화를 되새기는 교육 공간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참담한 아픔을 우리 대학생들이 고민하고 기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소녀상이 완성되고 딱 한 번 공장 밖을 나왔어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정치적 인물이 아니잖아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학교가 진정성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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