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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예권과 명동성당이 세상에 뿌릴 빛과 소금

송고시간2019-08-1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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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코리안 영 아티스트 시리즈' 후원 공연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오른쪽)과 신예 피아니스트 최형록(왼쪽)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오른쪽)과 신예 피아니스트 최형록(왼쪽)

[목프로덕션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장학금이 없었더라면 저도 유학 못 갔어요." 18세 때부터 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까지 7개 국제콩쿠르 우승을 거머쥐며 '콩킹(콩쿠르 킹)'이란 별명을 얻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0).

가장 주목받는 연주자 가운데 하나인 그가 지금의 명성과 경제적 여유를 얻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미국 유학길에 오를 당시 커티스 음악원을 선택한 것도 전액 장학금이 보장됐기 때문이었다.

"2005년 처음 유학 가면서 어머니가 다니시던 교회에서 장학금을 주셨어요. 크리스마스 때면 라면과 과자가 담긴 상자도 보내주셨죠. 그게 없었다면 유학은 엄두도 못 냈어요."

배고파 봤던 선우예권이 살면서 받은 선물을 주변에 나누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명동대성당과 함께하는 '코리안 영 피아니스트' 시리즈다. 오는 26일 오후 8시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열리는 선우예권 독주회를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매달 신진 음악가들의 무대가 이어진다.

선우예권은 19일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프로젝트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먼저 음악하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라는 선입견이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유학생 중에는 '학비를 댈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사람도 있어요. 엄청난 여유가 있다는 거죠. 하지만 제 주변 친구들을 보면 소외계층도 있고 그리 부유한 사람이 없어요. 이들에게는 후원이 큰 힘이 돼요. 연주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선우예권은 이번 시리즈에 출연할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직접 골랐다. 임주희(19), 이혁(19), 이택기(21), 임윤찬(15), 홍민수(26), 김송현(16), 최형록(25)이 주인공이다. 모두 최근 내로라하는 콩쿠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선우예권은 이들을 후배가 아닌 동료라고 부르며 "일일이 가정사를 모르다 보니 저보다 경제적으로 잘사는 친구들도 있겠지만(웃음), 이들에게 믿고 기댈 존재가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음악회는 명동성당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명동성당 청년·문화예술 담당 이세호(시몬) 신부는 청년들에게 힘이 될 방법을 고민하다 음악회를 떠올렸다. 그동안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회는 간헐적으로 열렸지만, 아예 대중 공연을 열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명동성당은 이번 연주회가 잘 자리 잡는다면 비슷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선우예권 독주회는 예매 시작 2분 만에 매진됐다고 하니, 전망이 어둡지 않다.

이 신부는 "명동성당은 197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빛과 소금 역할을 했다. 오늘날 어떻게 이 역할을 이어갈지, 힘들어하는 젊은이에게 어떻게 희망을 전해줄지 고민했다"며 "이번 연주회가 젊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세상으로 뻗어 나갈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우예권은 감리교 신자이지만 명동성당 제안을 단박에 수락했다고 한다. 성당 공연은 레바논 베이루트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누구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을 살잖아요.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얻은 것도 많지만 공허함도 생겼어요. 가끔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질 때도 있었죠. 하지만 주어진 자리에 감사하며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남을 도울 수 있을 때 어린 연주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오른쪽)과 신예 피아니스트 최형록(왼쪽)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오른쪽)과 신예 피아니스트 최형록(왼쪽)

[목프로덕션 제공]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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