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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박경근 감독 "군생활, 문화적 충격…韓사회 압축 경험"

송고시간2019-08-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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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의장대원 생활 담은 다큐멘터리…22일 오후 11시 EBS 방송

'군대' 박경근 감독
'군대' 박경근 감독

[EBS 제공]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6살 때부터 외국에서 살다가 입대 때문에 29세에 귀국했죠. 군대는 제게 문화적인 충격이었어요. 군대에서 느낀 감정과 기억을 돌아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박경근(41) 감독은 전작 '청계천 메들리'(2010) '철의 꿈'(2014) 등에서 보여준 강렬한 이미지와 사운드로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탐구해왔다. 전시 활동도 병행하는 그는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다. 그런 그가 이번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소재, 군대로 카메라를 돌렸다.

올해 EBS국제다큐영화제(EIDF 2019)에서 상영되는 박 감독의 '군대'는 육군 의장대에서 현역으로 복무하는 20대 청년 이야기다.

다큐멘터리 '군대'
다큐멘터리 '군대'

[EBS 제공]

점점 개방되는 추세라곤 하지만 아직 군대는 영상으로 담기엔 까다로운 '금단의 구역'이다. '군대' 또한 까다로운 국방부 허가를 거쳐 실제 군대 안에서 생활하는 현역 의장대원들 모습을 담아냈다. 최근 마포구 서교동에서 만난 박 감독은 국회를 거쳐 당국 허가를 받아내는 데만 1년여가 꼬박 걸렸다고 털어놨다.

"설득 과정이 굉장히 힘들긴 했죠. 국회 국방위 관계자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하는데, 육군이나 국방부에서 만드는 군 홍보 영상은 항상 좋은 면만 보여주려고 하니까 인위적이고 감동이 없다고 했어요. 그분도 동의하더라고요. 사실적으로 음과 양을 다 보여주는 식으로 촬영하겠다고 말하니 '오케이'가 떨어졌어요."

박 감독이 가장 찍고 싶었던 것은 의장대였다. 그는 "의장대는 군대라는 조직을 퍼포먼스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형상"이라며 "국방부와 협조하에 자원입대한 병사 중 하나를 캐스팅하게 됐다"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군대'
다큐멘터리 '군대'

[EBS 제공]

영화는 칼처럼 딱딱 떨어지는 의장대의 일사불란함 속에서 개인에게 집중한다. 화면을 가득 메우는 건 의장대의 군무가 아니라 그 동작을 수행하는 한 병사의 표정이다.

"전체적인 그림보다는 클로즈업으로 개인 내면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의장대가 나오는 홍보 영상은 큰 스케일이 있는 전체 동작을 많이 보여주지만, 거기엔 개인의 표정이 거의 없거든요. 의장대가 얼마나 퍼포먼스를 잘하느냐보다, 그 퍼포먼스를 맞추기 위해 개인이 겪는 심적인 순간들을 담아내서 관객이 전체 그림을 상상할 수 있도록 구성을 짰습니다."

박경근 감독
박경근 감독

[EBS 제공]

전작에서 주로 철이라는 물질성을 다루다가 사람으로 찍는 대상을 옮겨간 데 대해 그는 "사람을 찍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전까진 기계, 공장, 풍경 위주로 촬영을 했죠. 사람 찍기가 두렵고 어려웠어요. 사람한테서 받는 느낌과 이미지는 카메라로 담기가 어렵고 왜곡이 심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번 작품에선 그걸 극복해보자는 차원에서 한 사람에게 집중했고요. 풍경을 찍을 때와 사람을 찍을 때랑은 그 다이내믹이 굉장히 다르더군요.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고, 이 사람이 내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항상 나의 태도와 연관이 있고요. 사람은 여전히 미스터리하고, 타자를 안다는 건 내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박 감독은 늦게 들어간 군대에서 한국 사회를 압축해 경험할 수 있다고 돌아봤다. "군 생활을 '좋다' '나쁘다' 하나로 단순하게 정리할 순 없다"며 "보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작품에 가져올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 또한 군대의 일원이었으니까 완벽하게 객관화해서 표현할 수 없는 게 있었죠. 작가로서 할 수 있는 건 '이러한 감정을 느꼈다' 여기까지이고, 그에 대한 정치적인 해석은 보는 사람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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